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직썰

8년 전 강형욱이 ‘레오’를 눈물로 떠나보낸 이유

“사정 어렵단 이유로 레오 보냈다.”

16,125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저는 훈련방식을 바꾼 훈련사예요. 압박적인 교육으로 시작했죠. 20년 전에는 선택을 할 수 없었어요. 강아지를 때리기도 하고, 무섭게 해서 앉아 엎드려도 가르치고… 그런 과정을 한몸에 겪었던 게 레오예요. 그래서 레오는 옛날의 강형욱이에요. 제가 옛날에 했던 교육방식을 고스란히 겪었고 알고 있어요. 어쩌면 저는 내일 레오를 만나러 가는 거지만, 저를 기억하고 있는 옛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예요.”

강형욱의 진솔한 고백에 마음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그는 과거의 반려견 레오를 회상하며, 당시 열악했던 경제 사정 탓에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훈련사라는 직업은 지독히도 가난했고, 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덩치가 큰 만큼 먹는 것도 많았던 셰퍼드 레오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옛날 친구를 떠올리는 강형욱의 표정에는 온통 슬픔과 아픔, 회한이 가득했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 건 단지 레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자신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압박적인 훈련방식이 전부라고 배웠고, 개를 가르치려면 그리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의 강형욱 말이다. 어렸고 미숙했던 시절이다. 레오는 그런 강형욱의 훈련방식을 고스란히 겪었던 친구였다. 레오는 과거의 강형욱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오를 만나러 간다는 건 옛날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의미와 더불어 과거의 자신을 만나는 일과 같았다.

지난 3월 31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는 ‘개통령’ 강형욱과 경찰견의 임무를 다하고 은퇴식을 가진 레오의 가슴 뭉클한 만남이 그려졌다. 강형욱은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 체취증거견으로 8년 동안 근무한 레오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강행군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기대와 기쁨으로 잔뜩 상기돼 있었다. 드디어 레오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기까지 참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방송에 출연하고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 경제 사정이 나아지게 된 강형욱은 이미 레오를 데려오기 위한 시도를 했었지만, 그때는 이미 레오가 취업한 상태였기 때문에 은퇴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레오를 마주한 강형욱의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그는 옛날 친구 레오를 품에 안고 “늙었다. 많이 늙었네”라며 한참을 쓰다듬었다. 12살이 된 레오는 이미 노견이 돼 있었다.  


은퇴식을 앞두고 마지막 훈련이 실시됐고, 레오는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노련함이 물씬 풍겼다. 그 모습을 대견스럽게 지켜봤던 강형욱은 구조 대상자로 참여를 하게 됐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레오가 발을 디디는 과정에서 관절에 무리를 느껴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제1기 체취증거견으로서의 마지막 훈련을 소화한 레오는 늠른함 모습으로 은퇴식을 치렀다. 

“8년 전 경기도 어느 훈련소에서 너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마냥 너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젊은 네가 나보다 더 빨리 늙어버려 마음이 아프다. 너와 함께 했던 모든 날들이 나에겐 기쁨이고 감동이었어. 네가 없었다면 그 많은 일들을 해내지 못했을 거야. 형은 요즘 마음이 무겁다. 나는 너와 함께여서 행복했는데 너는 어땠을까 말이야. 나의 선택으로 시작된 너의 삶이 혹 고달픔으로, 때론 슬픔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해서…”

지난 8년 동안 레오의 핸들러로서 호흡을 맞췄던 김도형 경위는 눈물을 꾹 참으며 편지를 읽어 나갔다. 오랜 시간 고생했던 파트너이자 친구, 그리고 가족이었던 레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입양 절차가 마무리된 후 레오는 계속해서 김 경위를 바라보며 그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김 경위가 얼마나 진심으로 레오를 보살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시 가족을 찾게 된 강형욱의 사연만큼이나 김 경위의 이야기도 감동을 자아냈다.


최근 <집사부일체>의 반등이 눈에 띈다. 박진영 편은 10.2%~11.1%를 기록했고 강형욱 편은 9.2%~10.4%를 기록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면에서도 뜨겁다. 그 이유는 사부 섭외에 있어 시청자들과의 교감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진영 편은 공교롭게도 ‘승리 게이트’의 문이 열렸던 시기에 방영되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능력 우선주의 YG와 비교되는 JYP의 인성 우선주의가 반향을 이끌어냈다.

또, 하루를 이틀처럼 쪼개 사용하는 박진영의 철저한 시간 관리법도 관심을 끌었다. 일본어 암기로 시작된 그의 일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다. 그는 도대체 왜 그리 열심히 살아가는 걸까. 그의 악착같은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박진영은 “결과만 좋으면 ‘successful’(성공한)한 사람이지만 ‘respected’(존경받는)한 사람이 되려면 과정도 좋아야 한다”며 “하루 하루 살아가는 내 모습이 남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박진영 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볼 수 있었다면, 강형욱 편은 마음을 끄덕이며 볼 수 있었다. 뚜렷한 메시지를 탑재한 박진영의 이야기는 탄성을 자아냈다. 숱한 고민과 질문, 그에 대한 답을 추구해온 사람이 들려줄 수 있는 명쾌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과거와 옛 친구를 마주한 강형욱의 이야기는 감동을 이끌어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을 통해 반려견 문화를 바꾼 ‘개통령’ 강형욱의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집사부일체>는 사부가 중심이 되는 만큼 누구를 섭외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세 사람이 길을 갈 때는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삼인행필유아사, 三人必有我師)는 말이 있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사람을 사부랍시고 세워두는 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박진영 편과 강형욱 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통해 <집사부일체> 제작진도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됐길 바란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작성자 정보

직썰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