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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막으려면 옷 조신하게 입으라"는 성교육 강사

조회수 2018. 12. 2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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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여성에게 '조신'을 요구하는 사회
“제가 사실은 (신동엽 때문에) 되게 상처받은… 어렸을 때 저한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어릴 때는 작은 거에 상처도 잘 받고 되게 내성적이었어요. 그냥 딱 한 마디 농담으로 하고 가신 건데 그 이후로 저한테는 이만한 가슴에 대못이…”

지난 12월 16일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금의환향한 배정남을 내세워 최고 시청률(23.2%)을 갱신했다. 배정남이 어린 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줬던 차순남 할머니와 20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은 눈물이 쏟아져 날만큼 뭉클했다.


그런데 내가 이날 방송에서 주목한 건 다른 장면이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박주미는 예전에 신동엽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의 에피소드를 꺼내 놓았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박주미는 신동엽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는데 점심시간을 맞아 자신의 승용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 다리에 부종이 심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고 그 위에 점퍼나 수건을 올려뒀었다고 한다. 마침 그 주위를 신동엽이 일행들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에이, 여자가 다리를 이렇게나 벌리고~”

박주미는 신동엽이 자신에게 한 말이 큰 상처로 남았다고 했다. 그는 부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반다리를 했던 자신이 (신동엽이 보기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거라며 애써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엽은 자신이 아닐 거라며 박수홍, 남희석 등의 이름을 둘러대다가 결국 제작진이 증거를 들이밀자 시인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 장면은 지금도 짓궂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신동엽의 장난기를 재확인하는 정도의 분위기에서 정리가 됐다. 정작 피해자인 박주미는 상처가 됐었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신동엽은 그 자리에 없는 윤정수의 ‘짓’으로 하고 넘어가자고 마무리했다. 


분명 지금의 신동엽은 그런 말을 결코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당시는 무려 23년 전 과거였으니까. 그렇다면 현재 사회는 그때와 달라졌을까?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조신하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한다.”

12월 20일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능이 끝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했다. 외부 민간단체에서 나온 강사 20명 가운데 일부 강사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 내용인즉슨 ‘예쁜 여자를 보면 할아버지도 어린 남자도 마음이 동하게 돼 있다. 남자의 뇌 구조가 그렇다. 성폭력을 방지하려면 여자들이 옷을 조신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이런 발언을 하는 성교육 강사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여전히 여성들에게 조신을 가르치고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망령이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성 인식에서 일선에 서야 할 ‘성교육 강사’의 부족한 성 인식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어쩌면 2016년 김숙의 ‘가모장’ 캐릭터는 그런 부조리한 단면에 균열을 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게 아닐까 싶다.

“(윤정수) 옷 조신하게 입고 댕겨. 칠렐레팔렐레 다 보이게 다니지 말고.”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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