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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개월 만에 경상수지 적자' 국회가 일해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19. 6. 12.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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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출처: ⓒ연합뉴스(자료: 한국은행)

이전부터 미-중 무역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등 터진 새우의 모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활로를 투자 분야에서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교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는 무역 분쟁이 어떤 형태로 발생하든 주력 업종인 수출 제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4개월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4월 경상수지가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사실 4월 경상수지를 잘 뜯어 보면 유형 재화의 수출에서는 여전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를 측정하는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가 지난해 4월의 96.2억 달러 대비 41.1% 감소한 56.7억 달러에 그쳤으며 기존에 꾸준히 적자를 유지해 오던 서비스 수지(14.3억 달러 적자) 및 본원/이전소득의 적자 폭(각각 43.3억 달러, 5.7억 달러 적자)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교역조건 지표도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순교역조건이라 함은 수출품의 평균 단가와 수입품의 평균 단가를 비교한 것이라고 보면 쉽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 중 하나인 DRAM 반도체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중 무역 분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의 IT 기업인 화웨이가 지목되면서, 중국향 반도체 수출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반도체 가격이 올해 3분기에만 10~15%, 4분기에도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출처: ⓒ한겨레(자료: 디램익스체인지)

그러나 투자의 경우 이야기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대중국 압박을 계속하면서 현재 많은 중국 자본이 투입된 실리콘밸리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 소유의 VC(벤처캐피털)에서 발생하는 딜은 2018년 1분기를 정점으로 2019년에는 거의 0건에 근접하고 있으며, 리서치 업체 로듐(Rhodium)에 의하면 중국의 대미국 직접투자(기업 인수합병 포함)은 지난 2016년의 460억 달러 대비 90% 하락한 50억 달러 규모에 그쳤다.


게다가 같은 보도에 따르면,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료 및 몇몇 공화당 상원 의원들(아마 FI Committee 소속으로 추정된다)이 스타트업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벤처캐피탈 플랫폼사인 F50의 데이비드 조(David Cao) 대표(중국계 미국인)는 중국계 투자사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지난 4월 스탠포드에서 있었던 F50 GCS 2019(Global Capital Summit)에서도 중국 측 참가자는 거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이러한 갈등에서 주로 비치는 것은 미국이 자국의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주장하는 산업들 위주이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이 지적재산권 전체를 미국의 안보와 연결시키고 있는 현재의 사정상 중국 자본의 미국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다양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실리콘밸리가 당장 필요한 투자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 틈새를 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대형 VC들은 2010년대 중반 이후로부터 해외 투자 실적을 착실히 쌓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1위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같은 경우 이미 2018년 말 기준 해외 스타트업에 약 2천억 원을 투자한 바 있으며, LB 인베스트먼트는 중국의 데이팅 앱 탄탄에 투자해 600% 가까운 성과를 낸 바가 있고, 아주 IB 투자는 나스닥에만 9개 기업을 상장시켰다. 즉 한국 VC들의 해외 투자 실적 역시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규제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7조에는 창업투자조합의 해외 투자 한도를 납입자본금의 4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 법률에는 창업투자조합이 의무적으로 국내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도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 투자를 활발하게 유치하는 중이고,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나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경우 이미 해외의 대형 VC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의 VC들이 한국에 유입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들이 한국에서 우수한 투자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의 다른 스타트업들을 해외에 소개해 이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토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된 이상 사실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 간 할 수 있는 일에 선을 긋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의 기존 제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할 동력을 더 이상 키워 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남은 것은 국내외 자본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상대적으로 젊은 스타트업들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정부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은 아마 곧 그 효익을 잃게 될 것이다.

출처: ⓒ연합뉴스
청년창업가와 대화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해외 투자 시 납입자본금의 40% 조항을 삭제하고 국내 창업기업 의무 투자 비중을 개선한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이 현재 입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률은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아 계속 법률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년이 중요하다며 청년을 만나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모순적인 행보다.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게끔 하는 법안은 나 몰라라 하고 청년이 중요하다니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관념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에 큰 관심 두지 말고 높으신 분들께서 알아서 인 마이 포켓 하게끔 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근면하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 구리디 구린 새마을 스피릿으로 경제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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