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아들에게 국회 출입증을 준 수상한 이유

조회수 2019. 2. 14. 11: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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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이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해 국회 출입증을 발급받아 국회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회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국회 출입증이 뭐 그리 대단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 상시 출입증은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번 갈 때마다 방문증 받아야 하는 국회

▲ 국회 출입기자증이 없으면 국회에 갈 때마다 일시취재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여기에 별도로 국회 방문증도 받아야 국회에 출입할 수 있다.

1인 언론사를 운영하는 필자는 국회에 들어갈 때마다 ‘일시 취재증’을 받습니다. 일시 취재증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 본관에 가서 방문증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소속과 함께 방문 목적을 정확히 기재한 신청서를 작성하고 기자 명함과 신분증을 내면 방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방문증을 가지고 다시 국회 미디어담당관실에 가야 일시 취재증이 주어집니다.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를 참석하기 위해서는 다시 의원회관 방문증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때 신분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국회 본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국회 출입기자증을 받지 못한 필자는 국회 방문 때마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반복해야 합니다.

▲ 2월 8일 김진태 의원실 등이 공동주최한 ‘5.18 공청회’ 참석을 위해 방문증 발급 줄을 선 사람들

물론, 국회 출입 자격을 받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그 절차가 번거로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평상시도 이런데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라도 열린다 치면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방문증 받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도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고 심지어 방문증이 모자라 누군가 반납할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4시간 언제라도 국회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장기 출입증이 편리합니다. 그래서 필자와 같은 소규모 매체 소속 기자들은 국회 출입기자증을 받았으면 원이 없겠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과의 혈연 등으로 국회 출입증을 받는 건 특권이나 다름없습니다. 

대관업무!? 로비스트라고 부르기도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은 민간기업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박 의원의 아들이 박 의원의 의원실에 ‘입법 보조원’으로 등록돼 손쉽게 국회를 드나들었다는 것입니다.

▲ 국회에 출입하는 대관업무 담당자는 로비스트라 볼 수 있다. 과거에도 대관업무 담당자인 국회의원 아들이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한 뒤 국회 출입증을 받아 문제가 된 바 있었다.

그렇다면 민간 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대관(對官) 업무는 공연장을 빌리는 업무가 아닙니다. 기업이 입법·사법·행정 기관을 상대로 자사의 이익을 꾀하는 업무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로비스트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국회에 기업 대관팀 직원들이 드나드는 것은 국회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국회에 자주 출입해야 하는 특성상 친한 의원실을 통해 ‘입법 보조원’으로 등록해 국회 출입증을 받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매번 방문증을 받아 국회에 출입하는 건 번거롭습니다. 예를 들어 대관업무 담당자가 국회에 방문하려면 국회의원과 약속을 잡아야 하는 등 방문 목적이 뚜렷해야 합니다. 의원회관을 방문하면 목적과 함께 어떤 의원을 만나는지 적어야 하고 실제로 의원실과 통화해 확인까지 합니다. 절차가 복잡하니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국회 출입증을 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상임위원회 피감기관이나 법안 정책을 위한 시민단체 종사자에게 입법보조원의 자격으로 국회 출입증을 주는 것은 그나마 낫습니다. 민간기업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대관업무 담당자에게 국회의원이 출입증을 주는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양해야 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정책협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국회의원 아들이 입법보조원으로 등록했다가 문제가 되자 취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박 의원 아들,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신고 X

출처: ⓒ국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 2018년 3월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신고내역. 박순자 의원 아들은 2018년 친인척 보좌직원으로 신고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친족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경우엔 사전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합니다. 박 의원 아들이 국회 출입증을 받았던 기간에도 ‘국회의원 친족 보좌직원 채용 신고 내역’이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아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입법보조원은 신고 대상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2항에 나온 보좌직원에는 보좌관과 비서 (9급까지)만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 무급 인턴이 ‘입법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입법보조원도 친인척 신고 내역에 포함해야 합니다. 


박 의원은 아들의 국회 출입증 논란이 터지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보좌진이 편의를 봐주려 한 일 같다”며 “국회의원이 엄마고 아버지면 국회 들어오는 게 뭐가 어렵겠나. 절반 이상 관리를 해주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 일원이 국회의원이라고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아들은 건설과 관련된 인테리어·가구 기업 H사의 국회 대관 및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박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추가로 이해충돌 논란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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