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에 '여성단체는 뭐했냐' 조롱하는 이들에게
- 윤지오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글
‘장자연 10주기’를 맞아 동료 배우 윤지오씨가 등장했다. 그의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장자연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지난 3월 5일 고(故) 장자연씨의 소속사 동료였던 윤씨는 증언을 하기 위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그는 참담한 심경과 함께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유의미한 의문들을 제기했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윤씨는 지난 10년 동안 이름과 얼굴을 숨긴 채 살아가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자연인으로서의 삶도 유지할 수 없었기에 캐나다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윤씨는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에 용기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장자연 리스트’가 소각되기 전 “딱 한 차례 봤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는 이름도 물론 있고 아닌 이름도 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언론사의 동일한 성(姓)을 가진 세 명이 거론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 그 특정 언론사의 차량으로부터 노골적인 미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고(故)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건이 유서의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살기 위해, 소속사 사장과 싸우기 위해 작성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을 했는데, “주민등록번호와 사인. 누가 유서를 그렇게 쓰는 유서를 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게 그의 해석이었다. 그 동안의 관점과는 전혀 달랐다.
고(故) 장자연씨의 억울한 죽음, 그 배후에 있는 ‘남자들’을 밝혀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3월 말 발표가 예정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재수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고(故) 장자연 씨와 관련한 기사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다.
여성단체들이 고(故) 장자연씨 사건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 지적은 유효할까? 물론, 전혀 아니다. 실제로 여성단체들은 고(故) 장자연씨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사건 당시 ‘진상을 끝까지 밝혀내라’며 앞장 섰던 건 다름 아닌 여성단체였다. 2011년 경찰이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특검을 도입하라’고 들고 일어섰던 것도 한국여성민우회 등 40개의 여성단체였다. 2018년 장자연 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선 한국여성단체연합(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 단체) 등이 참여했다. 그 노력 끝에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고,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여전히 “여성단체들은 지금 뭐하고 있나요?” 식의 댓글에 수 천 개 이상의 ‘좋아요’가 눌린다. 그들은 단지 여성단체을 폄하하고 싶을 뿐이다. 심지어 ‘‘신변 불안’ 윤지오..여가부, 여성단체는 뭘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버젓이 등장한다. 언론이라고 무엇이 다를까.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자연 사건’이 제자리 걸음을 걸어왔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광주 재판 온 전두환에게 초등학생들이 보인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