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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설교한 ‘여자의 본분’, 결론은 ‘남편 위해 살라’

“그래도 여자의 본분은 가지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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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의 본분은 가지고 있어야지.”

지난 7월 11일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안혜상은 시어머니로부터 ‘여자의 본분’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결혼 5년 차가 됐으니 이젠 남편이 뭘 해주면 좋아하는지 배우려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내용의 설교였다. 며느리 안혜상은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가 생각하는 ‘여자의 본분’이란 남편(자신의 아들)을 보필하는 것이었고, 이를 간단히 한 단어로 설명하면 결국 ‘내조’였다. 


여자의 본분이라!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의 말처럼 “되게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대개 ‘본분’이란 자발적이라기보다 강요에 의한 것이고, 사회문화적으로 고정된 어떤 관념과 필요에 의해 강제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질문을 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안혜상의 시어머니가 설교한 ‘여자의 본분’이란 누가 정한 걸까? 그 족쇄를 채운 게 누구인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게 기회를 줘라. 네가 아(며느리)를 간을 키우네.”

시어머니는 주방에 들어간 며느리를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밥솥에 안친 밥이 잘 됐는지,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지, 완성된 음식의 맛은 어떤지, 냉장고 청소는 잘 돼 있는데, 수납장 청소는 깨끗한 상태인지 살피고 또 살폈다. VCR을 보고 있던 오정태가 “CCTV예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혜상은 줄곧 ‘평가’ 받아야 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따가운 눈빛에 긴장해 실수할 때마다 민망함만 더 커졌다.

식사가 끝난 후 남편 남규택이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도대체 무슨 기회를 주라는 것일까? 또, 무슨 간을 키웠다는 걸까? 시어머니의 압박에 결국 혜상은 설거지를 하겠다며 주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냉장고 청소가 이어졌고 시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신의 살림 노하우를 며느리에게 전수했다. 정말 호칭만 ‘공주’였다. 


물론 시어머니의 팁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했다. 들어두면 살림에 도움이 되는 요긴한 정보였다. 문제는 그 노하우를 전달받아야 하는 대상이 어째서 며느리로 국한돼 있냐는 것이다. MC 권오중의 말처럼 살림은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인데 말이다. 시어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주(혜상)’만 찾아대는 이유를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여자의 본분’ 때문이다.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은 “며느리가 살림을 잘해도 본인의 기준에 맞춰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시어머니의 기준은 며느리가 살림을 잘해야 내 아들이 편하다라고 아들에 기준이 맞춰져 있으신 거죠”라며 문제의 본질을 꼬집었다. 그 생각이 옳은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어째서 남자들은 자신이 ‘편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려고 하는 건지 고민해 봐야 한다. 결혼은 ‘엄마의 대체자’를 구하는 일이 아니다.  

다시 질문해보자. 이번에는 혜상의 시어머니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출처 불명의 ‘여자의 본분’을 가지고 계셔서, 살림을 혼자 도맡으셔서, 주방에서 혹은 집안일에서 남자들을 배제하셔서 행복하시나요?” 그 대답은 지난 방송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제사상을 차릴 때 남녀의 역할이 극명하게 갈려 있는 걸 보면서 ‘(그 집안의) 행복’을 가늠했다면 너무 성급한 걸까? 


어느 한쪽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관계가 행복할 거로 생각하기 어렵다. 당장은 ‘본분’이라는 말로 불만을 누를지라도 언제든 폭발의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가령, 여자의 본분이 강조되면 그 반작용으로 남자의 본분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불필요한 짐을 떠넘기는 관계가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 그저 함께하면 된다. 경계를 긋지 말고 부담을 나누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갈등이 지워진다.  


누군가의 ‘본분’을 강제하지 않는 제이블랙-마리 부부의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았던가. ‘달라진 남편’ 오정태는 살림을 분담하기 시작하고 나서 더 얼굴이 좋아졌다. 그의 아내 백아영이 이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혜상의 시어머니는 깨달아야 한다. 내 아들이 행복해지려면 결국 내 아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며느리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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