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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홍보 포스터가 '대참사'라 불리는 이유

조회수 2019. 6. 13.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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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논란'의 바로 그 영화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의 전기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6월 13일 개봉한다. 지난 3월 개봉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가 생애 전체를 집약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였다면 (관련 기사: 노토리어스 RGB, 세계에서 가장 힙한 대법관) <세상을 바꾼 변호인>(원제 : On the basis of sex)은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청년 시절을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한다.

출처: ⓒCGV 아트하우스
Marvelous(훌륭한)’을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날’로 바꿔놓은 CGV의 포스터

꼭 알아야 할 역사적 판례 세 가지

이 영화의 국내 배급사인 CGV 아트하우스는 앞서 ‘꾸안꾸한 날’, ‘러블리한 날’, ‘핵인싸 데일리룩’ 등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말로 영화를 홍보해 문제가 됐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은 여성의 패션이 아니라 미국 근대사를 바꿔놓은 판례들이다. 패션 영화가 아니라 명백히 법정영화인 <세상을 바꾼 변호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판례 세 가지, 스포일러 없이 소개한다.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Brown v. Board of Education, 1954년)

과거 미국에서 백인학교와 흑인학교를 분리시키는 것은 합법이었다. 1896년 플레시 대 퍼거슨(Plessy v. Ferguson)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동등한 환경을 제공한다면 인종을 분리해 운영해도 차별이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1951년 캔자스 주의 올리버 브라운은 자신의 딸을 21블록 떨어진 흑인학교가 아니라 더 가까운 5블록 거리의 백인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연방지방법원은 플레시 대 퍼거슨 판례에 따라 브라운의 딸을 흑인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를 계기로 인종분리정책에 대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소송이 일어났고 결국 1954년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플레시 대 퍼거슨 판례를 뒤집게 된다. 이 사건 변호인단 중 한 명이었던 콘스탄스 베이커 모틀리는 연방대법원에 변론요지서를 제출한 최초의 흑인 여성 변호사가 됐다.


루스는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처럼 선례를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루스의 남편 마티가 이건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판결이라 말하자 루스는 “우린 세대가 바뀌었다”고 답한다.

출처: ⓒOn the Basis Of Sex
(왼쪽부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루스의 딸 제인 긴즈버그, 도로시 캐니언

호이트 대 플로리다 

(Hoyt v. Florida, 1961년)

그웬돌린 호이트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살해한 죄로 기소됐다.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그의 유죄를 평결했는데, 당시 플로리다 주 법은 여성을 배심으로 선임할 때 사전에 자발적으로 신청서를 낸 여성 명단에서만 선임하게 돼 있었다. 호이트의 유죄는 전원 남성으로만 이뤄진 배심원단의 평결이었다. 변호사 도로시 캐니언은 플로리다 주의 배심법이 결과적으로 여성을 배심직에서 배제하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남녀로 구성된 배심에서 심리를 해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여성이 가정의 중심이므로 배심원과 같은 공직에 여성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루스는 럿거스 대학에 ‘여성과 법’ 강의를 개설하고 첫 시간에 이 판례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도로시 캐니언은 후에 루스의 중요한 조력인으로 등장한다. 선배 변호사 도로시 캐니언, 루스의 제자들, 그리고 딸 제인 긴즈버그 등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루스를 돕는다.

출처: ⓒ On the Basis of Sex
펠리시티 존스가 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청년 시절

브래드웰 대 일리노이 주 

(Bradwell v. Illinois 1873년)

여성인권운동가이자 변호사 마이라 브래드웰이 오로지 성별을 이유로 변호사 개업 면허가 거부된 데 대해 주당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1873년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운명과 임무는 아내와 어머니라는 직무를 다하는 것이며 이것이 창조주의 법인 것이다”는 판결을 내리며 마이라의 주장을 외면했다. 21년이 흘러서야 일리노이 주가 여성의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마이라는 변호사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에서 루스는 자신을 비웃는 남성 대법관들 앞에 서서 마이라 브래드웰의 이름을 말한다.

“만약 백 년 전이었다면 저는 판사님 앞에 서지도 못했습니다.”

로스쿨에 여학생이 10명도 채 되지 않던 시대였다. 1927년 콜롬비아 대학교 로스쿨의 학장이었던 할란 F. 스톤(후에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된다)은 자신의 시체를 넘기 전까진 여자가 로스쿨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어쨌든 할란의 살아있는 몸뚱이를 넘어 루스를 비롯한 여성들이 입학했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바꾸는 세상을 막을 수 없었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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