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여자 모양 펀치기계'를 보고 한 일

조회수 2018. 12. 7. 14: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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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해치는 디자인은 사라져야 합니다."
온라인 설문에 첨부된 펀치 기계 사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인권 운동에 나섰다. 일상적인 공간에 자연스럽게 배치된 탓에 많은 이가 쉽게 지나치고 마는 불편한 풍경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그 대상은 바로 펀치 기계다. 펀치대만 설치된 펀치 기계가 아닌 실제 사람 모양을 본뜬 펀치 기계다.

본질은 ‘사람’ 본뜬 펀치 기계였다

학생들이 직접 업로드한 ‘인권을 침해하는 디자인을 없애기 위한 서명’에 따르면 서울대입구역 근처엔 일반적인 펀치 기계와 달리 여성 모습을 한 펀치 기계가 있다.

설문 링크

보통 펀치 기계는 펑퍼짐한 일반 펀치대나 주먹, 글러브, 축구공 등 간단한 모양을 본뜬 경우가 많다. 사람 모양의 펀치 기계를 간혹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건장한 신체와 험악한 인상의 레슬러 정도로 구현된 수준이다.

하지만 서명지 속에 첨부된 문제의 펀치 기계 사진은 조금 달랐다. 흉부의 형태와 치마에 가까운 의상은 그것이 여성형 마네킹임을 짐작하게 했다. 얼굴 부위는 빨간 털모자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지만, 그 위에는 욕설(Fxxk)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여성들은 그 기계나 그 기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고 혐오감을 느낄 것”이라 지적했다. 여성을 때리는 펀치 기계가 일종의 혐오적 디자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애초에 사람 모양의 펀치 기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또 다른 존재인 어린이나 할아버지 형태의 펀치 기계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을까요?

유의미한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조건의, 혹은 실제로 잦은 폭력 피해에 노출된 계층 혹은 집단을 폭행의 대상으로 재현하는 것은 윤리적일까. 비록 게임일지라도 말이다. 설문지 속 지적처럼 애초에 사람 모양의 펀치 기계를 구현한 것부터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펀치 기계

학생들이 직접 밝혔듯 이는 “여성 모양의 펀치 기계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펀치 기계가 실은 심각한 폭력을 유발하므로 무조건 금지시켜야 된다는 식의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이는 다만 더 윤리적인 디자인을 위한 고민에 가깝다.

저희는 이런 모양의 펀치 기계뿐 아니라 모든 인권 침해적인 디자인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을 건전하고 올바른 모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인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싶어” 온라인 설문을 시작했다며 많은 이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교육 매체 교육희망의 12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서명운동은 학생들의 재학 학교이기도 한 서울대입구역 인근 ㄱ초등학교 교사 B 씨로부터 시작됐다. 하굣길에 해당 펀치 기계를 보고 놀란 B 교사가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펀치 기계의 디자인을 주제로 한 토론을 제안한 것. 


사람 모형, 여성 모형의 펀치 기계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학생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서로와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결국, 이를 인권 문제로 인식한 학생들은 같은 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학생들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시민들의 서명을 모으기 시작한 게 지금의 ‘인권을 침해하는 디자인을 없애기 위한 서명’ 운동이다. 


교육희망에 따르면 이 서명은 12월 9일까지 진행된 후 행정기관과 지역 의원, 그리고 국회 등에 민원으로 넣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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