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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대비 흥행 초대박이라는 '이 영화'

조회수 2019. 2. 4.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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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의 흥행 돌풍이 무섭다.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근무?


마약반의 고 반장(류승룡)은 승진과는 인연이 먼 ‘만년 반장’이다. 아내(김지영)는 ‘반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치를 떨 정도다. 얄미운 강력반이 마약 범죄까지 해결하고 후배는 승진하게 되자 고 반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서장(김의성)은 실적 없는 마약반을 해체하려 든다. 물러설 곳 없는 고 반장은 이무배(신하균)의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잠복 수사를 결정한다. 장소는 망해가는 치킨집. 퇴직금까지 당겨 받고 배수진을 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수원 왕갈비집 아들 마 형사(진선규)가 전수받은 비법과 손맛 덕분에 치킨집이 대박이 났다.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이 전국적인 맛집이 돼버렸다. 고 반장과 장 형사(이하늬),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등 팀원들은 치킨 장사에 최적화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이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짐복 근무를 하기 위해 치킨 장사를 하는 건지, 치킨을 팔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릴 지경이다. 

코미디 영화의 본령은 역시 웃음이다. 퍽퍽한 삶에 지쳐있는 관객들이 배꼽을 잡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잠시나마 속세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것 말이다. 웃기지 못하는 코미디 영화는 존재 가치가 없다. 그저 웃고 싶어서, 마음껏 웃어보고 싶은 마음에 작정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는데 ‘피식’조차 하지 못한 채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등 뒤에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코미디 영화는 웃겨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코미디 영화는 웃기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달리 말하면 웃기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자꾸만 웃음에 무언가를 첨가하려고 애를 썼다. 그건 장르의 확장이었을까, 장르에 대한 불안감이었을까. 이를테면 감동을 욱여넣거나 로맨스를 꾸겨 넣는 식이다. 이른바 ‘1+1 마케팅’에 나선 셈이다. 그런가 하면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조폭’, ‘섹스’ 등의 다양한 소재들을 활발히 받아들였다.  


그런 시도들을 무작정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우선, 본령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일단 웃겨 놓고 무언가를 하라는 이야기다. 초창기 장르의 ‘이종교배’는 참신했다. 만족도도 높았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고 웃기면서 설레게 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도들이 계속 반복됐고 금세 식상해졌다. 억지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신파를 차용했고 코미디가 주가 되기보다 코미디를 활용해 다른 무언가를 취하는 데 주력했다. 

<극한직업>은 코미디 영화의 본령에 충실하다. 한눈팔지 않고 그저 웃기는 데 올인한다. 어설프게 감동 코드를 집어넣지도 않고 섣불리 장르를 뒤섞지도 않았다. 뚜렷한 목표와 고민의 집중으로 인해 포인트가 선명해졌다고 할까? 코미디 순도가 높은 진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극한직업>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바로 합이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을 연출했던 이병헌 감독은 대사의 타이밍에서 웃음을 찾아 나갔었다. 어떤 말을 할 때, 길이와 속도, 타이밍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쉽지 않은 테크닉이라 제대로 된 기술자와 완벽한 호흡이 필요했다. 류승룡은 그 중심을 잡아 줄 적임자였고 진선규,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깔끔한 호흡으로 자신들과 상대방의 대사를 빛낸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극한직업> 속 모든 배우가 저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조화로운 팀워크를 만들어나갔는데 그 와중에 류승룡의 절치부심이 눈에 띈다. 관객 1,281만 1,415명을 동원하며 역대 관객 순위 7위에 랭크된 <7번방의 선물> 이후 류승룡은 흥행에서 힘을 못 냈다. 체면치레한 <표적>(2,841,884명)을 제외하면 <손님>(828,025명), <도리화가>(317,505명), <염력>(990,111명) 등은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러나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능수능란한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진지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 그만의 특유한 얼굴에 익살스러운 표정과 능청스러운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니 관객 입장에선 버틸 재간이 없다. 또, 연기파 배우 진선규의 맛깔스러운 코믹 연기도 인상적이고 이하늬의 변신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전과 달리 절제된 코믹 연기를 펼친 이동휘와 예상 밖의 웃음을 선사하는 공명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극한직업>은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웃음으로 직진하는 코미디 영화다. 물론, 영화에 대한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외적으로는 스크린 독점(개봉 첫째 날 1,552개, 둘째 날 1,657개, 셋째 날 1,740개, 넷째 날 1,909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내적으로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렇듯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상쇄할 충분힌 매력을 갖췄다. <극한직업>의 확실히 강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의 본령은 지킨 셈이다. 


이런 매력 때문일까.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 돌풍이 무섭다. 애초 순 제작비 65억 들인 이 영화는 마케팅비 포함해 손익분기점 230만 명이었다. 그런데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람객 수가 800만 명을 향해 가고 있다.(2019년 2월 4일 기준) 1,000만 명 관객 모집을 시간문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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