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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

잘못 쓴 인공조명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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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밤과 낮의 주기에 적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식물, 동물 그리고 심지어 초파리와 같은 곤충도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신체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발명한 조명은 이런 생체 주기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백열등은 1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문명을 이끌었습니다. 백열등은 쉽게 만들고 버릴 수 있으며 밝기를 조절하기도 쉽습니다. 백열등의 파장은 연속적이며 해질녘의 태양광처럼 거의 모든 색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론, 백열등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90년대 몇몇 연구자들은 백열등 때문에 네 시간씩 두 번 잠을 자던 인간 고유의 습관이 한 번에 여덟 시간을 자도록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백열등은 에너지 효율이 낮아 전력 소모가 크며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005년에 조명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는 인류가 소모하는 에너지 전체의 1/5에 달했습니다. 


2009년 유럽위원회(EC)는 유럽에서 백열등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위스, 호주, 러시아, 미국 그리고 중국이 뒤를 따랐습니다. 처음에는 저전력 조명으로 소형 형광등(CFL)이 인기를 끌었고 곧 발광다이오드(LED)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인간과 동물,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조명 연구자이자 디자이너로서 나는 이 결정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날 도시 생활을 하는 이들은 태양 빛이 아닌 인공조명 아래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비타민 D 부족을 겪고 있는 이가 10억 명에 달하고 있으며 태양 빛이 부족한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병인 우울증이 모든 계절에 걸쳐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 빛을 많이 쬐지 못하는 교대근무 노동자는 암이나 비만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수면의 질 또한 낮습니다.


즉, 조명은 에너지 효율의 조건 외에도 생물학적 안전성이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나는 물리학자, 공학자, 의학 전문가, 생물학자, 디자이너들이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자연조명의 사용을 더 권장하고 실내와 실외에서 인공조명에 의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형광등(CFL)과 LED 조명의 한계

출처ⓒ건축다큐21

나는 첫 저전력 조명이었던 소형 형광등(CFL)이 매우 유해하다고 생각합니다. CFL은 가장 위험한 조명입니다. 독성물질인 수은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CFL을 어떻게 재활용하고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표준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다 쓴 CFL의 80%는 그냥 땅속에 묻히고 있습니다. 


CFL의 내부 코팅이 벗겨질 경우엔 자외선이 새어 나와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근거리의 경우 망막에도 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미국 식약청은 CFL의 30cm 이내에 하루 한 시간 이상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CFL의 스펙트럼은 불연속적입니다. CFL은 약간의 푸른색과 녹색, 주황색, 적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100Hz 혹은 120Hz 주기의 깜박임은 두통과 피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CFL의 에너지 절약 효과 또한 과장돼 있습니다. CFL은 등이 켜진 후 안정된 상태가 되는 데 몇 분이 걸리며 꺼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주 켰다 꺼야 하는 상황에서 CFL의 수명은 매우 짧아집니다. 


이에 비해 LED 조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LED는 수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CFL은 물론이고 백열등보다도 더 적은 자외선을 냅니다. 또한, 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며 더 밝고 수명 또한 더 오래갑니다. CFL과 달리 빛의 밝기 조절이 가능하며 색을 내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LED 조명 또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LED는 종류에 따라 니켈, 납, 구리와 같은 중금속, 그리고 독성이 있는 비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LED 전구 역시 이들을 재활용하거나 처리할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LED는 깜박임이 있으며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조명업계는 최근 실내공간에서 태양 빛의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업계는 인간중심적, 혹은 생체주기기반 조명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실과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생체를 고려한 조명을 만들고 있습니다. 색 변화가 가능한 LED 등을 이용해 실제 일광을 흉내 내 실내에서도 사람들이 생체주기를 맞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독일직업보건안전표준위원회(KAN)는 이를 위한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아직은 광자극과 비시각적 반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해,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인공조명의 청색광 문제

하지만 나는 인공조명이 공중보건에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CFL과 LED는 해질녘이나 백열등에 비해 푸른 빛(청색광)을 더 많이 냅니다. 대부분의 백색 LED는 청색 혹은 자색 LED에 형광이나 황색 염료를 코팅한 것입니다.

인간의 생체주기는 눈으로 들어오는 청색광의 양과 강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물체를 인식하는 원추 세포와 간상세포 외에도 눈에는 내인성 광민감성 신경절 세포(ipRGCs)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수시로 뇌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제어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IpRGCs에 존재하는 멜라놉신은 정오의 푸른 하늘에 해당하는 480nm 파장을 제일 많이 흡수합니다.


