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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새 음란사이트 차단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

조회수 2019. 2. 13. 11: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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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 논란이 거세다.

0.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월 12일 음란·도박 등 불법정보 유통 해외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대략 800개의 사이트가 일시에 접속 불가 상태가 됐다. (관련기사: 검열 논란 불러온 정부의 새로운 불법사이트 차단법)


1. 이번 조처에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이 사용됐다. 이용자가 문제 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면 아예 서버 단위에서 차단하는 방식이다. 규제 당국이 이걸 하려면 일단 이용자의 접속 정보를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이 정보는 암호화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시키기도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패킷 감청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이번 조치가 통신감청이나 데이터 패킷 감청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오고 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방식이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2. 방통위의 이같은 해명은 거짓말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하는 과정은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방통위가 이번에 실행한 정책은 “이용자 네 편지를 뜯어보진 않겠지만 네가 보내는 편지 봉투에 써진 수신인은 확인하겠다. 그리고 그게 차단대상이면 네 편지는 내가 소각한다”는 의미다. 감청 맞다. 헌법재판소는 정부 주도의 패킷 감청 근거가 됐던 통신비밀보호법 5조 2항에 대해 지난해 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3. 이 이슈의 문제는 단순히 감청이냐 아니냐에서 그치지 않는다. 감청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누군가 감청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부분이다. 정부가 내가 방문하는 사이트의 목록을 지켜볼 수 있다고 생각되면 개인의 표현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헌재 역시 앞서 소개한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패킷 감청이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의 SNI 차단에는 중간에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가 끼어 있을 뿐 본질은 거의 동일하다.

4. 이런 와중에 정부의 이번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음란 사이트 계속 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매도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 깜냥만큼 보이는 법이다. 실제로 이 글 2에서 겹따옴표로 인용한 찰진 비유의 원작자는 그런 소리 듣기 싫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SNI 차단이나 DNS(Domain Name Server) 차단이나 통신의 세부적 내용을 보는 게 아닌데 왜 감청이냐는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묻는다. 인터넷하는데 공무원 하나가 옆에 붙어서 ‘저는 님이 접속하는 브라우저 주소만 적어가는 거에요’라고 하면서 메모한다면 그 행위를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당신이 특정 사이트 주소를 치면 ‘어어 그건 불법 사이트네요. 차단입니다’하고 제지한다면? 


5. 기술이 부족해서 그동안 못하고 있었던 일이 아니다. 국가의 시민 감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때문에 안 해왔던 것이다.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국정원에 깔짝깔짝 시키는 정도였지 이렇게 대놓고 앞통수를 치지는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100%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내 자유를 묶어놓을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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