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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AOA ‘너나 해’ 무대에, 설현에 열광한 이유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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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Mnet 새로운 예능 <퀸덤(Queendom)>이 시작했다. 여성 아이돌 6팀이 무대를 꾸리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엠넷의 열띤 홍보에도 나는 그들의 무대가 기대되지 않았다. 성적 대상이자 욕망 대상으로 ‘또’ 여성 연예인을 소비하겠구나 짐작했다. AOA의 ‘짧은 치마’ 무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이 맞았구나. 하지만 AOA의 2차 경연 무대는 달랐다.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

출처ⓒ브이라이브 캡처

지난 12일 방영한 <퀸덤> AOA의 사전 2차 경연 무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AOA는 마마무의 ‘너나 해’를 커버했다. 라인 없는 정장을 빼입은 AOA와 함께 남성 댄서들은 보깅댄스(Voguing, 잡지 모델들의 포즈에서 영감받은 춤)를 선보였다. ‘너나 해’ 무대와 AOA를 두고 언론사 칼럼이 쏟아졌다. 하나같이 성 고정관념을 깨트린 AOA의 무대를 주목했다.

짜릿하다 못해 저릿했다. 꽃이 되기 싫다며 나무가 되겠다는 여성을 화면 넘어 보는 일은 흔치 않았다. 무대를 마치며 설현은 밝게 웃었다. 원하는 무대를 꾸려낸 자신을 향한 미소였다.

출처ⓒMnet <퀸덤> 캡처

무대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정장 속 숨겨진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작년 말, GQ와 설현이 함께한 인터뷰를 정독했다. 한 구절이 마음에 꽂혔다. (관련 기사: 설현의 결심)

“처음엔 (늘씬한 뒷모습으로 손짓하는 등신대 광고가) 사람들이 절 알아준 계기라 마냥 신기하고 신났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계속 같은 모습만 원하시는 거예요. 너무너무 같은 것만요……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데…… 물론 그것도 제 모습이지만, 저한텐 다른 모습도 많거든요.”

나와 너, 우리의 가능성

“맞아요. 나를 알아가니까 점점 그렇게 돼요.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해주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이젠 남이 보는 내가 아닌 그냥 나 자신을 많이 생각해요.” (설현, GQ와 인터뷰 中)

출처ⓒMnet <퀸덤> 캡처

인터뷰를 읽고 나서야 알았다. AOA의 무대는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설현의 마지막 미소가 떠오르며 부끄러웠다.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와 가능성을 낮춰 판단한 나 자신이. 그러나 내 판단은 실수보다, ‘경험치’에 가까웠다. 내 삶은 할 수 있다는 격려보다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이 더 많았다. 나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이 점수 매기고 있다는 사실은 꽤나 큰 압박이었다. 

“(…) 대중매체나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서 여성은 다른 사람에게 성적으로 대상화된다. 반복되는 성적 대상화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점차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관점을 내면화하여 자기 대상화를 발달시키게 된다. 자기 대상화는 수치심, 불안, 최고조의 동기 상태의 결여, 내적인 신체 상태에 대한 무감각이라는 부정적 심리적 경험들을 가져오게 된다.” (손은정. 2006, ‘대상화 경험이 여성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여성』 p. 411-412)

자기 대상화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 자기 자신을 향하는 많은 잣대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보다 특정 모습에 머물도록 한다. 대상화의 반복을 통해 여성은 스스로 어떠한 틀에 갇히게 된다. 사회가 끝없이 여성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억누르게 하는 방법이다. 에이핑크 손나은의 핸드폰 케이스 ‘Girls can do anything’에 쏟아진 비난으로도 알 수 있다. 결국, 여성은 자기 자신이 되기보다 타인이 보기에 그럴듯한 ‘여자’로 자란다.

“스스로를 고정된 틀에 가두어 두지 않으려고요.” (설현, GQ와 인터뷰 中)

설현은 대한민국 여성이자 여성 연예인으로서 대상화된 자기 자신에 익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벽을 뛰어넘었다. 이제 우리 모두 함께 벽을 뛰어넘을 차례다. 나 또한 ‘여성으로서’ 흠모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욕망에 시달렸다. 하지만 더 이상 흠모를 욕망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 어느 곳에서나 잣대가 있고 단 한 순간도 자유롭지 않다. 숨 막히는 자기 검열이자 ‘나다운 게 뭔데’라는 질문과의 싸움이다. 때로는 그 싸움에 휘말려 펼쳐진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 또다시 그 앞에서 좌절할 때 이제 설현의 한 마디를 떠올리고 싶어졌다.

GQ는 물었다.

“관심 있는 게 뭐예요?”

설현은 답한다.

“지금의 나 자신”

마지막으로 욕망의 대상에서 욕망의 주체로 거듭난 AOA에게 그들 스스로의 욕망에 갈채를 보낸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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