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명에 1년 선배 검사장 사퇴?' 중요 정보 누락한 언론

조회수 2019. 7. 16.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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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윤석열 1년 선배'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사의'

7월 15일 포털사이트에는 ‘’윤석열 1년 선배’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사의’라는 제목의 기사가 여러 건 올라왔습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KBS, SBS, 세계일보, 경향신문, JTBC 등에도 게재됐습니다.


기사는 권익환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52·사법연수원 22기)의 사의 소식과 함께 그의 사직인사 글을 인용한 얼핏 보면 평범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목과 본문에서 ‘윤석열 1년 선배’라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문단에는 윤석열 임명 이후 지금까지 사퇴한 ‘선배 검찰’들의 이름을 나열했습니다. 


그가 마치 기수가 낮은 윤석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임명됐기 때문에 사퇴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기사였습니다. 


지금까지 검찰 조직에서는 자신보다 낮은 기수의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사의를 표명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청와대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지검장을 임명했을 때도 일부 언론들은 이번 임명이 검찰 조직의 기수를 파괴할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사의 지적처럼 권익환 검사장의 사퇴도 윤석열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 때문일까요? 

출처: ⓒYTN 캡처
▲ 지난 5월에 보도된 권익환 검사장의 장인 채용 청탁 보도

지난 5월 ‘KT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장의 장인 손모 씨가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처조카의 특혜채용을 청탁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이었습니다. 해당 조직에서 담당한 사건이 조직의 수장과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던 것입니다.


여기서 언급한 서울남부지검장이 바로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권익환 지검장입니다. 지난 4월 수사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권 지검장은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자진해서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를 대검찰청에 냈고 곧바로 휴가에 들어갔습니다.  


5월 9일 서울남부지검은 이석채 KT 전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고, 권 지검장은 5월 13일 검사장 직무에 복귀했습니다. 


권 지검장의 장인은 판사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노태우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1차장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이석채 전 KT 회장과 오랜 친분이 맺어온 그는 이번 보도를 통해 직접 처조카의 특혜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권 지검장이 KT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연루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지검장 사퇴와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검찰관계자는 “당시 권 검사장이 장인 연루 보고를 받기 전까지 사건 내용을 알지 못했다가 스스로 이를 대검에 보고하고 보도가 나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윤석열 차기 총장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빨리 의사를 표명한 것 같다”고 이번 권 지검장의 사퇴를 해석했습니다.

‘’윤석열 1년 선배’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사의’를 보도한 언론사의 기사는 대부분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보도한 것입니다. 일부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기사 편집을 진행했지만, 내용을 보면 연합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구성이 비슷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권익환 검사장의 사퇴에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는 장인의 KT 채용 특혜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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