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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퇴 선언’ 박한이 편드는 참담한 댓글들

“월요일 아침이면 마누라가 좀 해주지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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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 박한이

출처ⓒ연합뉴스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다.”

지난 5월 27일,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박한이 선수가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다. 자녀 등교를 위해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하자 혈중 알코올 농도 0.065%로 적발됐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박한이는 영웅이었다. 2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 말 2사 1, 2루 상황에서 김한수 감독은 박한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타로 나선 박한이는 초구를 노려 큼지막한 안타를 만들어냈고, 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짜릿한 역전승을 끌어냈다. 베테랑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 존재 가치를 제대로 각인시킨 한 방이었다. 

출처ⓒ연합뉴스

박한이는 2001년 입단해 2019년까지 무려 19시즌을 삼성에서만 뛴 백전노장이다. 현역 최고령 선수이기도 하다. 우승 반지를 7개나 가지고 있을 만큼 최고의 순간들을 만끽했다. 통산 2,127경기를 뛰며 타율 0.297, 2,174안타, 146홈런, 906타점, 149도루를 기록한 레전드였다. 은퇴 후 그의 등 번호 33번은 영구결번이 사실상 예정돼 있었고, 이어 지도자로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박한이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 각별한 선수였다.


단순히 박한이가 ‘원 클럽 맨’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야구팬들 사이에 박한이는 ‘착한이’로 통했다. 2008년과 2013년 시즌이 끝난 후 2번의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금액(2년 10억 원, 4년 28억 원)에 계약했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세 번째 FA 권리를 포기한 뒤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쉬움은 없다. 내 운이 거기까지였다. 한 팀에서 오래, 즐겁게 뛰는 것도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행운 아니겠나”고 했던 박한이였기에 삼성 팬들의 애착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윤창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홍보물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아무리 레전드 반열에 오른 선수라 할지라도, 아무리 팬들 사이에서 좋은 이미지의 선수라 할지라도 음주운전은 용인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그것이 전날 마신 술로 이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박한이는 구단 측에 26일 키움 전이 끝나고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을 참관한 후에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술을 마셨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 2018년 11월: 1만 2,801건

- 2018년 12월: 1만 714건 (18일, 윤창호법 시행)

- 2019년 1월: 8,644건

- 2019년 2월: 8,412건

- 2019년 3월: 1만 320건

- 2019년 4월: 1만 1069건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향신문이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이후 줄어들었던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지난 4월에는 윤창호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걸리는’ 음주운전이 이러한데 단속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음주운전은 얼마나 더 많을까.


더욱 참담한 건 여론이다. 포털사이트 등의 댓글을 보자. 그것이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바로미터일 텐데, 대체로 ‘술 먹은 다음 날 걸리는 건 안타깝다’는 쪽이다. 안재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밤이 아니라 오전에 단속된 경우에는 동정 여론이 많은 편이다. 물론 ‘참작 사유’가 될 순 있겠지만, 음주 운전 사실 자체를 뒤바꿀 순 없다. 더군다나 다음 날 오전에 단속이 될 정도였다면 상당량의 술을 마셨거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한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 수치였다. ‘(다음날) 오전’이라는 시점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수치의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박한이의 경우 가벼운 접촉사고에 그쳤지만, 자칫 큰 인명피해를 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황민의 경우처럼 사상자가 발생해야지만 음주운전이 잘못인 게 아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무조건 잘못이고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출처ⓒ연합뉴스

“아니 와이프는 뭐하고 전날 경기 뛰고 온 선수 운전을 시키냐” (‘삼성도 멘붕 “영구결번→지도자, 준비했던 박한이 시나리오 물거품”’ 기사 댓글, 스포티비뉴스) [찬성 726, 반대 113] 
“월요일 아침이면 마누라가 좀 해주지 너무하노” (‘[오피셜] '음주 사고 물의' 박한이, 도의적 책임지고 은퇴 선언’ 기사 댓글, 오센) [찬성 855, 반대 214] 

사실 ‘술 먹은 다음 날인데…’의 동정 여론보다 더 참담함을 불러일으켰던 댓글은 따로 있었다. 박한이의 음주운전의 책임을 그 아내에게 돌리는 내용의 댓글이었다. 충격적이게도 찬성의 수가 반대를 훨씬 앞지르고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박한이는 성인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음주운전의 결과뿐만 아니라 음주운전과 관련한 모든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자초지종을 알 수 없지만, 결정은 그의 몫이었다는 이야기다.


박한이의 음주운전에 대해 박한이의 아내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는 남편인 황민이 음주운전을 저지르자 그의 아내 박해미가 전면에 나서 사과를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얼토당토않은 연대책임이 기묘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한 명의 선수를 허망하게 보냈다는 허탈감만은 아닌 듯하다. 박한이는 책임을 통감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댓글들이 ‘레전드’ 박한이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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