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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초현실적' 판문점 회동과 G20을 만든 5가지 사실들

북미의 ‘번개’와 우리 정부의 ‘낄끼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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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위 이미지는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PC판 화면이다. 이미지에 오른쪽을 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합니다’(China supports US-DPRK dialogue)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이 광고는 중국의 관영 영어 매체인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가 WSJ에 게재한 유료 광고다. 흥미로운 광고다. 북미정상회담을 지지한다면서 정작 사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지도자가 등장했다. 정작 회담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정상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 광고는 오사카 G20 회담과 판문점 북미 회당을 거치며 급격하게 변한 중국의 스탠스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 중 하나다. 동시에 이 광고에서 우리는 오사카에서부터 판문점 북미 회동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외교전의 뒷면과 각국 정부의 노력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 미국: 2020년 재선을 위한 트럼프 캠페인

2020년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로이터

이번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미국 안에서 완전히 묻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당시 워싱턴은 일요일 새벽이었다. 때문에 우리나라 시각으로 지난 목요일부터 금요일(6월 26~27일)까지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판문점 회동이나 G20으로 완전히 묻혔다는 견해는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조 바이든(Joe Biden) 전 부통령은 흑백통합교육정책에 반대한 전력이 언급되며 곤욕을 치러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의 버싱(Busing, 통학 버스 내 인종분리정책) 정책을 앞장서 반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행보와 G20 외교가 그의 재선 가도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는 중국과 다시 한번 협상테이블에 앉는 모습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치 쇼’라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일부에서 비난할지언정 쇼를 연출한 사람은 유권자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기대감은 결국 표로 연결되는 것이 현실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의 흥행 여파가 오래 가지 않게 잘 차단한 것은 그저 덤이다.


무역 분쟁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손에 쥔 카드를 잃지 않은 채로 상황이 파국으로 밀려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54만 톤 수입화웨이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3천억 달러(한화 약 346조 원)어치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단지 보류됐을 뿐 취소된 것은 아니다.  


화웨이 제재가 해제됐다고 하지만 미국은 원래 안보에 대한 우려로 화웨이 제품을 쓰지 않는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 인도 절차도 아직 중단되지 않았다. 결국, 양국은 특별히 얻어낸 것이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만이 ‘팜벨트’(미국의 농업지대, 미국 중서부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에 일종의 작은 선물을 안겨준 격이다.  


즉, 트럼프는 무역 분쟁의 장기화로 인해 부메랑처럼 돌아올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진통제를 놓은 후 북한과의 만남으로 대규모 이벤트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리고 이 전술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 중국: 실리나 체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G20 회의에서 만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출처ⓒ연합뉴스

화웨이의 제재 해제를 따낸, 그리고 추가 관세를 보류하게 된 중국은 겉으로는 이번 G20 국면의 승자로 보인다. 따지고 보며 중국은 이번 국면에서 실리도 체면도 세우지 못했다.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한 54만 톤의 대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수많은 중국 돼지가 폐사한 탓에 사실상 창고에서 썩을 확률이 있다. 또한, G20 직전 방북하며 북미 관계 중재자를 자처했던 시진핑은 남북미의 판문점 회동으로 다시 입장이 옹색해졌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돼지 사육의 절반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기준 4.4억 마리, 57.3%) 문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이후 중국은 수많은 돼지가 폐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양돈업계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수천만 마리, 심하게는 전체 씨돼지의 1/3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돼지 사육을 위한 콩 확보가 중요한 과제인 중국의 입장에서 하루가 멀다고 돼지가 죽어 나가는 와중에 대두 수입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6월 20일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시진핑 주석

출처ⓒ연합뉴스

판문점 회동 역시 중국 정부에게는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애써 방북해 비핵화의 중재자를 자임했던 시진핑이 주도권을 채 쥐기도 전에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촬영된 사진이 전 세계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앞서 언급한 WSJ 광고의 언밸런스함이 이해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응원할 수밖에 없으나 이 판을 짠 것은 당연히 자기들의 공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 당사자도 아닌 문 대통령과 시진핑이 광고에 등장한 것이다.


