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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복귀작 ‘보좌관’ 보고 다른 드라마 떠올린 이유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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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존재감이란 게 이런 걸까. 1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정재가 심상치 않다. 영화 <관상>에서 위풍당당한 걸음과 표정으로 수양대군이라는 캐릭터를 묘사해냈던 그가 이번에는 JTBC 정치 드라마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 송희섭 의원(김갑수)의 수석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은 아침 일찍부터 국회 주변을 달렸다. 그의 시선은 인근 농성장을 향했다. 눈빛이 흔들렸고 표정은 무거웠다. 잠시 제자리 뛰기를 하며 그곳에 머물렀다. 단순한, 일차적원적인 감정은 아닌 듯했다. 복합적인 고뇌가 느껴졌다. 그러나 장태준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나아가야 한다.’ 이정재는 단지 그 장면만으로 장태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위의 장면과 장태준이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을 교차로 보여줬다. 세련되고 영리한 편집이었다. 이를 통해 장태준이라는 인물이 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났다. 인터뷰하는 장태준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보좌관이 아니라 정치인 같았다. 그 장면을 통해 장태준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보좌관은 시작일 뿐 그의 목적지는 ‘국회의원 장태준’이었다.

“모든 걸 의심하라.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라. 약점을 내어주지 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라.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마라. 그리고 이 모든 걸 이용해 이상을 현실로 바꿔라. 이게 제가 가진 보좌관 노릇의 신념입니다.”

장태준은 뛰어난 직관과 정확한 판단력을 갖춘 것으로 묘사되는 인물이다. 또, 승부욕도 있고 집요함마저 갖췄다. 승리를 쟁취할 줄 아는 승부사였다. 거기에 가슴 속에 야심마저 품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욕망을 거칠게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며 차분히 가라앉힐 줄 알았다. 한마디로 냉철했다. 보좌관 장태준은 국회 내 최고의 인재였다. 국정감사를 휘어잡는 날카로운 질의서에 사람들은 그를 ‘가을 독사’라 불렀다. 위치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할 뿐 실질적인 스타는 그였다.


그는 왜 보좌관이 됐을까. 경찰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했던 장태준은 ‘6g의 배지’의 무게와 힘을 실감했다. 세상의 모든 힘이 그 배지로 몰려들었고 그 배지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로 가야 했다. 그의 능력을 처음 알아본 건 당시 비서관이었던 이성민 의원(정진영)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장태준은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여당인 대한당 4선 의원 송희섭을 선택했다. 


장태준은 전략가답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송희섭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 송 의원의 당내 라이벌인 조갑영 의원(김홍파) 측과 힘겨루기에서도 승기를 잡아 나갔다. 또, 산업재해 문제로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부강전자 사장을 법사위 국감에 출석시켰고 국감 파행까지 막아내면서 송희섭 의원을 국감 스타로 띄웠다. 그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던 이성민 의원에게 익명으로 질의서를 넘겨 이 의원이 활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과정은 보시지 마시고 결과만 보세요.”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결과도 잘못되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네 방식이야?”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이기는 게 중요하죠? 세상을 바꿔보겠다면서요. 그러면 어떻게든 이겨야 뭐든 할 거 아닙니까?”

장태준과 이성민의 대화는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장태준은 일견 정의로운 듯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강전자 사장을 국감에 부른 이유도 편법증여와 뇌물공여로 검찰 내사를 받는 주진화학 이창진(유성주)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창진은 장태준이 입성한 원로회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었고 장태준이 국회의원이 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할 인물이었다.


또, 국감 파행을 막기 위해 정치적 쇼를 기획했고 송 의원을 부강노조 시위대가 있는 곳으로 보내 노조 간부들에게만 들리도록 막말을 하게 했다. 시위대가 송 의원에게 달려들어 폭행하자 현장에 있던 경찰은 노조 간부들을 체포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고 그제야 국감은 재개될 수 있었다. 장태준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과정이 어떻든 개의치 않았다. 


<보좌관>은 만듦새가 뛰어난 정치 드라마다. 긴 호흡의 드라마가 2시간짜리 영화의 긴장감을 갖기 힘들지만, <보좌관>은 그 탄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야망을 다루되 뻔하지 않았고 사랑을 그리되 질척거리지 않는다. 또, 과정과 결과의 우선순위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지고 있었다. 국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차별성을 만들어 냈다. 관점을 틀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좌관>을 보면서 문득 두 편의 드라마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조깅하는 장면이나 실리를 얻기 위해 마키아벨리적 쇼를 기획하는 장면, 적대적 관계와 관계없이 비밀 연애를 즐기는 장면 등은 매우 흡사했다. 장태준은 초선 의원 강선영(신민아)과 연인 관계로 은밀하게 서로를 돕고 있다. 게다가 장태준은 프랭크 언더우드의 최측근이었던 더그 스탬퍼(마이크 켈리)를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작품은 JTBC <미스 함무라비>였다. 단순히 배우 이엘리야의 출연이 겹친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드라마의 템포, 특유의 따스한 감성 등이 닮아있었다. 또,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흡사했다. 장태준과 이성민의 관계라든지, 장태준을 존경하는 인턴 한도경(김동준)을 등장시켜 정치의 생리를 깨닫게 하는 대목은 <미스 함무라비>의 전개 방식과 상당히 유사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역시나 <보좌관>은 <미스 함무라비>를 연출한 곽정환 PD의 작품이었다.


첫 방송에서 4.375%를 기록한 <보좌관>은 2회에서도 4.545%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고 이야기의 울림도 큰 편이라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또, 이정재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곳이 없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전개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즌제로 제작되는 만큼 <보좌관>이 완성도 높은 정치 드라마로 기억되길 응원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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