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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에 나온 지상 최악의 가부장 남편

"나는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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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안녕하세요' 방송 캡처

“나는 남자니까.”


지난 19일 방송된 KBS <안녕하세요>엔 조선 시대에서 온 것만 같은 가부장적 남편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사연을 읽던 이영자는 거북함을 드러냈고 게스트로 출연한 레드벨벳 조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화를 참지 못했다. 남자 MC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용은 기가 막혔다. 남편은 자신이 퇴근할 때 밥이 차려져 있지 않으면 아내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남자가 밖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 왔는데, 집에 있는 아내가 밥도 안 차려 놓고 뭘 하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트집 잡았고, 시시콜콜 잔소리도 계속됐다. 아내는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지만 정작 남편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아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 대답했다.

KBS '안녕하세요' 방송 캡처

남편이 건설 현장에 나간 사이 아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내는 집안일을 온전히 책임지고 있었고, 두 딸의 육아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른바 ‘독박 육아’다.


그뿐 아니다. 그녀는 식당에 나가 3시간씩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었다. 경제권을 틀어쥐고 있는 남편의 감시와 눈치 때문에 탈모 치료를 마음 편히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끝이 아니다. 치매 초기 증상의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면서 병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 새벽에 출근할 땐 아내에게 옷매무새를 봐달라 했다. 배웅까지 요구했다. 혼자 나가기가 적적하다는 이유였다. 한밤중에 수저가 더러우면 수저통을 엎고, 아내를 깨워서 설거지를 시켰다.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주말에 아이들이 아빠를 찾으면 짜증을 냈고, 한밤중에 시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리면 아내를 깨워 가보게 했다. 그 모든 게 “나는 남자니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현장에서 사연을 듣고 있던 167명이 ‘고민이다’를 눌렀을 만큼 심각한 문제였지만, 정작 남편은 놀랍게도 자신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견을 굽히지 않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알 수 있었다.


말끝마다 “남자는..” “여자는..”을 갖다붙이며 고정된 성 역할을 강조하는 이 남편은 결국 가부장적 사회가 배양한 산물이었다. 조선 시대를 방불케 하는 가부장 문화 속에서 자란 남편의 내면엔, 왜곡된 성 고정관념과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갈 필요도 없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시골에는 그런 집이 허다했다.)

출처KBS '안녕하세요' 방송 캡처

아내의 내면은 이미 심각하게 곪아 있었다. 그는 “여기 나온 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동엽은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언제까지 버티겠어요”라며 남편의 각성을 요구했다.


남편은 "마음만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랑합니다"라며 훈훈한 마무리 멘트를 남겼지만, 솔직히 남편이 크게 달라질 거라 기대되진 않는다.


한번 인이 박힌 사고방식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남편을 신뢰할 수 없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남편은 자신의 문제가 표현의 문제라고 얼버무렸지만, 사실 그의 사고방식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최후의 방법으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경제권을 남편이 틀어쥐고 있는 데다 자녀 양육 문제까지 결부돼 있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주저하다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안녕하세요> 출연만 해도 수백 번 고민한 결과 아니겠는가.


결국 아내는 “주말이라도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너 시간 정도”라는 타협점을 제시했다.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묻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며 웃는다. 시간이 나면 남편과 무엇을 하고 싶냐는 이영자의 질문에 남편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내는 자신만의 시간이 조금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건 집안일, 육아, 시어머니 병수발 등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그의 삶에서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타인만을 위해 기능하고 있었다. 아내의 소박한 바람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아파 왔다. 방송으로서 <안녕하세요>의 한계는 뚜렷하고, 아내는 또다시 방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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