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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사라지자 ‘골목식당’ 노잼됐다는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살려야 한다.
직썰 작성일자2019.02.03. | 31,936  view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달라졌다. 평소 방송을 챙겨봤던 시청자들이라면 그 변화를 단숨에 눈치챘을 것이다. 못된 버릇을 고치고 돌아온 탕아 같다고 해야 할까? 회기동 벽화골목 편은 얼마 전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추구했던 흐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아들, 청파동의 피자집 사장님, 고로케집 사장님 같은 ‘빌런’들이 없어졌다. 


소위 ‘뒷목 잡는 식당’들이 사라지자 시청자들의 혈압이 드디어 정상 수치로 내려왔다. 회기동에서 섭외된 네 식당(피자집, 닭요릿집, 고깃집, 컵밥집)의 사장님들은 기본적으로 ‘장사 의지’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물론 생각의 차이는 존재했지만, 그건 솔루션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제였다. 앞으로 조율해 나가면 될 일이다. 

“그동안 피자에 배신당했던 거 생각하면 맛있네요. 그래, 이게 피자지.”

피자는 백종원에게 두 번이나 큰 좌절을 안겼던 메뉴였다. 제대로 된 솔루션에 돌입하지도 못한 채 끝을 맺어야 했다. 그러나 회기동의 피자집 사장님은 달랐다. 5년의 경력자답게 백종원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이로써 피자와 악연은 끝”이라 선언할 정도였다. 가성비는 물론 맛까지 훌륭했다. 게다가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에게 부족했던 건 홍보였다.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식당을 운영하는 닭요릿집 사장님의 경우에는 절실함이 엿보였다. 부모님이 쌓아온 명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20년지기 친구와 함께 이리저리 씨름 중이었다. 맛은 이미 검증돼 있었다. “가격은 독보적인 끝판왕”이라는 평을 받았을 만큼 가성비도 좋았다. 다만, 노후된 주방과 난잡한 메뉴 정도가 문제점이었다. 기존 메뉴를 고집하는 아버지를 설득하는 문제가 솔루션의 포인트였다.  


고깃집의 경우에는 조금 헤매는 분위기다. 일단, 특색이 없었다. 내세울 만한 메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또, 가격대도 다소 비싼 편이라 회기동의 주 고객층인 대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가성비와 만족도가 떨어지니 장사가 잘될 리가 없다. 국물의 깊이가 없는 갈비탕, 기성품을 데워 내놓은 육개장은 없느니만 못했다. 그런데도 진정성 있는 사장님의 절박한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나마 골칫거리는 컵밥집이었다. 이곳은 젊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노출된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 자신들의 생각을 강화시켜 나가는 데 몰두했다. 백종원은 ‘컵밥의 성지’ 노량진을 둘러보고 오라는 조언을 건넸지만, 이들은 ‘우리의 컵밥이 최고다’는 골자의 PPT를 만들어 백종원을 설득하려 했다. 물론 그것이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손님의 눈높이가 결여된 상태에서 좋은 답안이 나오긴 힘들었다.  

이렇듯 약간의 트러블은 나타났지만, 그것이 욕지기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이었다. 일각에서는 빌런들이 등장하지 않자 프로그램이 심심해졌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빌런이 있을 때는 왜 이렇게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냐는 말이 나왔다.


시청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8.8%(닐슨코리아)면 상당히 높은 시청률이다. 그리고 조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자극적인 내용이 사라지자 화제성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언제까지 부정적인 에너지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백종원의 인간개조’, ‘개과천선’ 등의 막장드라마류의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났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다. 


현재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우선,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호평 일색이었던 작년 말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이 자초한 일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처음의 기획 의도(를 실제로 바꿔버렸다)는 온데간데없고 일부러 욕먹을 식당을 섭외하고 의도적인 편집으로 갈등을 부각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뚝섬골목 편에 출연했던 장어집(현재 포장마차로 업종을 변경)과 경양식집 사장님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측에서 악의적인 편집을 해 “사람들 눈에 악의적으로 보이게 조작했다”고 폭로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별다른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수의 시청자는 그들의 불성실했던 태도를 지적하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잡음을 무시하고 넘어가선 곤란하다.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가 보여준 지금의 변화는 매우 흥미롭다. 사실 생각해 보면 ‘이 정도’가 정상 범위인 셈이다. 단기적으로 화제성과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천천히 나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프로그램의 효용이라든지 빛과 그림자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방향성만큼은 옳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지금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내는 맛이 심심하다고 느껴졌대도 어쩔 수 없다. 그게 골목상권과 함께 프로그램을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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