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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현실적으로 담아 차마 못 본다는 ‘이 드라마’

제목은 반어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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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저 의아한 제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어떤 문제가 눈앞에 발생하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 말은 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 세상은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과도 같다.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물밑의 진실이 고개를 들고, 그제야 우리는 진실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우리에게 진실은 정의이고,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피상적으로 불리는 진실과 실체적으로 만나는 진실은 무게부터 다르다. 강인하(추자현)와 박무진(박희순)의 일상은 행복으로 가득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인하와 고등학교 교사인 무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를 잡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었다. 아들 선호(남다름)와 딸 수호(김환희)도 예쁘고 착하게 잘 자라 주었다.  


집 안에는 항상 웃음이 넘쳐 흘렀다. 축구 경기를 함께 응원했고, 개기월식을 함께 보기로 약속까지 했다. 입가에 웃음이 자연스레 지어지는 나날이었다. 인하와 무진은 자녀에게 보다 나은 학업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이사까지 했다. 이제 선호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주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이렇듯 인하와 무진에게 삶은 안정적이었고, 단단했다.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만큼. 

그 행복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아니, 실재하긴 했을까. 선호가 학교 옥상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인하와 무진의 관점에서 그려졌던 행복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마치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선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하와 무진은 이해되지 않았다. 선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학교 생활도, 교우 관계도 원만했던 아이였다. 집에서도 고민이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선호는 그저 순하고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인하와 무진은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 자신들이 선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선호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 이기찬(양한열), 조영철(금준현), 나성재(강현욱) 등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단짝 친구였던 오준석(서동현)과의 관계도 뒤틀어진 지 오래였다. 선호가 정다희(박지후)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인하와 무진의 ‘아름다운 세상’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남자애들끼리 주먹질 좀 한 걸로 학폭위(학교폭력대책위원회)까지 소집했으면 됐지. 어떻게 애들을 살인자로 몰아?”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제목은 ‘반어법’이 분명하다. 언뜻 보기에 세상은 아름다워 보인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특정 사건의 당사자가 됐을 때, 특히 피해자와 그 가족이 됐을 때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학생이 그것도 학교 옥상에서 추락했는데,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까 봐 전전긍긍했고, 경찰 측은 애초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세상은 진상 파악이 아니라 은폐와 축소에 열을 올린다.


‘학교 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민낯은 더욱 추악했다. 이해가 개입되자 진실은 더욱 갈 길을 잃고 말았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 부모들은 사죄는커녕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오히려 피해자 가족을 겁박했다. 기찬의 엄마 권지혜(명지연)은 인하를 찾아가 “선호 엄마도 자식 키우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애들을 살인자로 몰아가?”라며 따지고 들었다. 

“나 싸울려고 온 사람 아니에요. 학폭위 진행되면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온 거예요. 아이들끼리 쌓아온 정도 있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애들 싸움에 어른들끼리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어요? 이성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학폭위 진행되면 다 결론날 건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시는 것 같아요. 솔직히 선호도 맞고만 있진 않았잖아요. 엄밀히 말해서 쌍방폭행이에요.”

인하를 더 복장 터지게 만드는 건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며 막말을 건네는 성재의 엄마 은경선(강말금)이었다. 정작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러나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됐던 수많은 학교 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집단이 취한 전형적인 태도였다. ‘애들끼리의 장난이었다’, ‘아이들의 장래까지 망쳐서야 되겠는가’, ‘우리 애만 잘못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부모를 비난하는 건 쉬운 일이다. 저들의 언행은 최소한의 양심도 갖추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저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일까. ‘과연 나라면 달랐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넸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것이 남의 일일 경우에는 진실과 정의를 말하기 쉽지만, 나의 일이 됐을 때는 어떤가.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세아교육재단 이사장 오진표(오만석)는 “지금 중요한 건 학교의 명예이고,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보호하는 겁니다”라며 사건의 은폐를 유도했다. 어쩌면 우리에게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은 우리가 선량한 대상으로 여겨질 때가 아닐까. 진실이 정작 필요할 때, 진실이 너무도 절실한 순간에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우리가 만든 세상의 실체가 그러하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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