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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많이 입어 본’ 김향기가 ‘열여덟의 순간’을 선택한 이유

전형적인 학원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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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성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문턱이 낮다고 할까. 통속적인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경우가 많은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몰개성은 단점이다. 고유한 특성 없이 틀에 박힌 설정, 익숙한 인물, 뻔한 갈등으로 일관하는 드라마는 금세 간파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곧 지루해진다.


학원물에도 전형성이 존재한다. 거친 반항아, 청순가련 혹은 천방지축 여자 주인공, 정의로운 선생님, 친구들 간의 끈끈한 의리, 풋풋한 첫사랑 등은 전통적으로 학원물을 구성했던 재료들이었다. 반항적인 남자 주인공은 매번 마음에 상처를 입어 삐딱선을 타고 청순가련 혹은 천방지축의 여자 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핵심은 로맨스인데 과도하게 정의로운 선생님과 비현실적인 의리와 우정 등이 곁들여진다. 


설령, 그것들이 학원물의 흥행 공식이라 할지라도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자가복제는 학원물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그동안의 학원물들은 정말 학원물이었던 걸까? 물론 드라마의 배경은 학교였고 주인공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진 모르겠다. 


결국 인물과 갈등의 본질은 여타 드라마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그저 학교와 교복을 차용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동안 방영됐던 학원물들의 시선은 온당했는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학원물 내의 사랑과 갈등, 위기 해결과 봉합 등 이야기의 구조에 지나치게 어른들의 관점이 반영돼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학원물이 점차 현실감을 잃고 대리만족의 도구로 전락한 게 아닐까? 

JTBC <열여덟의 순간>은 전형적이지 않다. 우선, 연출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심나영 PD는 “기존 학원물보다 느린 호흡, 잘 쓰지 않는 구성, 편집점을 제 나름대로 차별화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낯설지 몰라도 그 호흡에 맞아떨어지는 순간 몰입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좀더 구체적으로는 30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감성 학원물인 셈. 그런데 <열여덟의 순간>이 지닌 비전형성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제가 교복을 입고 학원물을 했던 작품들을 보면 학생 역할이었지만 학생 자체의 일보다는 인물로서의 이야기가 주가 됐던 경우가 많다. 이번 작품에서는 열여덟 살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많이 표현됐다. 그 부분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향기)

이미 여러 작품에서 ‘교복을 입었던’ 김향기가 왜 또다시 학생 역을 맡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김향기의 말을 통해서 쉽사리 풀렸다. 그는 <열여덟의 순간>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대본이 흥미로웠다”면서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 어른들이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 그런 관점들이 표현돼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의 학원물과는 다른 점이 있었고 그건 바로 ‘관점의 차이’였다는 것이다.  


또, 학원물을 표방하긴 했으나 결국 인물로서의 이야기가 주가 된 수많은 학원물과 달리 <열여덟의 순간>은 학생 자체의 일이 중심이 된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물론 <열여덟의 순간>에도 풋풋한 첫사랑(최준우와 유수빈)이 있고 라이벌 구도(최준우와 마휘영)가 있다. 다양한 갈등과 다툼이 있고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러나 그 방점이 학교와 학생에 찍혀 있다는 점은 전혀 다른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주인공 최준우(옹성우)가 거친 반항아가 아니라 조용하고 사려 깊은 캐릭터라는 사실만으로도 <열여덟의 순간>이 기존의 전형성을 얼마나 탈피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최준우에 대해 편협한 시선을 보내는 어른들의 시선을 꼬집고 있다. 딸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욕심 많은 엄마와 그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자신의 뜻을 지켜나가는 유수빈(김향기)의 현실적인 갈등은 이 드라마가 학원물임을 깨닫게 한다.  


최준우와 유수빈의 사랑이 이어지는 방식이나 과정도 기존의 학원물 로맨스와 달리 개연성이 있고 현실감이 물씬 풍긴다. 또, 최준우를 괴롭히는 마휘영(신승호)을 학교 내의 절대권력으로 묘사하면서도 악으로 단정짓지 않았다는 것도 <열여덟의 순간>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담임 선생님인 오한별(강기영) 캐릭터조차 전형적이지 않다. 과도한 정의감과 윤리의식에 경도되지 않고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행동하지 않는다. 


심지어 <열여덟의 순간>은 배우들의 연기조차 각자 개성이 있다. 틀에 넣고 주조한 듯 똑같지 않아 신선하게 느껴진다. 조금씩 시청자들이 <열여덟의 순간>의 비전형성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 6회 시청률은 3.512%(닐슨코리아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5회 3.341%에 비해 소폭이지만 올랐고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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