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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며느리에 집들이에다 다산까지 요구한 시댁 어른들

조회수 2018. 12. 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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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어떻게 하든지 둘 내지 셋까지면 더 좋고.."
“큰일 났다. 어떡해? 몇 분이셔?”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출연 중인 아내 이현승은 걱정이 한가득하다. 집들이 때문이다. 지난번에 현승의 집에 방문했던 시아버지가 “와서 보니까 집들이해도 되겠는데? 언제 집들이 안 하냐?”며 거듭 강요했던 탓에 성사된 집들이다. 남편 윤현상이 “임신 중이니까 힘들면 안 돼서”라며 1차 방어에 나섰지만, 시아버지는 “우리가 일찍 와서 몇 가지만 간단하게 해서 식사 한번 하고”라며 그걸 간단히 무력화시켰다.


MC 권오중은 “집들이를 부부가 결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시부모님, 여러분들이 권하시는 것 같아요”라며 집들이의 불합리한 점을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이상하게도 대한민국에선 부부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가족의 개입이 지나치게 잦고 그 범위도 너무 넓다. 사실상 모든 일에 간섭하고 있다고 보면 될 테다. 이는 당연히 갈등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집들이에 대한 의사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고민을 해볼 필요도 있다. 미디어 평론가 김선영은 “일단 우리가 집들이를 하는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남들이 다 하는 문화라고 해서 또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문화라고 해서 그걸 따를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보여주려는 의식이 되다 보니까 부담이 되는 거”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됐든 간에 그 실질적인 의미, 본연의 가치를 잃어버렸다면 그 존재 의의를 고민해 봐야 한다. 집들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꼭 집들이해야 할 필요 있을까? 관습적인 행사라 할지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필요성과 효용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시아버지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집들이는 강제됐다. 현상-현승 부부는 부담감을 잔뜩 짊어지게 됐다. 당장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집 안에 손님을 들인다는 것 자체부터 스트레스다. 그것도 다름 아닌 시댁의 어르신들을 모시는 자리다. 물론, 압박을 훨씬 더 크게 받는 건 며느리인 현승일 수밖에 없었다. 남편 현상의 “그냥 하면 돼”라는 속 편한 소리가 현승의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무엇보다 현승이 만삭이라는 사실이 간과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시아버지가 혼자 장까지 보고 요리까지 전담해서 했지만, 그걸 지켜봐야 하는 며느리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방송인 이지혜 역시 “같은 임산부로서 사실 홀몸이 아닌 상황에서 꼭 집들이해야 했었나”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저는 제가 임신하기 전까지는 임산부가 이렇게 불편하고 힘들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한 게 남편도 그렇고 아버님도 그렇게 임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얼마나 불편할지 생각은 하지만, 정작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시아버지와 남편은 며느리에게 계속 쉬라고 말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현승은 집들이 내내 집안 어르신들의 조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그런데 웬만하면 순산하는 게 좋아. 자연분만이”, “몸 회복이 더 잘돼, 자연분만하면”, “첫애라서 의외로 빨리 낳는 사람도 있더라고.” 현상은 “이 사람 컨디션에 맞춰서 해야 되는 게 1번이고”라고 대응했지만, 현승의 얼굴엔 이미 미소가 사라진 뒤였다. 여기에 시아버지는 “좌우지간 애들은 어떻게 하든지 둘 내지 셋까지면 더 좋고…”라며 며느리에게 다산을 요구하기도.

현승의 얼굴이 또 한 번 굳어졌다. 시아버지의 이 발언으로 이야기는 자녀 계획으로 옮겨갔다. 이때다 싶었는지 시댁 어르신들은 “많기는 뭐가 많아”,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피붙이야”, “그래서 하나 더 낳고 싶은 생각 있어?”, “우리 생각으로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야”라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결국, 집들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역시 원하지 않는 집들이는 하는 게 아니라니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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