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시어머니들의 공통점

조회수 2019. 5. 27. 20: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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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어머니' 생각보다 많다.

시어머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썰렁한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 아들과 정서적으로 분리가 돼 있지 않다. 아들이 성인이 됐는데도 여전히 아이 다루듯 대하거나 결혼 후 가정을 이뤘는데도 끝내 ‘품 안의 자식’으로 여긴다. 그 비(非)분리가 며느리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게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너무 강해 벌어지는 일이다. 애정과 관심이 온통 아들에게 쏠려 있다. 그러다 보니 며느리의 역할은 내 아들의 내조자로 국한되고, 며느리에 대한 평가 역시 아들에게 얼마나 충실히 내조하는지로 결정된다. 며느리를 자신의 대체자(엄밀하게는 하위 호환)로 여기는 것이다. 지난 5월 23일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며느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냉장고 청소도 안 되어 있고…”

댄스스포츠 선수 안혜상과 남편 남규택은 무려 석 달 만에 휴식을 맞았다. 안혜상은 모처럼 늦잠을 잤고, 남규택은 아침을 준비했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두 사람의 아침 모습이었다. 그렇게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가 했는데, 곧 시어머니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단란한 일상은 깨져 버렸다. 두 사람은 분주해졌다. 시어머니의 ‘검사’를 대비해 대청소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방부터 안방까지 청소가 이어졌지만, 시어머니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잔뜩 싸 들고 온 시어머니는 정리를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곰팡이 핀 음식과 군것질거리를 보고 며느리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 핀잔이 며느리에게만 향해야 하는 걸까. MC 권오중은 “냉장고 정리는 남편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김선영 미디어 평론가는 “일하는 며느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네가 잘 챙겨서 줘야지. 목이 좀 빨리빨리 낫지. 그 옆에서 케어를 누가 해주겠니.”

황효은과 김의성 부부는 예기치 않게 양가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황효은의 친정 부모님이 이사한 딸의 집에 들러 식사를 함께했는데, 그 이후 김의성의 엄마,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갑자기 반찬을 가지고 방문하게 된 것이다. 조금은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대화를 나누던 중 시어머니는 김의성의 목소리가 쉬어 있는 걸 발견하고 난데없이 그 책임을 며느리에게 전가했다. 황효은은 “결국은 내 책임이야?”라며 황당했다.


보다 못한 황효은의 친정어머니가 꿀이라도 좀 먹으라고 권했고, 황효은은 남편에게 “꿀 있어, 저기 어디. 꿀 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있어’ 하지 말고 챙겨줘 봐. 따뜻하게”라고 쏘아붙이더니, “남자들은 안 챙겨 먹어. 여자들이 이렇게 하나씩…”이라며 며느리의 책임을 강조했다. 황효은은 인터뷰에서 “내가 결혼을 한 거지, 누구를 케어하기 위해서(가 아니잖아)...”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MC 이지혜도 “희한하게 (여자들에게) 남편까지 챙겨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라며 거들었다.

“신랑 밥은 차려줘야지.”

백아영은 모처럼 만에 친정 엄마와의 데이트에 나섰다. 결혼 후,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옷 구경도 하고, 화장품도 고르고, 마사지까지 받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아무래도 혼자 집에 있는 남편 오정태가 마음이 쓰여 일찍 귀가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넌 어디 갔다 오냐! 너희 신랑 밥도 안 주고.”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각기 다른 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갈등의 결은 같았다. 갈등의 원인은 명확했다. 첫 번째는 아들에 대한 비분리였고, 두 번째는 며느리를 아들의 내조자쯤으로 여기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었다. 이 시대의 시어머니들에게 며느리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면서 (심지어 밖에서 일하더라도) 남편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고, 아픈 곳이 없는지 살피고 약을 챙겨주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집사람·안사람·바깥사람 같은 구분이 무용해지고, 외조와 내조를 구별 짓지 않는 시대다. 그저 배우자면 족하고, 배우자의 지원이면 충분하다. 더군다나 며느리는 엄마의 대용품이 아니다.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오롯이 아들의 배우자로 인정해야 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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