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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서 인상적이었던 이상순의 조언하는 태도

조회수 2019. 9. 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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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희열, 윤상에 이어 배턴을 이어받은 이상순과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아직까진 앙상한 음원에 각기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의 선율을 덧입혔다. 먼저 연주를 시작한 이상순은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질감으로 차분히 채색을 시작했다. 그제야 그가 인심 좋은 ‘효리네 민박집 사장님’이 아니라 음악가였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소리의 미세한 차이도 집어낼 정도로 섬세한 감각을 지닌 이상순은 집중력을 발휘해 단숨에 연주를 끝냈다. 화면을 통해 지켜보던 이적은 ‘롤러코스터’ 시절의 느낌이 난다며 반가워했고 유희열도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다음 순서는 적재였다. 상순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그 자리에서 오선지 위에 코드를 받아 적었던 적재는 자신이 구상했던 연주를 시작했다. 모두가 감탄할 만한 실력이었다. 


그런데 뒤편에서 적재의 유려한 연주를 가만히 듣던 상순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무엇 때문일까? ‘음알못’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희열은 적재가 솔로 연주를 하듯이 기타를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말은 빈틈없이 너무 채워 넣었다는, 간단히 말해 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자,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그때 상순이 움직였다.  


상순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적재의 훌륭한 연주가 ‘유플래쉬’ 프로젝트에는 적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릴레이 형식으로 차곡차곡 악기를 채워나가 하나의 완전한 음악의 만드는 ‘유플래쉬’의 협업은 항상 다음에 배턴을 이어받을 사람을 고려해야 했다. 다음 주자가 채워 넣을 공간을 남겨두는 게 이 작업의 또 다른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재의 연주는 빼곡했다. 빈칸이 없었다.

“적재야, 너 지금 되게 좋은데. 보컬이 들어와야 한다는 걸 약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

상순은 적재의 연주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중간에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 후에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 조언을 건넸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상대방의 감정선과 연주의 흐름을 끊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무엇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안내했다. 상순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적재는 상순에게 까마득한 후배였다. 대중들은 그 실력을 잘 모를지언정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상순은 최고의 실력을 갖춘 기타리스트였다. 그런 상순이었지만, 적재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한참 아래의 후배 대하듯 수직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았다. 한 명의 음악가에 대한 존중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것이 상순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인 적재는 더욱더 훌륭한 연주로 보답했다. 일렉 기타가 음원의 허전했던 공간에 소리를 채워 넣자 훨씬 더 풍성해졌다. 적재는 유재석의 말처럼 정말이지 적재적소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 냈다. 상순도 그제야 환히 웃었다. 이 장면은 <놀면 뭐하니?>의 방송 분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았고 가벼이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가족, 학교, 직장, 지역 사회 등 그 범위는 매우 다양하고 그 양태도 제각각이다. 그 안에서 상순과 적재의 상황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런데 ‘과연 나는 상순처럼 말하고 행동했는가?’라고 자문할 때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늘상 섣부르고 무례하고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상순의 성숙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상순의 매력은 최근 그가 등장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더욱 도드라졌다. tvN <일로 만난 사이> 첫 회에 아내 이효리와 함께 출연했던 상순은 고된 일에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묵묵히 노동에 임했다. 그는 성실했고 안정적이었다. 역시나 사장님으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약간의 보너스까지 받았다. 


<놀면 뭐하니?>에선 기타 연주로 매력을 뽐내더니 적재와의 소통으로 성숙한 인간미를 보여줬다. 방송을 통해 간헐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지만, 그때마다 이상순이라는 사람의 깊이에 대해 놀라게 된다. 좀 더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까. 자연스레 TV를 통해 그를 자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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