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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이 최고의 '사유재산'이라 불리는 이유

조회수 2019. 3. 4.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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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의 주장대로라면 그렇다.
출처: ⓒ연합뉴스
'개인재산 사립유치원 국가환수 절대반대!'

한유총 개원 연기 및 파업 사태에 대해서 별로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았던 이유는 당연히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아직도 사유재산을 얘기하며 정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하는 의견들이 보여서 간략하게 첨언코자 한다. 사립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서 그 형태가 공공성을 분명히 내포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굴러가는 사유재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누군가가 근로소득으로 받은 현금은 당연히 그의 사유재산이지만 그는 여기서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 그가 월급을 받고 기분이 좋아 집에 돼지고기 삼겹살을 사 가면 자동적으로 정육점이나 마트를 통해 나라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게 된다. 만약 그 사람이 어딘가 주택을 구입하면 취등록세와 재산세를 납부하게 되며 만약에 그가 그의 부모님께 상속을 받으면 과세표준에 따라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는 근대 국가의 조세 체계상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 예외가 있다. 바로 사립유치원이다. 사립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소득세법 제19조에 의거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세받는다. 2016년도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상속세 납부 기준 역시 완화됐다. 취득세와 재산세도 지방세특례법 제19조 및 제177조의 2에 의거 85% 면세된다. 대한민국에 이 정도로 세금 안 내는 사유재산이 있을지 궁금한데 사립유치원이 이러한 세제 혜택을 받는 이유는 당연히 국가가 정한 법률에 의거하여 주무관청에서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인가를 했기 때문이다.

출처: ⓒJTBC <썰전> 캡처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상 교육기관이 조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주무관청의 허가 또는 인가를 받거나 주무관청에 등록된 교육기관들이다. 때문에 사설 학원들은 위에 사립유치원에서 열거한 조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기본적인 공교육 과정과 아예 별도로 영리 목적을 위해 설립된 사교육 기관이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 유치원과 아예 별도의 교육 기관이 되려면 대한민국에 수두룩한 사립 초중고등학교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한유총은 설립자가 원장을 겸할 경우 원장의 급여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세제 혜택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납세자는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그리고 기타 소득 등을 종합과세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변명은 매우 궁색하다. 같은 논리라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수출로 인해 공익에 지대하게 공헌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익성을 따져 재벌 총수와 노동자들만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법인은 법인세를 면세받아야 마땅하다.

출처: ⓒ연합뉴스

그렇다면 사립유치원은 왜 비영리인가? 이는 교육법 제81조에 법률로 설치해 국민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기관 중 유치원이 명시돼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9조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명시돼 있고 이러한 법률상의 조항으로 인해 당연히 공공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하이닉스 설립법’ 같은 것이 있기나 한가? 법률로 국가가 정해 공공인프라의 형식을 띠고 공급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비영리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사립유치원은 국가가 모든 유아교육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 서비스 제공의 주체를 민간에 일부 이양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유치원 교육은 국민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도록 명시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영리적/공공적 성격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사립유치원 설립/운영자들이 재산에 피해를 입지 않게끔 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립유치원은 유일하게 폐쇄 시 재산이 설립자에게 귀속된다. 사립 초중고는 아니다. 


나는 잘 모르겠다. 도대체가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혜택을 많이 주는 사유재산이 있기는 한 것인가? 나라가 아무나 트집을 잡아 적폐로 몬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들 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나는 기분이 나쁘다. 내 사유재산은 이렇게까지 국가에서 꼼꼼히 침탈(?)을 해 가는데 그런 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유재산이 따로 있는 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익 환수 못 하게 하면 사회주의 국가라니 세상에, 그들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여태껏 생악질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있던 셈이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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