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유플래쉬'로 보여주려 한 것

조회수 2019. 9. 9.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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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은 가끔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쯤 되니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태호 PD는 알고 있었을까? 유재석을 무작정 체리필터 손스타에게 데려가 드럼을 배우게 했을 때부터 짐작했던 걸까? 난생 처음 드럼 스틱을 잡은 유재석의 황량하고 앙상한 비트가 여러 뮤지션의 손을 거쳐 이토록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변해갈 거라는 걸 예상했던 걸까? 시청자들이 느끼고 있는 이 경이로움을 김태호는 이미 머릿속에 그려뒀던 걸까?


MBC <놀면 뭐하니?>의 음악 릴레이 프로젝트인 ‘유플래쉬’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유재석으로부터 시작돼 두 갈래 길로 뻗어나간 음원은 마치 생물인양 점차 형태를 갖춰 나가더니 어느새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진화했다. 그 변화 양상과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김태호 PD는 '유플래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음악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방송됐던 '음악 예능'이라고 하면 주로 결과물을 놓고 관객의 평가를 받는 식이었다. 과정을 보여주더라도 무대를 선보일 가수(창작자)의 고뇌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그러나 '유플래쉬'는 과정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를 등한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밀하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유플래쉬’는 (설령 그것이 아주 빈약한 구성이라 할지라도) 드럼 비트에서 시작한 음원이 다양한 창작자들을 거치면서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 그 진행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음악적 역량을 발휘하는지를 꼼꼼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창작자의 성향과 의도에 따라 음악이 생명력을 부여받아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다.


유희열에게 건네졌던 비트는 윤상(베이스 기타)과 이상순(어쿠스틱 기타), 적재(일렉 기타)를 거쳐 그레이에게 넘어갔다. 듣기 좋은 연주의 상태였던 음원에 힙합의 색깔이 입혀졌고 다음 주자인 다이내믹 듀오와 리듬파워의 랩 릴레이를 통해 힙합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유희열은 만족스러워했고 적재는 자신이 기타를 치면서 떠올렸던 방향으로 음악이 진행되고 있다며 흥미로워했다. 


이적이 넘겨받았던 비트는 선우정아의 몽환적인 코러스에 의해 묘한 캐릭터가 각인됐고 이어 멜로망스의 정동환을 만나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멜로디를 갖춰 나갔다. 이어 전설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의 연주가 가미되며 뼈대를 확실히 세웠다. 이제 필요한 건 보컬이었는데 ‘음원 깡패’라 불리는 폴킴과 헤이즈가 등장해 ‘눈치’라는 주제로 감미로운 듀엣곡을 완성시켜 나갔다. 


이처럼 김태호 PD의 연출법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떠올려 보라. 시청자들은 여러 추격전과 가요제 등의 예측불허의 시나리오에 열광하지 않았던가. 물론 김태호 PD가 그 모든 전개 과정을 예측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그는 어떤 예측 불가의 상황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특징을 꼽자면 프로그램 속에 사회적인 시사점을 숨겨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견한 사람에게 쏠쏠한 쾌감을 선사한다. <놀면 뭐하니?>는 기본적으로 ‘릴레이’라는 수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릴레이 카메라’에서 ‘릴레이 음원’으로 그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릴레이 카메라가 예측 불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흐름이라면 릴레이 음원은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재석의 드럼 연주로 시작된 음원은 유희열과 이적이라는 길을 만나 완전히 다른 궤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배턴을 넘겨받은 창작자들은 하나의 악기만을 사용해 빈약하고 앙상했던 음원을 살찌우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과도한 욕심을 부려선 곤란하다. 자신의 몫을 알아야 하고 그 몫 내에서 자신의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적정선의 협업이 요구된다.


가령, 적재에게 이상순은 “보컬이 들어와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고 이 말을 이해한 적재는 적절한 연주로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했다. 다이내믹 듀오는 리듬파워와 함께 랩 릴레이를 구상했고 그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주제를 잡아나갔다. 폴킴과 헤이즈가 가사의 주제를 찾아나가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협업은 매우 창조적이었다. 


이적은 ‘유플래쉬’의 ‘릴레이 음원’ 방식을 최근 음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트렌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단순한 분업을 뛰어넘는 협업의 과정을 그러내며 일하는 즐거움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단지 음악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3.6%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4.7%까지 뛰어올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김태호의 마법은 이제 슬슬 시작된 듯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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