즉, 중국은 승리도 패배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를 거둔 상태다. 적어도 미국보다 더 얻어 가려고 했다면 멍완저우 부회장의 신병 인도 절차 중지까지는 얻어냈어야 한다. 

# 일본: 그들이 무시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출처ⓒ연합뉴스

겉으로만 보면 일본은 이번 국면의 최대 피해자처럼 보인다. G20 개최국으로 외교전에 열심이었지만 딱히 얻은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가는 바람에 아베 일본 총리는 아예 외면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잘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철저한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앞서 말했듯 트럼프는 비주류다. 때문에 그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정권을 연장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이벤트를 자주 벌여 왔다. 이는 특히 외교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문제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의 오랜 우방이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파격적인 이벤트의 대상이 되기에는 다소 모자란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전쟁 중인 나라도 아니고 대만처럼 국제적 지위가 애매한 나라도 아니며 원래부터 미국과 친했던 지역의 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본디 일본을 더 우대해 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중 ‘발라당’ 넘어진 아베 총리

출처ⓒMBN 캡처

하지만 트럼프의 입장은 다르다. 대화가 어려운 분단국가의 독재자나 미국이 외교상의 필요로 보호해주기 어려운 국가에 손을 내밀면 그 자체로 파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있어 일본은 한국보다 그 중요성이 덜할 수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장에서 넘어지는 촌극을 연출할지라도 열심히 트럼프를 대접하려 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트럼프에게 일본은 현재 파격적으로 중요한 국가가 아닐 뿐이다.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일본이 정말로 외교를 못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트럼프가 너무나 파격적인 인물일 뿐이다.

# 북한: 외줄타기는 어디까지인가

군사분계선 앞에서 만난 북미 정상

출처ⓒ연합뉴스

최근 북한의 대미, 대남 라인은 통일전선부(통전부) 대신 외무성가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통전부는 작년까지 대미, 대남 외교를 담당해왔다. 물론, 조선일보가 거칠게 숙청됐다고 주장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에 재등장하면서 국내 언론의 대북 정보망이 얼마나 엉망인지 같이 드러났다. 최근 북한이 거친 언사로 우리 정부를 비난했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통전부 시대와 외무성 시대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진핑의 입장을 다소 옹색하게 만든 이번 판문점 회당이 과연 김정은 위원장의 단독 판단이냐 아니면 중국와의 사전 교감의 결과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진핑이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이에 대해 미리 알고 있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G20에 ‘노쇼’(No-show)하면 바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사실상 협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 트럼프인데 김정은인들 부르면 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외줄타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앞서 밝혔듯 북한의 대미, 대남 라인이 변경됐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앞으로 북한의 새로운 외교라인이 담당할 실무 협상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 한국: ‘낄끼빠빠’는 우리가 보여 준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만난 남북미 세 정상

출처ⓒ연합뉴스

이번 G20 및 판문점 회동 국면에서 우리나라는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에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누가 판문점 회동을 기획했는지 모르겠으나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철저히 맞추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면 매우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 모두 스포트라이트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외교라인이 낄끼빠빠를 훌륭하게 해냈다면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행정부는 늘 그랬듯 내부 단속에 집중했다. 현재 북한까지 번진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남하를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화려한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항상 뒤에서 놓치기 쉬운 일이 생긴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는 고성 산불에서 발휘했던 능력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줬다.

#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출처ⓒ연합뉴스

이렇게 또 한 막이 끝났다. 수많은 사람이 정전 선언 이후 66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이야기들이 많다. 북미는 다시 실무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미중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한숨을 돌렸을 뿐이다. 이를 위해 밤낮없이 노력한 모든 이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한다. 

* 외부 필진 힝고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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