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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광고가 보기 싫은 이유

금연 광고는 여전히 중증 환자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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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뀌는 경고 그림

출처ⓒ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

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에 따라 오는 12월 담뱃갑 경고 그림이 처음으로 바뀐다. 새로운 경고 그림은 병에 걸린 신체를 전보다 훨씬 부각하고 단정적인 문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금연 광고가 흡연을 병리화하고 담배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할수록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건강과 정상이 무엇인지가 드러난다. 

1. 중병 환자에 대한 편견

2016년 담뱃갑 경고 그림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금연 광고는 흡연과 질병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증언형 광고에선 암에 걸린 환자가 눈물을 흘리며 “담배 끊으세요”라고 말하고 TV에선 담배 구입을 “후두암 한 갑 주세요” 등 중병을 사는 것에 비유한 공익광고가 나온다. 이는 질병을 처벌로, 환자를 비참한 존재로 그리는 것이다.


흡연을 병리화하는 금연 선전은 한국 사회에서 중병 환자가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령 노숙자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가리키며 학생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처럼 금연 광고가 그리는 혐오의 대상 또한 흡연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과 환자다. 


질병이 공포인 이유는 질병에 걸리면 사회에서 도태되고 인생이 망한다는 낙인 때문이다. 경고 그림을 포함해 많은 금연 광고들이 이런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건강한 몸을 정상으로 상정하고 병에 걸리면 비참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금연캠페인 포스터

출처ⓒ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두드림

‘정상인’들의 공익을 위해 중병 환자의 몸은 끔찍한 시각 자료로 소비되고 환자의 삶은 비참하다고 전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환자를 위한 이로움은 어디 있는가.


환자는 병에 걸린 ‘사람’이다. 전형적인 장애인, 전형적인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의 삶도 입체적이다. 그런데도 불행한 환자라는 신화가 통한다는 건 건강한 신체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력이라는 방증이다.  


환자를 끔찍하게 묘사한 이미지엔 질병은 불행이자 사회적 자아의 종말이라는 편견만이 남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서 환자의 처지가 정말로 그러하다면 건강하지 않으면 행복할 권리마저 박탈당하도록 조성된 환경과 사회가 진짜 문제다. 

2. 네가 잘못해서 아픈 거야

금연 권장광고는 병을 처벌로 본다. 자기 관리를 잘못하고 담배를 피운 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병은 사고와 같이 예측 불가능하다. 흡연자라고 다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건강관리를 한다고 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암, 임신 중 기형아 출산 등 경고 그림 속 내용을 포함해 대부분의 병은 다양한 선·후천적 요인 때문에 생긴다. 심지어 해비 스모커일 것이라는 오인에 자주 시달리는 폐암 환자들도 흡연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 금연 광고는 중병이 흡연, 즉 나쁜 행위의 결과라는 윤리적 낙인을 찍어 환자를 또다시 편견 속에 밀어 넣는다.

공익광고 ‘금연캠페인_버킷리스트’ 일부

출처ⓒ보건복지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흡연자가 병에 걸렸을 때의 평가는 더욱 박하다. 이들은 “그럴 줄 알았지”하는 시선들에 위축되고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한다. 담배 때문에 병에 걸렸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 때문에 어떤 병에 걸렸든 그 병에 걸렸다는 사실로 개인의 가치를 평가당해선 안 되고 환자의 삶과 치유 과정에 대한 사회적인 보장과 존중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나 병을 스스로 자초했을 것이라는 통념은 사회에서 소외된 중병 환자의 삶을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환자는 약자가 아니라 흡연, 태만, 음주,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자기관리 미달 죄를 범한 죄인이 된다.

3. 남자는 발기해야 하고 여자는 임신해야 한다?

경고 그림이 보여주는 바람직한 비흡연자상이 성 역할에 기반하고 있음 또한 짚고 넘어갈 점이다. 남성 사망자와 울고 있는 딸과 아내. 임신 중 기형아 출산, 발기부전 등을 젠더화해 강조하는 광고기법 등에 대한 얘기다.

출처ⓒ보건복지부

12월 말부터 적용될 10종의 경고 그림에 여성은 단 두 번 등장한다. 임산부의 몸으로서 가장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내와 딸로서다. 가임기 지도에 이어 올해 9월 출산력 지도를 발표한 국가에선 사실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여성에게 가장 타격감 있는 신체 부위가 자궁이라고 상정하는 일은 진부하고 또 저열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경고 그림은 모체의 건강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볼모로 하고 있으며 이는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통념의 재생산에 기여한다. 


발기부전과 가장이라는 지위가 중병들과 함께 경고 그림으로 채택된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물리적 신체 이외에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건강함의 기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라 건강함의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남자는 신체적으로 튼튼해야 함은 물론, 성적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기 자신의 몸만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라 아내와 딸의 부양자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구식이다. 


사회적 역할로 개인의 행위에 낙인을 찍는 방식은 전혀 건강하지 않다. 가장이기 때문에, 자궁이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는 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탄성을 자아내는 건 흡연자들은 이러한 논리와 죄책감을 일상에서 늘 경험하고 있단 사실이다. 경고 그림은 이런 편견을 재생산하는 데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무엇이 건강함인가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저서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질병은 질병일 뿐, 저주도 아니며 신의 심판도 아니니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환자의 몸은 언제나 사회적 낙인의 각축장이다.


건강함은 평범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다. 누구나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사고나 재해로 인해 중병에 걸릴 수 있고 완치할 수도 있다. 누구도 자신의 건강함을 속단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도 환자의 고통과 질병은 끔찍한 이미지로서 간단하게 소비되고 현실에선 건강관리를 착실하게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물론, 건강함이 물리적 신체에 국한되는 개념도 아니다. 금연 광고에서 드러나듯 한국 사회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장차 아이를 낳을 몸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죄인이고 발기를 못 하고 아빠 노릇을 못 하는 남성은 진짜 사나이가 아니다. 


이같이 사회적 통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담뱃갑 경고 그림이 흡연율 감소의 주역으로 꼽힌다는 건 실로 안타깝다. 병자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사회적 환경은 은폐되고 파편화된 개개인들의 자기관리만 강조되는 구도를 보고 있자니 오히려 담배가 당길 수밖에.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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