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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집 사장님 눈물 나게 만든 백종원의 '진짜' 솔루션

조회수 2019. 4. 29.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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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요새 힘들어, 진짜.."

도대체 왜 소곱창과 돼지곱창을 함께 파는 걸까?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산 해미읍성 편을 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다. 둘 다 곱창이라고 해도 소곱창과 돼지곱창은 손질 방법부터 보관법, 조리하는 방법까지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까 아예 다른 음식이었다. 백종원도 곱창집의 메뉴판을 보고 의아해하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해결해야 할 부분이었다.  


솔루션 첫날, 백종원은 돼지곱창전골과 소곱창전골을 연달아 먹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개별적으로는 훌륭한 음식이지만, 함께 먹기엔 무리가 있었다. 서로의 맛을 해쳤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수의 자영업자가 점차 메뉴를 늘려간다. 불안감 때문이다. 메뉴가 다양하면 더 많은 손님이 찾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늘어난 메뉴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역시 불안감 때문이다. 메뉴와 함께 손님이 줄까 봐. 


솔루션 과정에서 곱창집 남사장님은 소곱창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두 가지를 동시에 파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양질의 소곱창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메뉴의 단순화는 백종원 솔루션의 기본 방향과 일치했기에 곱창집은 앞으로 돼지곱창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백종원은 간장 소스 등 비법을 전수했고, 손님들의 반응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문제도 있었다. 백종원은 곱창집 여사장님의 접객 태도를 지적했고, 사장님은 쿨하게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였다. 그때 곱창집 사장님은 개인적인 질문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은 과거 서산으로 옮겨 가면서 자신이 운영하던 돼지곱창집을 친한 선배에게 넘겨줬었다고 했다. 몇 년 후에 다시 해미로 돌아오게 됐고, 그땐 소곱창만 팔았지만 도저히 매출이 나오지 않아 돼지곱창까지 함께 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같은 지역에서 장사하는 선배에게 피해가 갈까 봐 소곱창을 빼지 못하고 두 가지 메뉴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소곱창을 빼고 돼지곱창만 팔려고 하니 아무래도 선배가 마음에 쓰인다는 것이다. 소곱창과 돼지곱창을 동시에 하는 게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메뉴에서 소곱창을 빼길 주저했던 진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백종원은 잠깐의 고민 후에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 여기다가 붙이세요. 같이 하는 집이라고. 그리고 소스 가르쳐 주면 되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었다. 그리고 혜안이었다. 백종원은 아예 그 사장님을 불러서 비법 소스를 가르쳐 드리라고 말했다. 자매 가게로 솔루션을 함께 받으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방송이 나가면 손님들이 몰려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백종원의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들은 사장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짐작되는 장면이었다. 

사장님은 곧장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했고, 선배는 애써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다독였다. 멀리 출타 중인 선배를 대신해 그의 아내가 곱창집을 방문했고, 그간의 말 못 할 사정을 털어놓으며 깊은 대화를 나눴다. 선배의 아내는 곱창집 사장님의 배려에 “고마워요. 요새 힘들어, 진짜”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사장님도 함께 울었다.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이 장면이야말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방송을 탄 몇몇 가게가 솔루션을 받아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해미읍성 지역 전체가 살아나는 게 중요하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 진정한 솔루션이고, 그러기 위해선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눈앞의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의 접근이 요구되고, 그러기 위해선 욕심을 내려놓고 상생을 추구해야만 한다.  


방송이 끝난 후 정작 화제가 된 건, 곱창집 여사장님의 접객 태도에 대한 백종원의 지적과 갑자기 잠수를 타버린 쪽갈비 김치찌갯집 사장님이 선사한 황당함이었지만, 곱창집에서 피어난 훈훈함이야말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백종원이 솔루션 대상이 아닌 호떡집을 찾아가 마가린으로 구워보라고 제안하는 건 ‘(가급적) 모두가 잘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일 것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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