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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사람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100번씩 절을 한 이유

깊은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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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오후 5시가 넘어가자 제주도청 앞 천막촌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100명이 모여 100배를 하며 제주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자는 집회 참여자들이었습니다.


제주도의회의 기본계획 수립중단 결의안 채택 촉구와 원희룡 도정의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백인 백배의 날’ 행사에는 아이들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동참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중계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제주와 동시에 백배를 했습니다.

“우리는 겁쟁이입니다. 겁이 많아서 앞으로 올 정말 무서운 미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지금 여기서 싸웁니다. 저는 오늘 100명의 겁쟁이들과 함께 있는 것 같고요. 세상은 이 겁쟁이들이 지킨다고 생각합니다.” (엄문희 강정활동가)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제2공항을 반대하며 단식 40일 차에 돌입한 엄문희씨가 “당신들은 누구냐”고 묻자 “우리는 겁쟁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엄씨는 “앞으로 올 무서운 미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싸운다”라며 “세상은 이 겁쟁이들이 지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엄씨의 말은 제주 제2공항이 철저하게 관광객 증가만을 염두에 둔 계획이며 이로 인한 오버투어리즘이 주는 피해를 제주 도정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제주에는 관광 산업을 기반으로 둔 경제 논리로 제주 제2공항을 찬성하는 측과 더는 제주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며 반대하는 측이 공존합니다.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국가교통부와 원희룡 도정이 받아들여 심사숙고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는 점에 있습니다.

“소통하겠다”는 원희룡 지사 대체 왜?

▲ 제주 제2공항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는 원희룡 제주지사

출처ⓒ제주도청

지난 2월 20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2공항 건설에 도민들도 지혜를 모아 달라’는 내용의 제주 제2공항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도의회에서 2월 26일 토론회를 준비하고 결의문 추진이 예정된 상황에서 담화문을 발표했다는 점은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원 지사는 담화문에서 “새로운 각오로 소통하겠다”라며 “반대 의견에도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2공항을 기정 사실화하고 소통하겠다는 말은 순서에 맞지 않습니다.

▲ 원희룡 제주 지사가 나오기 전에 피켓과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하는 제주 공무원들

출처ⓒ페이스북 영상 캡처(이기철)

실제로 원 지사는 담화문을 발표한 뒤에도 도청 앞에서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과 단식을 하는 도민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주 공무원들은 원 지사가 도청 현관을 이용할 때마다 계단에서 농성 중인 도민들의 피켓과 집기를 강제로 철거하는 담화문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체이탈화법 구사하는 제주 국회의원들 

▲ 2월 25일 제주도청에서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지사, 강창일·오영훈·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처ⓒ제주도청

2월 25일 원희룡 지사와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은 제주도청에서 정책협의회를 개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 명의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모두 원희룡 지사가 도민의 합의 없이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날 협의회에서 강창일 의원은 “제2공항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진척될 수가 없다”며 “제2공항 문제가 강정 문제처럼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의 뜻’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오영훈 의원은 “제2공항 추진의 경우는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점에 대해 유감이며 이에 대한 제주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위성곤 의원도 “제2공항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소통을 통해 각종 의혹을 해소하면서 도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주를 지역구로 둔 이 세 국회의원들은 정작 얼마나 도민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강 의원의 경우 협의회 참석을 위해 도청에 들어가며 ‘똑바로 일하라. 왜 도민을 분열시키냐’는 한 도민의 말을 듣고 ‘젊은 사람이 어디서 말을 막 해’라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할 수 있을까?

▲ 제주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백배를 마친 도민들이 침묵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2월 25일 100명의 시민들이 백배를 하는 도청에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라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과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내년이면 필자는 제주에 이주한 지 10년이 됩니다. 이주할 당시 제주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마을 안쪽까지 들어온 타운 하우스와 해변을 따라 즐비한 카페촌, 교통과 쓰레기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가 수용 가능한 적정 관광객 수는 연간 2,000만 명이라고 말합니다. 연간 천만 명이 와도 이런 데 더 와도 된다는 원 지사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무작정 자연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광객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관광객과 인구가 증가한 만큼 치밀한 계획과 장기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책은 제주 도민의 삶을 파괴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제주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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