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대신 시리얼 먹는다고 죄인이 된 며느리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고창환-시즈카 부부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 갓난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즈카에겐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가족들의 결정이었다. 3시간의 긴 이동 시간으로 낯선 환경 때문에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쉽사리 그칠 기색이 없었고 시즈카는 아이를 달래느라 분투해야 했다.
정신없었던 여행 첫째 날이 어찌어찌 마무리되고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상황. 가족들은 식사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에는 별 탈 없이 넘어가나 했더니 갑자기 시어머니의 눈이 번뜩인다. 아침 식사로 시리얼을 먹고 있는 손녀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더니 “나는 있잖아. 이렇게 시리얼 먹는 게 왜 이렇게 달갑지가 않지?”라고 운을 띄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마치 꾸중하듯 매섭게 물어보는 시어머니의 위세에 시즈카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옆에서 지켜보던 시누이가 거들었다.
화들짝 놀란 시어머니는 “아니, 사람이 일하러 나가는데 아침에 따뜻한 밥을 해서 좀 먹여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시즈카를 추궁했다. 다행히 고창환이 시즈카를 변호하고 나서 일단락됐지만, 그 상황과 분위기가 못내 불편하기만 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석호(조진웅)가 아내 예진(김지수)에게 건네는 대사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상당수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 나와 다른 가치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생활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그것은 틀렸으니까 고치라고 강요하는 순간부터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까닭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저들도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고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작 자기 일에는 저토록 무감각해질 수 있을까.
아침에 든든하게 쌀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에게 시리얼은 못마땅한 음식일 수 있다. 그러나 아침부터 쌀밥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시리얼은 훌륭한 아침밥이다. 취향의 문제이고 선택 가능한 삶의 영역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자기 방식을 시즈카에게 자꾸만 강요한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먹어야 한다”가 아닌 “먹여야 한다”는 그들의 화법이다. 비록 시즈카가 전업주부라고 하나 “아내는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여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주입하고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부족한 아내라고 여기는 태도는 구시대적이다. 애당초 아침에 시리얼을 먹기로 한 건 고창환의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여성 철학자 이현재는 이 부분을 적절히 지적함으로써 분위기를 환기한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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