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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부 보살설' 왜 백종원은 이대 백반집에 또 기회를 줬나

조회수 2019. 8.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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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게 얼마나 큰 줄 아냐. 배신당한 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사람을 공부하고 인생을 배운다면 과한 표현일까? 다들 알다시피 <골목식당>은 골목상권에 위치한 식당들을 점검하고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포맷은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처럼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 장사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솔루션을 받는 사장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솔루션의 질이 달라지고 사장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따라 솔루션의 향배가 갈리기도 한다. 같은 상권이라고 해도 솔루션의 성패가 엇갈리는 건 그 때문이다. 청파동을 떠올려 보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절박했던 냉면집 사장님과 장사에 대한 의욕이 없었던 피자집 사장님의 솔루션은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맞이했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이렇듯 솔루션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좀 더 나아가면 사람에 대한 고민까지 닿게 된다. 이를테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드는 식이다. 그동안 수없이 배신을 당했다는 백종원의 한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역시 살아오면서 그런 경험을 숱하게 하지 않았나. 그런데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사장님(권상훈)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져도 된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골목식당>은 여름 특집으로 그동안 솔루션을 했던 가게를 기습 점검했는데 홍탁집은 속을 썩였던 만큼 그 이후가 가장 궁금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다수의 기대(?)와 달리 홍탁집은 백종원의 솔루션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또, 홍탁집 아들은 백종원의 조언과 충고를 누구보다 성실히 따르고 있었다. 그는 ‘1년 후에 다시 찾아와 달라’던 자신의 다짐을 굳은 의지로 이행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백종원이 방송 중간마다 홍탁집 아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신의 일과를 인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도 시청자들은 쉽사리 믿지 않았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인간사의 오래된 명제를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홍탁집 아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어두운 예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8개월 만에 다시 찾은 홍탁집의 풍경은 사람들의 판단이 섣불렀다고 얘기하는 듯했다. 


한편, 이대 백반집의 긴급 점검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이미 방문 전부터 소셜미디어상에는 ‘맛이 이상하다’는 악평이 줄을 잇고 있었다. 백종원도 자체적으로 직원들을 파견해 백반집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6차례, 비공식적으로 4차례나 점검하고 재차 솔루션을 했지만, 사장님은 달라지지 않았다. 할 만큼 했던 백종원도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영상으로 확인한 가게 내부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음식의 맛은 기대 이하였고, 세 가지로 줄였던 메뉴도 다시 늘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남자 사장님의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이었다. 애초에 백종원의 레시피대로 조리되지 않은 음식을 판매하면서 백종원의 이름을 파는 것도 문제였지만, 백종원에게 배우지도 않은 음식들도 솔루션을 받았다고 손님들에게 설명하는 대목은 참으로 씁쓸했다. 급기야 손님들이 맵다고 지적하자 원래 백종원의 음식은 자극적이라며 폄훼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백종원은 직접 백반집 주방을 급습했다. 솔루션 이전으로 되돌아간 위생 상태를 발견하고 낙담했다. 또, 냉장고 속에서 미리 세팅된 뚝배기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여사장님이 거짓말과 핑계로 일관하자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종원은 ‘마음 다친 게 더하다. 팔, 다리 부러진 것보다 마음 아픈 게 얼마나 큰 줄 아냐. 배신 당한 게. 차라리 다리 부러져서 안 왔으면 좋을 뻔했다’며 참담해 했다.  


백종원은 격앙된 감정을 터뜨리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깊은 배신감 때문일 것이다.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그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은 변함없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정말 할 만큼 다 했으니까. 그러나 백종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잘못했다며 용서해 달라고 말하는 백반집 사장님의 말을 또 한 번 속는 셈치고 받아들이고 다시 솔루션의 기회를 줬다. 

<골목식당>을 보면서 사람을 공부하고 인생을 배운다는 의미는 이런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솔루션 수용자의 태도를 관찰함으로써 이뤄진다. 가령 포방터 시장의 돈까스집 사장님의 성품은 훌륭했다. 그렇지 못한 사장님들은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이차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점,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운다.


그건 주로 백종원을 통해서 그의 입장에 서 봄으로써 이뤄진다. 도대체 백종원이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일관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답을 이제야 얼핏 알겠다. 사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의 자세, 사람의 약함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자 하는 태도, 수많은 실망 속에서도 믿음과 신뢰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우리가 <골목식당>을 통해 배워야 하는 가치가 아닐까? 


이대 백반집 사장님은 눈꼴사납지만, 다시 기회를 주자는 백종원의 선택을 지지한다. 지금 이 순간 실망하더라도 우리는 내일을 위해 또다시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사람을 믿고 신뢰해야 한다. 비록 그 때문에 내일 상처받더라도, 눈물을 닦고 일어선 백종원처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홍탁집 아들과 같이 감동을 주는 사람을 찾아내게 되는 것 아닐까?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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