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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오빠 둔 ‘모범생’ 딸의 자퇴 선언, 그 속마음

“저를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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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자퇴 이야기를 해서 엄마가 많이 놀랐을 것 같기는 한데 홈스쿨링을 하면서 저만의 스케줄로 저를 찾고 싶어요.”

중학교를 자퇴하겠다는 딸, 민주의 강경함 태도에 엄마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도 그럴 법했다. 지난 4월 1일 방송된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민주는 평소 엄마의 속을 썩이지 않는 딸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우수한 학업 성적으로 장관상까지 받았다. 영재교육원에 다녔을 만큼 영특했다. 성격도 좋았고, 인성도 바른 아이였다. 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도 원만해 반장도 역임했다. 한마디로 ‘모범생’이었다. 엄마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는 왜 갑자기 자퇴를 선언한 것일까? 중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자사고에 가는 게 목표라고 야무지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이유가 석연치 않았다. 야행성이라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가장 집중이 잘 된다고 설명했지만, 왠지 모르게 민주가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C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민주는 그제야 조금씩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놓기 시작했다. 

“제 스스로 일등 못 하면 속상하기도 해요. 그래서 순위 없이 혼자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공부에 대한 압박감,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런 것들이 어린 민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무게를 견뎌내기가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런데도 민주는 씩씩해야 했다. 엄마에게 자신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이유는 “엄마가 속상할까 봐”였다. 오로지 엄마의 기분을 살피고, 엄마를 걱정했던 딸의 조숙한 대답이었다. 미처 몰랐던 딸의 진심 앞에 엄마도 놀란 눈치였다. 


민주의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담임 선생님은 민주가 평소에 워낙 꼼꼼하고 완벽한 편이라 한 문제를 틀려도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 상담을 통해 민주의 엄마가 딸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게 됐었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민주가 자사고를 거쳐 서울대에 가기를 바란다면서 “민주는 제 자존심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민주 오빠가 2살이 많아요. 중학교 3학년인데, 장애가 있어요. 지적장애 1급인데, 태어나서 돌 안 됐을 때 경기를 시작해서 지금도 하루에 열 몇 번씩 경기를 해요. 몸은 컸는데 (지능 수준이) 한 살 정도 아이 수준이 안 돼가지고. 밥도 먹여줘야 하고 대소변도 가려줘야 되고 그런 상황에서 저만의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민주가 또 시키면 공부를 잘하니까.”

그제야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엄마의 심정이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공감이 갔다. 또, 민주의 태도도 이해가 됐다. 민주는 이미 엄마의 그런 생각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실망하게 할 수 없었기에, 자신에게 향한 엄마의 기대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민주는 ‘모범생’이 되는 길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때 신동엽이 나섰다.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에 민주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신동엽이었다. “자퇴 문제를 제외하고 가장 힘들 때가 언제예요?” 민주는 “갑자기 훅 힘들어도 며칠 지나면 다 풀려가지고 특별히 기억은 안 나요”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신동엽은 재차 물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봤을 때 좀 사치스럽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이럴 때 조금 힘들다. 엄마한테 얘기는 안 하지만.” 


민주는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친구들과 놀려고 하는데 오빠 봐줄 사람 없어서 못 놀 때도 잠깐 힘들어요.” 민주가 진짜 속마음을 꺼내 놓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리 조숙하고, 아무리 속이 깊다고 해도 민주는 아직 14살이었다. 노래를 듣고 만화 보는 걸 좋아하고, 또래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게 좋은 평범한 아이였다. 또, 마카롱 가게 사장님이 되고 싶은 귀여운 바람을 가지고 있고, 예능 PD와 방송 작가도 해보고 싶은 꿈 많은 소녀였다.

“전문가한테 자문을 받고 저도 장애가 있는 형제와 살아오면서 느낀 점인데, 장애가 있는 형제한테 아무래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죠. 그것 때문에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지만 계속 서운함은 남아 있단 말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좀 다양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하고 형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생각하게 되니까 단순히 특수학교 선생님이 돼야 되겠다. 우리 누나도 그래서 그랬을 거예요.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고 그것만이 바람직한 건 아니래요.”

민주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장애가 있는 오빠를 돌봐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중학교를 자퇴한다고 선언했던 것이었다. 특수학교 교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신동엽은 그런 부담감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도 괜찮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기에 민주와 엄마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엄마는 “나처럼 살게 될까 봐 그걸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며 민주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건 엄마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오빠가 장애인인데 누가 민주를 데려가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이 엄마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어린 민주는 그런 엄마를 보며 자신의 행복보다 가족의 행복을 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누군가 엄마를 덜 힘들게, 우리 모두가 오빠를 보는 시선이나 엄마를 덜 힘들게 도와준다면 민주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중학교 갈 거니?”

이영자의 질문에 민주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현실은 갑자기 바뀌지 않을 테고, 여전히 민주네 가정은 힘겨운 시간을 겪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건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더 이상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그들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민주가 자신의 행복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신동엽의 조언대로 보다 다양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엄마도 그런 민주를 좀 더 느긋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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