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일몰·깨달음' 류준열, 이 남자의 여행법
쿠바의 아바나에서 맞은 네 번째 날, 웬일인지 류준열은 꼭두새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이른 시간에 일어난 걸까?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늘은 아직 어두컴컴했지만, 아바나의 거리 곳곳에는 밤새 뜨거웠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류준열은 아바나의 새벽과 여유롭게 인사를 나누며 말레꼰을 향해 걸었다. 현재 시각 5시 35분 해가 뜨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류준열은 해가 떠오르리라 예측되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다음에 묵을 숙소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류준열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근데, 해가 저기서 올라오네.” 말레꼰의 모로 요새가 아니라 엉뚱한 다른 쪽 건물 뒤편의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위치를 잘못 잡은 것이다. 잠깐의 혼란이 이어졌지만, 류준열은 일출을 위해 뛰기로 결정했다.
광장을 향해 400미터쯤 달렸을까. 드디어 제대로 된 위치를 잡았다. 류준열은 하늘을 응시하며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10분이 흘러갔다. 하지만 기다리던 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 때문일까. 이미 주변은 환하게 밝아진 상태였다. 그때 류준열은 소리쳤다. “와아, 해 올라온다!”
JTBC <트래블러>는 기존 예능의 문법을 완전히 깨버렸다. 제작진은 여행에 있어서 미션, 게임 등 그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일정은 물론 숙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택과 결정을 오롯이 여행자에게 맡겼다. 물론 이러한 이색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건 그 여행자가 류준열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류준열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만으로, 자발적으로 일출을 찾았다.
여행을 제법 떠나 본 사람들은 저마다의 포인트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 포인트가 류준열에게는 일출과 일몰인 듯 했다. 동해 삼척에서도, 캐나다 벤쿠버에서도, 맥시코 해변에서도 그는 해가 뜨고 지는 걸 지켜봤다. 비냘레스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타임랩스로 그 장면들을 담았다. 숙소의 옥상에서 흔들의자에 몸을 눕히고 노을을 기다렸다. 그에게 일출과 일몰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비냘레스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류준열은 자신이 일출과 일몰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건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주하며 ‘나’를 깨우치는 일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지지만, 그 순간을 온전히 느낀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여행을 통해 온갖 잡념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 자연의 압도적인 힘을 느끼는 순간은 그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듯했다.
2회까지 <트래블러>는 류준열 혼자만의 여행을 담았다. 3회부턴 이제훈이 합류해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류준열의 여행을 좀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여행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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