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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닭칼국수' 실망한 백종원이 '초보 롱피자집' 합격 준 이유

조회수 2019. 8. 17.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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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공평하다. 기본이 중요하다.

흔히 대를 이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하면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된다. 필경 엄청난 공력이 윗대로부터 전수됐다거나 그들만 몰래 공유하는 대단한 비결이 숨겨져 있을 거라 넘겨짚게 된다. 또, 직업적 자부심, 다시 말해 장인 정신이 투철할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건 식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2대째’, ‘3대째’가 들어간 간판에 쉽게 무장해제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14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런 믿음이 틀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부천 대학로에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닭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뭔가 대단한 맛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요리도 순조롭게 하는 것처럼 보였고 완성된 닭칼국수의 비주얼도 훌륭했다. 게다가 푸짐한 양이 보여주는 넉넉한 인심까지, 맛을 의심하긴 어려웠다.  


그런데 웬일인지 상황실에 앉아 닭칼국수집을 관찰하는 백종원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급기야 메뉴판을 확인하더니 맛이 없을 거라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닭칼국수집으로 출동한 백종원은 주메뉴인 닭칼국수와 제육덮밥을 주문했다. 닭칼국수는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그대로였고 제육덮밥은 사장님이 학생들을 상대로 시장조사를 해 추가한 요리였다. 과연 사장님의 음식은 정말 맛이 없었을까?  

시식한 백종원은 단박에 맛을 평가했다. “맛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그에게는 한 치의 고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직접 확인할 길은 없지만, 백종원의 진정성에 비춰볼 때 그건 자신의 호언장담 때문이 아니었다.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의 닭곰탕과 달리 육수 맛이 너무 연했다. 닭뼈를 넣어 육수를 우려내는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 마늘이나 대파를 넣지 않아 닭비린내가 제대로 잡히지도 않았다.


게다가 닭칼국수에 들어가는 국수도 직접 뽑은 게 아니라 시장에서 사 온 것이었고(그의 어머니도 그리 하셨다고 한다), 그 외의 많은 음식이 기성품으로 만들어졌다. 콩국수는 콩국수 가루 기성품으로 만들어 왔으니 그 맛에 차별성이 있을 리 없었다. 사장님도 메뉴에서 빼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성품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가게만의 특색이나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제작진이 의도한 편집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은 그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의외의 장면은 롱피자집에서 계속됐다. 롱피자집 사장님은 27세 청년으로 오픈한 지 6~7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짜 사장님이었다. 전 사장님으로부터 3개월가량 피자를 배웠다고 하니 그 공력이 기껏해야 얼마나 되겠는가. 기대감이 확 사라졌다.  


가뜩이나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피자집과 인연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흑역사를 이어가나 싶었다. 롱피자집으로 이동하는 백종원의 발걸음은 상당히 무거워 보였고 얼굴 역시 사뭇 어두워 보였다. 왠지 모르게 장난스러운 사장님의 태도(김성주의 표현대로라면 ‘껄렁껄렁’)도 못 미덥게 느껴졌다. 제작진도 ‘젊은 나이의 섣부른 도전이었을까’라는 자막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그런데 디아블로 피자와 시금치 피자를 맛본 백종원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기특하네요. 참 기특한 게 자기가 개발하고 공부해서 시작한 사람보다 나아요. 왜냐하면 기본을 잘 지켜줘서.” 백종원은 이미 롱피자집 사장님의 조리법을 지켜보면서 그가 전 사장님으로부터 배운 대로 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맛을 떠나서 기본을 지키려는 태도, 그 성실함과 착실함에 백종원은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루틴을 정확하게 지키는 롱피자집 사장님은 주방 점검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청결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물론 롱피자집 사장님도 재료에 있어 기성품의 비율이 높아 자신만의 맛을 창조하려면 갈 길이 멀었지만, 그건 앞으로 백종원으로부터 가르침을 얻고 스스로 고민해서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설픈 맛보다 중요한 건 역시 기본에 충실한 태도였다.  


<백종원은 골목식당>은 2대째 이어오고 있는 닭칼국수집과 6~7개월 된 롱피자집의 비교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졌다. ‘맛은 공평하다’는 것과 ‘기본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말이다. 무조건 오래됐다고 해서 맛이 괜찮은 식당은 아니었다. 그건 짧은 역사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전제조건은 기본이었다. 단지 피자가 좋아서, 그 가게의 피자가 맛있어서 인수를 하고 배운 그 맛을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해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청년 사장님의 모습은 꽤나 상징적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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