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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는 왜 굳이 시위대 사이를 비집고 걸어갔을까

조회수 2019. 1. 9.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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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앞에는 제주 제2공항 반대 시위대가 앉아 있었다.

1월 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위와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청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습니다.


지난 1월 7일 제주시는 제2공항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단식 중인 김경배씨와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이 세운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단식 중인 김경배씨와의 면담에 응하라’며 도청 중앙계단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도청 공보실에서 연락을 받고 모인 취재진들

1월 9일 한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취재진에게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몰렸는지 물어보니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에 취재를 요청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도청 공보실 “원희룡 지사, 충돌 우려된다”

출처: ⓒ페이스북 화면 캡처
▲ KBS 제주가 공개한 제주도청 공보실의 문자

1월 9일 KBS 제주 페이스북 계정은 이날 1시쯤 제주도청 공보실이 보낸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금일 13시 10분 지사님 정문 출입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 시 참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낯선 문자였습니다. 도청 공보실이 원희룡 지사의 정문 출입 시간을 알려주는 것도 이상하지만, 시위 참가자들과 충돌이 우려된다며 취재 요청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보통 충돌이 예상된다면 경찰에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장에 경찰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KBS 제주 페이스북 계정도 ‘부장 왈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취재 요청은 또 처음이네”’라며 언론계에서도 보기 드문 문자였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공보실은 “충돌 우려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자를 받은 언론사 기자들은 여태까지 이런 문자를 보내지 않았던 도청 공보실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지사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무엇?

▲ 일부 언론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도청 출입을 가리켜 ‘정면 돌파’라고 표현했다.

제주도청 공보실의 노력 덕인지 1월 9일 올라온 포털 뉴스를 보면 ‘정면돌파 택한 원희룡 제주지사’라는 제목과 함께 연좌농성 중인 도민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원 지사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중앙일보는 ‘원희룡 도청진입 과정 소동…“통행 방해하면 안 됩니다”’라며 제2공항 반대하는 도민들을 민원인의 통행을 반대하는 불법적인 사람처럼 묘사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제주2공항 반대천막 재설치…원희룡 도청진입 과정서 소동’이라는 기사에서 원 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 때문에 도청 안으로 어렵게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출처: ⓒ제주신보 PDF
▲ 1월 9일 제주신보.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 지역 언론인 제주신보는 1월 9일 1면에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으로 제2공항 반대 농성을 보도했습니다. 제주신보 기자들은 ‘도청 점거’라는 표현과 함께 경찰이 원 지사와 농성자의 대치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신보는 ‘경찰이 활동가들에게 쩔쩔매면서 공권력이 실종된 상태다’라고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공권력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에게 물리적인 충돌을 가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주신보는 ‘민원인 불편은 누가 책임 지나’라는 소제목을 통해 원희룡 지사가 주장했던 ‘민원인 통로’와 매우 유사한 보도를 했습니다.  

원희룡 지사, 굳이 피켓 밟고 걸어야 했나?

출처: ⓒ제주도청 앞 텐트촌 사람들
▲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이 서 있는 중앙계단으로 퇴근하는 모습

원 지사는 도청 중앙계단을 통해 걸어가면서 계단에 설치된 반대 농성 참가자들의 피켓을 밟고 갔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원 지사가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기에 대화를 하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 지사는 굳이 제2공항 반대 피켓이 있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고 퇴근 때도 피켓을 밟고 나갔습니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굳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과 피켓이 있는 중앙으로 걸어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옆쪽으로도 공간이 있기에 충분히 그쪽으로 걸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고의적으로 피켓을 밟고 올라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에 찬성하는 도민들보다 반대하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적인 방법과 언론플레이 등을 통한 정면 돌파(?)는 어떤 의도가 담긴 걸까요? 대화로 풀 순 없었던 걸까요? 원희룡 지사가 기자들에게, 기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은 무엇일까요?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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