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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안녕’ 못하게 하는 ‘안녕하세요’의 사연자들

정말 안녕한 <안녕하세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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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이다. 최악은 매번 갱신된다. 지난 9월 16일 방송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는 39살 베짱이 오빠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힘에 겨워하는 여동생이 출연했다. 사연자는 현재 오빠와 함께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빠가 자신의 취미 생활에 열중하며 노느라 바쁘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에게 예약을 떠넘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상담자의 오빠는 한 가지에 꽂히면 완전히 몰입해 정신을 못 차리는 스타일이었다. 예전엔 볼링에 꽂혀서 오후 10시에 퇴근을 하면 새벽 3시까지 볼링을 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낚시에 빠져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낚시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최근에는 취미가 맛집 탐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게스트로 출연한 홍경민은 오빠가 일을 끝낸 다음에 취미 활동을 하니 괜찮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랬으면 오죽 좋겠냐마는 취미 생활에 몰두한 탓에 가게 운영에 소홀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여동생은 오빠가 취미 생활의 여파로 마사지를 하면서도 졸거나 가끔 사라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매출도 50%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동생이 오빠와 함께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오빠가 돈을 모두 탕진해 39살이 되도록 한 푼도 모으지 못한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저리 고생을 하고 있는데 정작 오빠의 반응은 적반하장이었다. 그는 “동생이 날 케어해주는 건 좋지만 이것저것 간섭해 좀 힘들어요”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원래 어떤 일을 시작하면 최고점을 찍어야 돼요. 볼링장 직원도 나보고 진상이라고 해요. 동생이 볼링 그만 치라길래 낚시로 갈아탔어요. 전국을 다니고 한 달에 30일 다 갑니다”라고 철없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이어 오빠는 “무등산에 타워를 짓는 게 꿈이에요. 그걸 지으려면 100억 정도 계산하고 있는데 화장품 네트워크를 해서 30억 정도 벌고 70억은 지원받아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허황된 꿈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등산에 타워를 지으려는 이유도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듣는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헛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신동엽은 동생에게 모든 걸 떠맡기고 자신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출연자 도티도 오빠의 세계관이 너무 강해서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며 동생이 벽에다 얘기하는 느낌일 거라 말했다. 그렇다면 고민은 잘 해결됐을까? 여동생은 한 가지만 열심히 하자고 제안했지만, 오빠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겠습니다”라며 거부했다. 결국 이 사연은 168표로 우승을 차지했다.

KBS2 <안녕하세요>는 제목과 달리 ‘이상한’ 프로그램이다. 전혀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믿기 힘든 사연들을 들고 우르르 나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그 상담에는 검증된 전문가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다. 상담자들은 연예인들로 꾸려진다. 물론 전문가만 상담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의 응어리가 풀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문제는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 그쳐선 안 되는 사연들이 등장한다는 것인데 가정폭력, 성희롱, 학대 등 범죄로 규정될 법한 일들을 자행하는 출연자들이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진다. 연예인으로 구성된 상담자들은 어설픈 중재를 시도하거나 때론 허튼소리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뿐인가. 최악으로 선정된 사연이 우승을 차지하는 기이한 구조는 의아하기만 하다.

<안녕하세요>가 폐지설에 휘말렸던 건 이러한 사정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그 직접적 원인은 KBS의 경영난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규모로 인한 프로그램 폐지 및 축소 논의였다. 그러나 <안녕하세요>의 경우 높아진 임계치를 넘기기 위해 점차 자극적인 사연이 소개돼왔고 그 때문에 사연의 진정성에 의구심마저 증폭됐다. 또, 변화 없이 이어지는 포맷에 대한 피로도 상존했다.

물론 제작진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이라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대중들은 폐지와 존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11월 22일 첫 방송된 <안녕하세요>는 대표적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상징성과 가치가 있다. 그런 만큼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안녕한 <안녕하세요>가 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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