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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특수’ 콘돔 사면 왜 안 되나요?

청소년을 보호하는 걸까 통제하는 걸까.
직썰 작성일자2019.02.09. | 9,513  view

“청소년이 구매 불가한 상품입니다. 신분증을 확인하세요.

주로 술, 담배를 구매할 때에나 마주하게 되는 문구다. 하지만 내가 이 문구를 마주한 것은 술이나 담배 때문이 아닌 콘돔 때문이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한 프랜차이즈 드럭스토어에서는 지난 1월부터 특수 콘돔을 판매할 때에 신분증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점점 어려워지는 청소년의 콘돔 구매

청소년이 참견을 받지 않고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오프라인상에 많지 않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운영하는 약국이나 편의점 마트 등에서 교복을 입고 콘돔을 구매하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심지어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콘돔을 팔지 않겠다며 애초에 법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응대 매뉴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나마 큰 간섭을 받지 않고 콘돔을 구매할 수 있었던 드럭스토어에서 조차 ‘특수 콘돔’(돌기형 혹은 약물 주입형 콘돔)의 구매는 어려워졌다. 2011년 ‘청소년 유해 물건’ 결정 고시 중 성기구 항목에 특수 콘돔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청소년 유해물건(성기구)이란 ‘청소년에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성기구 등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지 아니하면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성 관련 물건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청소년 보호 위원회가 결정하고 여성가족부 장관이 고시한 것’(청소년 보호법 제 2조 4항)을 뜻한다.

source : ⓒ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드럭스토어 온라인 스토어 캡처

이 규제로 인해 청소년들이 손쉽게 콘돔을 구매할 수 있었던 온라인 창구마저 닫혀버렸다. 일반 콘돔과 특수 콘돔을 같이 판매하는 온라인 콘돔 판매 업체가 이들을 세밀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콘돔 판매처들은 애초에 어떠한 콘돔이든 구매 시에 성인 인증을 하도록 플랫폼을 바꿔야 했다. 청소년이 맘 놓고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질 뿐이다. 

음지화돼가는 청소년의 성

5~6년쯤 전 인터넷에 ‘비닐봉지 피임’이 논란이 됐다. 콘돔을 쉽게 구하지 못한 미성년 남녀가 피임 도구로 비닐봉지를 사용했다는 글이었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콘돔 구매를 어렵게 한 결과 청소년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source : ⓒ네이버 지식IN 캡처

한편, 청소년에게 제공이 금지되는 것은 콘돔뿐만 아니다. 청소년 보호법 제30조8항에 따르면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 조항이 다분히 이성애 중심주의를 토대로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법은 청소년이 안전하게 성행위를 할 공간마저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편리한 피임법의 수단이자 성병 예방까지 도와주는 의료 기구인 콘돔의 구매를 어렵게 하고 성행위를 위한 안전한 공간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청소년의 성은 더 음지화된다. 이는 사실상 청소년을 보호하기보다는 더한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은 청소년을 ‘보호’하는 걸까 ‘통제’하는 걸까

콘돔 관련 규제에서 일반 콘돔이 아닌 ‘특수’ 콘돔만 금지 항목이 된 것이 조금은 의아하다. 특수콘돔에 약물 주입 콘돔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가 있을까 했지만,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었다. 특수 콘돔을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고시한 것에 관해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할 때 즐거움을 찾게 되고 여성의 몸에 자극이 될 수 있어 이를 규제하게 됐다”라고 답한 바 있다. ([관련기사]섹스는 합법, 쾌락은 불법..여가부의 자가당착) 청소년을 어떠한 위험보다는 쾌락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쾌락으로부터 보호한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청소년 ‘보호’법이기보다는 청소년 ‘통제’법에 가깝다. 


물론, 청소년이 보호받아야 하는 순간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를 통제하는 것은 보호가 아니다. 또한, 청소년과 비청소년 즉 성인, 이 둘은 경계 지점이 확실한 각각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청소년은 한 인격체가 성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상태로서 이해돼야 한다. 그렇기에 청소년 보호법은 스스로의 권리를 잘 모르는 상황에 놓인 인격체에게 권리에 대해 잘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법이 초래한 여러 결과를 보았을 때 현재의 법은 청소년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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