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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훈훈해진 ‘골목식당’ 밀당일까 오락가락일까?

분위기 갑자기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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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소위 ‘악역’을 섭외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 다음 편에서는 감동적인 사연의 주인공을 섭외하는 식이다. 그 편차가 너무 심해서 마치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는 듯하다. 여수 꿈뜨락몰 편에서 최악의 솔루션으로 시청자들을 흥분시키더니 이번엔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차례다.


지난 6월 19일에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원주 미로예술시장을 찾았다. 원주 중앙시장 2층에 위치한 그곳은 이름과 같이 미로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공간이었다. 길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고 그 안에 특색있는 가게들이 숨겨져 있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발생한 화재로 인해 ‘나’동은 잿더미가 됐다. 자연스레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며 활기를 잃었다.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동은 폐쇄돼 있다. 언제 복구될지 기약도 없다.


칼국수집은 화재의 직접적인 피해를 본 탓에 임시 장소로 옮겨와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화면을 지켜보던 백종원은 식당의 엉성한 구조를 보면서 의아해했다. 그만큼 상황은 열악했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었고 비닐로 겨우 구색을 갖춰 놓았다. 주방과 홀은 아예 구분돼 있지 않았다. 화기 등 주방의 구성품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백종원은 “분위기 좋은데요? 시골 장터 같은데요?”라며 사장님의 속상함을 달랬다.

75세의 사장님은 화재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날 1층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고 사장님은 1층에서 떡집을 하던 아들의 부축을 받아 대피했지만, 그로 인해 15년 동안 머물렀던 공간을 몽땅 잃어버렸다. “그 당시 진짜 말도 못 해요. 가슴이 막 타들어 가는 것 같아서…”, “10원 하나도 못 건지고…” 사장님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복구 진행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비록 불가피한 사정으로 허름한 곳에서 근근이 장사하고 있었지만, 칼국수집 사장님의 음식 솜씨만큼은 일품이었다. 그의 맛은 임시적인 게 아니었다. “우린 사는 것 하나 없어. 내 손으로 다 만들어”라던 식자재에 대한 자신감과 어린 시절 새참을 만들며 어머니에게 배운 칼국수의 깊은 맛에 대한 자부심은 항구적이었다. 5, 60년대의 방식으로 맛을 낸 칼국수는 손맛뿐 아니라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메뉴판에도 없는 칼제비(칼국수+수제비)를 주문한 후 맛을 본 백종원은 “웃긴다”면서 계속해서 국수를 흡입했다. 이런 반응은 대체로 예상치 못했던 맛을 만났을 때 보여주는 감탄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종원은 국물이 진하지 않은 담백한 칼국수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냉면으로 치면 평양냉면이라고 할까.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었다. 백종원은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계속 입에 넣게 되는 누룽지 같다고 평가했다.

“이 칼국수의 맛은 우리가 칼국수 맛집이라 생각하는 집의 칼국수와는 결이 다릅니다. 아마 이 맛은 웬만해선 못 볼 겁니다. 그런 거 경험해 보려면 강추. 칼국수 마니아라면 한 번 정도는 경험해 보실 맛.”

칼제비에 이어 팥죽도 호평을 끌어냈다. 팥 본연의 맛이 쑥 올라와 긴 여운을 남기는 팥죽의 맛에 백종원은 팥죽 마니아들이 좋아할 거라 호평했고 김성주는 맛있다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전체적으로 칼국수집의 음식들은 소박하지만 정신이 담겨 있었다. 고향의 맛이라 해도 좋고 할머니의 맛이라 해도 좋았다. 인공적인 맛이 가미되지 않은 본연의 음식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맛에 대한 검증이 끝난 만큼 칼국수집에 대한 솔루션은 환경에 대한 것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시로 꾸린 가게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검토될 전망이다. 사연과 맛, 그리고 어르신에 대한 공경이 더해지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원주 미로예술시장 편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비록 스테이크집과 타코&부리토집에서 약간의 갈등이 전개되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정우진 PD는 “이번 원주 편 방송에서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이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마도 여수 꿈뜨락몰 편의 반작용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물론 이런 훈훈함은 좋다. 맛과 실력이 있으나 여러 가지 외부적인 사정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골목식당들을 발굴해서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것이야말로 시청자들이 원했던 프로그램의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운 건 여전히 섭외와 솔루션에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제의 범위가 워낙 넓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편집의 방향도 천차만별이다. 여수 꿈뜨락몰 편의 공격적인 편집과 달리 원주 미로예술시장 편은 몇 발짝 물러나 있는 듯했다. 출연자에 따라서도 확연히 공기가 다르다. 그건 아마도 사연과 출연자의 나이의 영향을 받는 듯하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오로지 ‘백종원의 입맛’에 따라 모든 솔루션의 방향이 좌우된다는 점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백종원은 언제나 자신의 입맛을 대중적이라 확신에 차서 말하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돼 있지 않다. 그의 이름을 내건 프랜차이즈 식당의 맛이 언제나 옳았던 건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도 타코&부리토집 사장님과의 입맛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건 갸우뚱하게 했다.  


차라리 백종원이 나서기 전에 김성주나 정인선이 미리 음식의 맛을 본다든지 손님들의 반응을 먼저 살펴보는 식으로 좀 더 객관적인 맛을 평가해 보는 건 어떨까. 누적된 데이터 없이 오로지 백종원의 입맛에만 의존해 방송을 이끌어 나가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앞으로 원주 미로예술시장 편의 솔루션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것이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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