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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서명 후 당에서 나무라니 파기한 나경원, 리더십 어디?

조회수 2019. 6. 25. 11: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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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2시간 만에..
출처: ⓒ연합뉴스
국회 정상화 합의문 발표하는 여야 3당 원내대표

80일 만에 국회정상화가 이뤄지는 것 같았습니다. 6월 24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아 3당 교섭단체가 만나 합의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만에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관련 기사: 80일 만에 정상화된 국회 “반복된 파행에 깊은 유감”


자유한국당은 여아 3당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가 서명한 합의안을 추인하는 의원총회(의총)를 열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동의한 합의안에 대해 의총 내내 반대 발언을 이어나갔고 표결로 추인을 부결시켰습니다. 


결국, 국회 정상화는 또다시 길고 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국회정상화 합의문 문제 있었나?

그렇다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무엇을 문제 삼아 이번 합의를 부결시킨 걸까요? 합의안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할만한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여야 4당이 추진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합의 처리 약속, 현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경제청문회 추진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경제청문회의 경우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로 대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서 따로 심사하자고 주장한 재해 부문을 먼저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등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문제는 역시 패스트트랙이었습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안을 보면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로 합의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표현을 문제 삼았습니다.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에서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는 말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건 ‘합의한다’는 완전한 표현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국회 정상화 합의안에 5·18 민주화운동진산규명특별법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조항도 문제 삼았습니다. 패스트트랙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조항이 무의미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원한 건 패스트트랙을 추진한 정당들의 무조건적인 항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경원에 재신임 묻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출처: ⓒ연합뉴스
▲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 부결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리더십 및 정치적인 협상 능력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합의 과정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발언을 쭉 듣더니 먼저 ‘추인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태옥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앞선 여야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당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합의에 참여한 셈이 됩니다. 반대로 제 뜻으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의원총회에서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강경파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도 했습니다.

폭주하는 자유한국당, 탈출구는 없다

출처: ⓒ연합뉴스
▲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 추경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는 모습. 자유한국당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국회 정상화 불발도 결국 자유한국당에게는 악수에 불과합니다.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정부에 발목을 잡았다는 이미지는 취할 수 있겠지만,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은 자유한국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합의한 파기로 대부분의 언론은 80일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은 국회 정상화의 책임이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호의적이었던 바른미래당조차 합의안 파기로 자유한국당과의 협상 의지를 잃은 듯 보입니다. 


국회 파행뿐 아니라 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이 쌓이면서 자유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한계에 달하고 있습니다. 본회의 참석도 하지 않고 국회 상임위원회도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만 출석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그야말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후 어떤 식으로든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하게 되면 항복하는 모양새로 비칠 것입니다. 계속해서 국회 등원을 거부하자니 내년 총선이 걱정될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안 부결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문을 추인해주지 않음으로써 더 강력한 힘을 갖고 합의를 해달라는 것이 당내 의원들의 부탁 사항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자유한국당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을 부결시킨 건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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