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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대표님들, ‘독재 타도’, ‘헌법 수호’하자면서요

그런데 ‘선거제 개편’은 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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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출처ⓒ연합뉴스

4월 중순 이후부터는 뉴스 보는 게 더없이 흥미로운 나날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하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 고발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그런데, 이 사단이 왜 난 거지? 재미를 뒤로하니 의문이 남는다. 패스트트랙이 어쩌고 선거제도가 저쩌고 하는데 뭐라는 건지. 그래서 준비했다. 자유한국당이 결사코 저지하고자 했던 패스트트랙, 특히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알아보자.

패스트트랙이란?

찜질방 아님 주의

출처ⓒ연합뉴스

패스트트랙이란 신속하게 처리돼야 할 중요한 법안이 빠르게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게 마련한 제도다. 특정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동의할 시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안건 소관 위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재적 위원 과반수로 발의,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으로 의결한다). 이렇게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은 최단 180일,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그렇다면 ‘동물 국회’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으려고 했던 법안은 무엇일까.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핵심은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혁 등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수사 기구다. 고위공직자들의 범죄 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독립기구인데, 자유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의 친위대라며 반대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은 설명이 좀 길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출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현재 우리나라는 선거제도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 현재는 전체의석인 300석 중 지역구 의원이 253석, 비례대표 의원이 47석을 갖는 구조다. 지역구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보다 5배 이상 많은 가운데 소선거구제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이다. 유권자가 한 표씩을 행사해 득표수가 가장 많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식이다. 만약 거대 정당인 A당의 후보자가 한 지역구에 출마해 45%의 득표율로 1위를 한다면 A당의 후보자가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 된다. 다른 후보자에게 두루 돌아간 55%의 득표수는 모두 사표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봐도 A당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의 숫자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소선거구제는 지역구 유권자의 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 보완한 것이 바로 비례대표제이다. 유권자는 후보가 아닌 정당에 투표하며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과 같은 비율로 분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C당의 정당 지지율이 20%라면 C당은 실제로 전체 의석의 20%만큼을 갖는다.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C당 의원들이 국회 의석의 20%를 채우지 못했다면 부족한 의석수는 비례대표 석으로 채우는 식이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표심을 보다 명확히 반영할 수 있다. 독일, 뉴질랜드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혁은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내용을 담고 있다. 100%는 아니지만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기존 47석의 비례대표 석을 75석으로 늘려 50%의 연동률을 적용한다.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을 때, 가져가야 할 나머지 의석수의 절반만을 각 당에 배분한다. 이렇게 모든 정당에 의석을 배분한 후 남은 비례대표 석은 다시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각 당에 배분한다.

왜 연동형 비례대표제인가

선거구제 변화에 따른 정당별 의석수 시뮬레이션

출처ⓒ한국일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장점은 국민의 실제 지지도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수 정당에 대한 표가 기존과 달리 의미 있는 한 표가 된다. 실제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을 살펴보면 그 효과가 더 크게 드러난다.


소수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이전까지 반영되지 못했던 지지율을 제대로 획득할 수 있다. 이는 여성·환경 등 새로운 의제들을 내세우는 신생 정당들의 국회 진출이 더 용이해진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국회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이 다양해지면, 기존 양당 체제로 인해 발생했던 부작용도 억제할 수 있다. 거대 정당의 의석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전처럼 한 정당이 의석의 반 이상을 차지해 의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등의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왜?

자유한국당 장외투쟁으로 텅 비어 버린 국회

출처ⓒ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기 위해서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을 맡은 자유한국당은 의석이 줄어드는 일이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숙원이었던 공수처를 얻었기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해 12월,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5당의 원내대표가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합의안은 자유한국당이 돌연 비례대표 전면 폐지안을 가져오며 깨졌고, 이후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수처 설치와 묶어 패스트트랙에 상정하게 됐다.


현재 OECD 가입국 37개국 중 24개국이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비례대표제 도입 국가는 31개).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미 2015년 국회에 제안한 적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전면 실시가 아닌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장외투쟁에 한창인 자유한국당이 외치는 구호는 ‘헌법 수호’와 ‘독재 타도’다. 헌법을 수호하고 독재를 타도하는 건 국민의 힘이 강한 국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이 바로 국민의 힘이 보다 큰 국회를 만드는 개혁이다. 자유한국당의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다. 독재의 칼로 쓰여 온 국가보안법을 앞장서서 수호해온 공안 검사 출신의 황교안 대표가 독재 타도를 외치는 이 상황이 그저 낯설기만 할 뿐이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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