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요한' 그간 없던 의학드라마라 말 나오는 이유

조회수 2019. 7. 30.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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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그동안 의학 드라마는 인기에 비해 고민이 부족했다. 외과, 응급의학과 등 다뤄지는 분야가 정해져 있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의학 드라마의 특성상 긴장감을 끌어내야 했을 테고 이를 손쉽게 충족시키기 위해 수술과 같은 자극적인 연출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갑작스러운 상황을 끌어내기도 수월하고 환자들과 일선에서 만나니만큼 다양한 갈등을 그려내기도 수월했을 것이다. 문제는 식상하다는 것.


최근 들어서 의학 드라마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KBS <닥터 프리즈너>는 분야의 한계를 배경과 이야기를 통해 극복한 케이스다. (MBC <병원선>도 같은 방향성을 보였던 드라마이다.) 병원을 떠나 교도소로 무대를 옮기자 신선함이 느껴졌고 나이제(남궁민)라는 인물의 복수에 몰입하면서 단순 의학 드라마의 틀을 벗어던졌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술이라는 행위를 통해 환자의 병을 고친다는 기존 틀은 변함없었다.  


SBS 금토 드라마 <의사 요한>은 기존에 방영됐던 의학 드라마들과 결이 다르다. 여전히 병원이 주무대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다루는 분야에서 차별화를 시도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냈다. <의사 요한>은 이름도 생소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물론 최초 시도이다. 분야가 다르다 보니 환자 혹은 병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사 요한>이 건넬 고민에 더욱 관심이 간다.

“고통을 해결한다. 그러다 죽는다 할지라도. 그게 전부야. 내 환자는 고통을 끝내 달라고 했어. 설사 죽는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두 달 동안 한 건 치료가 아니라 고문이었어. 후회하냐고? 다만 두려웠어.”

‘닥터 10초’ 통증의학과 전문의 차요한(지성)은 그렇게 불린다. 환자를 보면 10초 안에 스캔을 끝내고 몸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귀신같이 짚어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만큼 천재적인 인물이다. 최연소 교수이자 촉망받던 의사였다. 타고난 능력도 뛰어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한다. 환자가 겪는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의사이기도 하다.


그런 요한이 교도소에 가게 된 건 무슨 까닭일까? 요한은 스무 살의 말기 항문암 환자 윤성규의 통증 조절 의사였다. 성규의 상태는 현재의 의술로 치료가 불가능했고 따라서 요한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진통제를 줘서 고통을 못 느끼게 하고 호흡이 끊어지지 않도록 다시 진통제의 양을 줄이는 것이 전부였다. 요한은 고통을 멈춰달라는 성규의 요청에 따라 안락사를 선택했다. 결국 요한은 살인죄로 기소돼 확정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요한은 자신의 행위가 법을 위반한 건 맞지만 죄를 지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의 통증을 관리하는 의사로서 환자가 설령 죽는다고 해도 고통을 끝내 달라고 진심으로 간절히 요청한다면 내가 하는 의료 행위가 그저 고문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요한의 선택은 그의 말처럼 두려운 일이었으나 의사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존엄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따라 판단은 다를 것이다. 

“제 환자는 아직 사망하지 않았어요. 우리 병원에 1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어요. 제 손으로 심장을 멈췄던 제 환자예요.”

한편, 서울한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강시영(이세영)은 병원 이사장 강이수(전노민)와 마취통증학과장 민태경(김혜은)의 딸이다. 환자의 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감정, 즉 사람에 집중하는 의사이다. 시영은 1년 전 사건으로 인해 병원을 떠나 방황의 시절을 보냈다. 자신의 아빠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던 선택으로 인해 두려움을 얻었다. 시영 역시 안락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시영은 마다가스카르로 도피하려다 삼촌처럼 대하는 오정남(정인기)의 부탁으로 교도소에서 잠시 의무관으로 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재소자 6238, 그러니까 요한을 만나게 됐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용기를 얻게 됐다. 요한과 마찬가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환자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감옥에서 인연을 맺은 요한과 시영은 한세병원에서 재회했고 안락사를 원하던 격투기 선수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호스피스 완화 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 일명 ‘존엄사법’이 시행(2018년 2월)됐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또, 의료 현실에 맞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좀 더 많은 논의를 이어나가는 한편 사회적 공감대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 요한>은 흥미롭다.  


통증의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존엄사 혹은 안락사는 어떤 것일까? 환자의 고통을 없애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요한과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심장을 멈추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영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그동안 다룬 적 없는 분야와 주제를 끄집어낸 의학 드라마라는 점에서 <의사 요한>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2회 만에 시청률 10% 넘어선 비결은 그 호기심이 아닐까? 물론 지성과 이세영의 연기도 큰 몫을 했겠지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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