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황교안이 광주에 가야만 했던 이유

당대표 황교안과 대권주자 황교안은 다르다.

1,386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5.18 기념식을 찾은 황교안 대표

출처연합뉴스

황교안 대표가 기어이 광주에 갔다. 5.18기념식 참석을 예고했다가 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멀쩡한 펜스를 뜯어내는 탈주극까지 벌이며 광주행을 강행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황 대표가 대표하고 있는 정당은 광주와 친하지 않다. 5.18의 원죄를 지닌 저 당은 뻔뻔하게도 매년 5월만 되면 광주를 모욕하고 외면한다. 그런 당의 대표가 5월 18일 광주에 가겠다고 하니 고운 소리를 들을 리 없다.


황 대표는 그 많은 모욕을 감수하고 왜 꼭 광주에 가야만 했을까? 유시민 작가는 황 대표가 광주에 “얻어 맞으러 온다”고 말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글쎄다. 황 대표가 광주 가서 망신을 좀 당한다고 그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까? 해묵은 지역주의가 그들을 구원할까? 그런 기대는 자유한국당이 주류였던 시절, 즉 영남 지역주의가 패권적 지위를 갖고 있을 때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황교안 대표

출처연합뉴스

황교안이 광주에 가야만 했던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당대표 황교안과 대권 주자 황교안은 다르다. 반토막 삼토막난 보수지지층 결집에도 바쁜 당대표 황교안에게 광주 방문은 그리 내키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3년 뒤 천만표 +a가 필요한 대권 주자 황교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이나 한 듯 취임 첫해만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임기 내내 기념식에 불참했다. 둘은 이란 부통령을 만난다거나 국제 회의가 있다거나 하는 시덥지 않은 이유로 광주행을 거절했다. 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 식순에서 뺀 것도 모자라 2010년에는 행사곡으로 경기 민요 ‘방아타령’을 넣기도 했다. (즐거운 날 부르는 민요인 방아타령은 "노자, 좋구나"로 시작된다.) 그들이 5.18을 마음껏 무시하고 모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도 충분할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민중의 소리

한국의 보수정치 세력은 박정희 시대 이후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해왔다. 그 시절 광주와의 화해는 그들에게 그리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다. 5.18은 (그 진실과는 무관하게) 영남 지역주의의 대척점이었고, 오히려 광주의 아픔을 외면하고 고립시키는 것이 보수진영의 유리한 득표전략이었다.


반대편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2016년 9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당대표에 당선되자 마자 전두환에게 인사를 가겠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지만 추 대표는 “모든 세력을 포용하려는 마음이었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 다음해 민주당 대선 주자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첫 공식 일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약자였던 민주진영은 언제나 보수 진영과의 화해에 공을 들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했던 정치인이었다. DJP연합을 이끌어낸 것이나 당선 후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한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고자 애썼던 고육책이었다.

출처뉴스타파 캡처

그런데, 2017년 탄핵 이후 운동장이 반대로 기울어졌다. ‘나라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이라던 사람들마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그들이 진짜로 나라를 팔아먹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거다.


3년 전 박근혜를 대신해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황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올해 제 발로 광주를 찾아간 황 대표는 그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한국 정치에서 '화해'와 '포용'은 언제나 약자의 전략이었다. 2022년 대권을 준비하는 황교안은 이제 쪼그라든 영남 지역주의만으로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자유한국당에게 5월은 달력에서 지우고 싶은 달이다. 그러나 5월은 매년 찾아온다. 나는 황교안의 광주행이 더 이상 광주를 외면해서는 정권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보수 대권 주자의 현실 자각이자, 오월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애처로운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어서와. 기울어진 운동장은 처음이지?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