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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생이 '무지개색 옷 입어' 징계받아 법원까지 간 사연

‘승리’를 거둔 서총명 씨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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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한 기독교 단체가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고함20

“본 법정은 장로회신학대학의 학생 징계가 무효임을 선고하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피고(학교) 측이 진다.”

2018년 5월 17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무지개색 옷을 입고 사진 찍은 학생들을 징계한 사건,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학교는 학생 측의 징계 재심 신청을 거부했고, 징계 학생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어 노회(장로교 교회들의 지역 연합체)에 배포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단에선 학생징계 사실이 적힌 성 소수자 혐오 광고를 신문 전면에 싣기도 했다. 누군가를 배제하지 말자는 목소리를 냈을 뿐인 학생들을 학교는 가장 앞장서서 철저히 배제하려고 했다. (관련 기사: “무지개색 옷 입고 사진 찍었다고 징계?” 학생 징계 불복 소속 탐방기)


법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 징계 무효 소송의 재판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이 승리했다.  


7월 18일 서울동부지방법원 411호, 징계를 무효로 한다는 재판부의 주문이 끝나자마자 좁은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징계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로부터 배척받았던 학생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징계 피해 학생 서총명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장로회신학대 대학원생 4명은 지난해 5월 17일 무지개색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이유로 정학을 포함한 징계를 받았다.

출처ⓒ서총명

– 어떤 뜻으로 무지개색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었나요? 

“2017년에 저희 교단 총회의 반 동성애 결의가 있었어요. 성 소수자이거나 성 소수자를 옹호하는 표현을 하는 경우 교단 내 교회에서 직분을 맡을 수 없고, 교단 학교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였습니다. 저희가 무지개 색 옷을 입고 예배에 참석한 이유는 “우리 곁의 어디에든 성 소수자들이 이미 함께 있고 그들을 밖으로 내모는 세상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자”는 뜻을 전하고자 작은 용기를 낸 것이었어요.”

– ‘작은 용기’를 내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혹시 그때의 일이 지금처럼 큰 사건이 될지 예상하셨었나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어느 정도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징계를 받을 줄은 예상 못했었고, 학교로부터 대화의 가능성도 없이 거부당하고 내몰아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부당 징계 무효소송에서 승소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당연히 기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충분히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배움을 기대했던 학교가 학생에게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학생으로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복학 후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아직은 밝힐 수가 없습니다. (웃음)”

– 학교로 돌아가서 배우게 된다면? 어떤 공부를 원하나요?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배움을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움이 부족해서 지금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됐을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학교로 돌아가서도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지 못하는, 또는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성 소수자 그리스도인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교회가 차별과 혐오 재생산의 온상이 됐는데 억압받고 배제되고 내몰아진 소수자들에게 저희의 재판 결과가 작게나마 위로가 되면 기쁠 것 같습니다. 혐오는 결코 그리스도의 언어가 아닙니다.”

학생들은 승소 판결을 듣고 지인들과 함께 기뻐하며 포옹했지만, 법원을 떠나는 학생들의 걸음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아 보였다. 학교가 아니라 법원에 의해서 징계가 무효가 됐다는 것은 학교가 끝끝내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학생들이 원했던 것은 법에 의한 강제적인 징계 철회가 아니라 학교로부터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회가 아니었을까? 공판에서는 “교단은 동성애자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무지개색 옷을 입었을 뿐인 학생들을 징계한 학교. “학생들이 원하면 대화로 풀 수도 있었다”고 하면서 학교 내 징계 재심은 거부했던 학교.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걸까? 


한편 승소 판결에 따라 징계 피해 학생들은 다음 학기부터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학하게 된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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