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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후, 조국 차 문 '쾅' 닫았다고 기사 쓰는 언론

조회수 2019. 10. 17. 11: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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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그의 사퇴로 65일 넘게 정치권과 언론을 뒤흔들던 조국 정국이 정리되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언론은 기사를 통해 조국 전 장관을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 사퇴 이후 나온 언론 보도 중 따져볼 여지가 있는 기사 3개를 꼽아봤습니다.

조선일보, ‘청와대, 조국에 사퇴 날짜 주고 “택일하라”’

출처: ⓒ조선닷컴 캡처
▲ 10월 15일 조국 전 장관 사퇴 관련 조선일보의 기사

10월 15일 조선일보는 ‘지지율 급락하자… 靑, 조국에 사퇴 날짜 3개 주고 “택일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청와대가 지지율을 문제 삼아 조 전 장관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지난주 금요일(11일)에 조 전 장관이 청와대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을 만났고, 13일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조국 장관에 대한 사법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었고 조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정확히 나온 결론도 없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의 “사퇴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택일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식의 표현을 보면 구체적으로 누가 조 전 장관에게 사퇴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유독 취재원의 이름을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취재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익명을 사용할 순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기사는 많은 경우 오보가 됩니다. 일부 기자들은 입맛에 맞는 취재원을 취사선택해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익명 표기와 함께 “~에 따르면”, “알려졌다”, “전해졌다”는 표현을 주의 깊게 해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투데이, ‘조국 복직에 서울대생들 뿔났다’

출처: ⓒ머니투데이 캡처
▲ 10월 15일 조국 전 장관 관련 머니투데이의 기사

15일 머니투데이는 ‘조국 복직에 서울대생들 뿔났다…반대 96%’라는 기사에서 서울대생 대부분이 조 전 장관의 서울대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듯한 기사를 올렸습니다.

반대 96%라는 수치의 출처는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게시판에 올라온 ‘조국 복직 찬반투표’ 게시글입니다. 그런데 스누라이프가 서울대생의 의사를 대표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국이 1위한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상' 투표는 정말 조작됐나’ 기사에서 뉴스톱은 복수의 서울대생을 인터뷰해 1. 서울대 재학생들은 강의평가나 자취방 구하기 등 실용적인 목적으로 이용, 2. 글 게시자 상당수는 고학번 내지 대학원생이라 밝혔습니다.

상당수의 학생이 스누라이프의 여론은 서울대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머니투데이의 기사는 커뮤니티의 투표 결과를 확대 해석한 것입니다. 특히, ‘서울대생..반대 96%’라는 제목은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큽니다.

매일경제, ‘굳은 표정 조국…車문 `쾅` 닫고 외출’

출처: ⓒ매일경제 캡처
▲ 10월 15일 매일경제 기사

15일 매일경제는 ‘굳은 표정 조국..차문 ‘쾅’ 닫고 외출’이라는 제목으로 조국 자택 스케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굳은 표정’, ‘쾅’이라는 표현을 보면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사퇴 바로 다음 날 조 전 장관은 화난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 기사에서도 ‘화가 많이 난 듯 ‘쾅’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차 문을 닫았다’고 나옵니다.

기자가 볼 때 조 장관이 화가 난 듯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기자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만약 영상이라도 있으면 어느 정도 동감할 수도 있었지만, 본문 속에는 ‘연합뉴스’에서 받은 사진만 있습니다.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조국 장관 자택에서 소위 뻗치기를(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아 기자가 화가 났는가라는 의심이 듭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외출한 조국’이라는 제목이었으면 오히려 기자가 하고 싶은 핵심이 전달됐을 수도 있지만, 기자의 감정이 섞인 제목 탓에 기사가 아닌 감상문이 됐습니다.

- 유튜브에서 보기: 조국 사퇴 이후 나온 최악의 언론보도 TOP3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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