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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아버지에게 받은 차별을 자식에게 대물림 하는 아빠

어린 시절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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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라서 그래.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그 장면, 아직까지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성동일)이 덕선(혜리)에게 했던 대사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덕선은 늘 찬밥 신세였다. 언니 보라(류혜영)와 남동생(최성원)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 서운함과 억울함이 쌓일 대로 쌓였는데,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마저 잊어버리자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빠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듣고 덕선의 마음은 녹아내렸다. 펑펑 쏟아지던 눈물의 온도가 달라졌다.


시청자들의 마음도 덕선과 마찬가지였다. ‘그래, 우리 아빠(엄마)도 아빠(엄마)가 처음이었지.’ 부모에 대한 깊은 원망과 미움들이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그들의 수많은 허물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들의 숱한 잘못들마저 보듬어 살피게 됐다. 드라마 한 편이 가족 간의 이해의 장을 마련해준 것이다. 이렇듯 분명 감동스러운 대사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체불명의 불편함이 남았다.  


‘나도 처음이었어!’라는 항변으로 모든 게 용서될 수 있을까? 그 말이 무분별한 합리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시행착오라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할 것인가. 

지난 3월 25일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사연자의 남편은 ‘두 얼굴의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대할 때의 얼굴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첫째를 부를 때는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담겨 있었고, 이름이 아닌 ‘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욕설을 섞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둘째에게는 시종일관 다정한 말투였고, 이름을 부르거나 사랑을 가득 담은 애칭을 사용했다.


차별은 노골적이었다. 출근할 때도 첫째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둘째에게는 뽀뽀를 하는 등 스킨십으로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또, 집안의 물건(가령 리모컨)이 없어지면 다짜고짜 첫째를 야단쳤다. 둘째에게만 용돈을 따로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동생도 아빠의 편애를 눈치챘고, 급기야 형을 무시하고 괴롭혔다. 아빠의 비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아빠는 왜 두 아들을 그토록 차별하는 것일까? 


아빠의 변명은 이러했다. 첫째 아들이 어린 시절의 자신, 너무도 싫어하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에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까지 갖다 붙였다. 근원적인 원인은 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였던 그는 착실했던 형과 늘 비교를 당했고, 형만 싸고도는 아버지로부터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그 상처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본인이 못 받고 자랐으면 오히려 더 감싸주게 되지 않나요?”
“잘 안 되더라고요. 사랑을 못 받아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빠는 첫째가 태어나자마자 포항에 일을 하러 내려가야 했다고 말했고, 신동엽은 “어렸을 때 아들 자라는 모습 보면서 그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네요”라며 애써 아빠를 이해하려 했다. 그것이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본인이 아버지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면,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웠다면, 그 아픔을 적어도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의 이야기가 변명과 합리화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편은 일을 꾸준히 한 것도 아니었고, 그마저도 6개월마다 일을 그만뒀었다고 한다. 아내는 철없던 남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 놓았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남편의 친한 여자 동생들이 집까지 찾아와 본인을 빼고 놀러 갔던 일, 둘째를 가졌을 때 자신이 보는 앞에서 그 친구들의 몸에 선크림을 발라줬던 일을 꺼내 놓으며 눈물을 쏟았다. 

“엄마 아빠 싸우는 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미안한 마음. 저 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서요.”

물론 어린 시절의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얼굴의 아빠’의 경우에는 그저 철이 없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도 없고,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상처를 변명 삼아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기필코 정당화했던 것이다. 누구나 아빠가 처음인 순간이 있다. 낯설고 어색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기도 할 것이다. 허나 그런 시행착오들과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빠의 차별을 받고 자란 첫째 아들은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냐는 신동엽의 질문에 놀랍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것 같이 느껴져 죄책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이를 잉태한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배태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나의 세상,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아이의 마음속에 죄책감과 미안함부터 심어준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비록 ‘두 얼굴의 아빠’는 첫째 아들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감동을 받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친 듯 회한에 찬 눈물을 쏟았다. 이를 보고 있던 이영자도 “막판까지, 끝까지 나쁘게 가든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함 마음이 계속 남는다. 쉽사리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디 저 아빠가 자신이 받았던 차별을 그의 아이들에게 대물림 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에게 그럴 자격과 권한은 없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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