우리가 아침에 깨는 것은 햇빛에 포함된 푸른색이 세로토닌과 도파민, 호르몬 코르티졸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푸른빛이 붉은빛으로 바뀌면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돼 우리는 잠이 들게 됩니다. 세포 재생 과정은 완전한 어둠이 찾아와야 시작됩니다. 


만약 밤에 모니터나 스마트폰 때문에 인공의 푸른빛에 노출될 경우 ipRGCs는 뇌가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는 우리의 수면 습관과 식습관, 신진대사, 생식, 정신건강과 혈압, 심박, 호르몬 분비, 체온, 기분 그리고 면역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야간의 조명은 다른 종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방, 파리,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은 짝짓기와 양육을 하는 대신 불빛으로 달려듭니다. 야간 조명은 박쥐가 새끼들에게 먹이 주는 것을 방해하며 새, 물고기, 거북이의 이동 경로를 변하게 만듭니다. 또한, 식물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공조명 도시’의 한계

도시들이 가로등을 LED로 바꾸면서 우리는 인공조명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가로등의 10%가 LED로 바뀌었습니다. 뉴욕은 25만 개 가로등 모두를 LED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도시 차원에서 가로등을 바꾸는 유럽의 첫 도시입니다. 이들의 성과는 우주에서 바로 확인됩니다. 2015년 사진에서 밀라노 도심은 외곽보다 더 푸르고 더 밝습니다.


적절한 조명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주거 지역의 침실 등으로 들어오는 ‘침입광(light trespass)’은 외부 조명이 더 아래를 향하게 하거나 조명에 갓을 씌움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로등은 또한 동작 센서와 연동하는 무선 망과 지능형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출처ⓒnature

예를 들어 네덜란드 뉘넌 지역의 반 고흐 마을은 평소에는 20% 밝기를 유지하다가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자동차가 다가올 때 이들 주변의 밝기를 높입니다. 지능형 조명은 설치 비용이 높지만, 이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 또한 매우 큽니다. 뉘넌 지역은 이를 통해 유지비용을 62% 낮췄습니다.


LED가 보급되면서 규제가 필요한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LED 신호등과 디지털 광고판을 제어하는 무선 조명 조절장치는 스마트폰, 관제탑 그리고 보청기와 심박조율기 등의 의료장치와도 관여됩니다.

조명 규제의 필요성

더 건강한 조명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조명이 생체주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재활용이 매우 어려운 CFL은 판매가 금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LED 조명의 사용에는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실내의 경우 이른 저녁에는 색온도 3,000도 이하의, 가능한 청색광이 없는 따뜻한 톤의 백색 LED 조명을 사용해야 하며 밤에는 조명을 켜지 않거나 600nm 이상의 파장을 가진 노란색과 붉은색 조명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조명은 간접광이어야 하며 깜박임이 없고 밝기 조절이 가능해야 합니다.  


조명업계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된 연구 결과가 필요합니다. 파장과 강도, 낮과 저녁, 밤에 따라 사용 시간 및 기간을 바꾸어가며 LED 등이 환경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는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태양광이나 백열전구에는 포함돼 있지만, LED 등에는 없는 비가시광선인 근적외선(750-950nm)의 효과 또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영역대의 빛이 손상된 망막 세포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LED 제조에 들어가는 중금속을 줄여야 하며 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외 및 실내의 조명 조절기술을 연구해야 합니다. 


정부와 의학계는 야간의 척생 조명 사용에 있어 보다 엄격한 표준과 규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2016년 6월 미국의사협회(AMA)는 지역정부가 LED 조명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고광도 가로등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조명의 광도 한계와 실내 및 실외 환경에서 야간에 비출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제한 역시 필요합니다. 켈빈(K)을 기준으로 한 색온도 외에 나노미터(nm) 단위로 주어지는 표준 파장 특성이 있어야 합니다. 색온도는 빛의 파장별 특성을 표현하기에는 부정확한 기준입니다. 


정책 결정자들은 낮 동안은 실내에 자연조명의 사용을 권장해야 합니다. 특히 공장, 병원, 요양원, 사무실 등 사람들이 긴 시간을 보내는 시설일수록 인공조명은 자연조명이 충분하지 않을 때만 사용해야 합니다. 자연조명을 활용하는 기술과 건물에 적절한 보상을 주는 규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 정부는 지속가능한 야간조명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전체 도시 내 조명 계획의 마스터 플랜을 가져야 합니다. 가로등 및 보안 조명은 아래를 향해야 하며 그 외의 방향으로는 막혀 있어야 합니다. 보행과 자전거 이용, 자동차 주행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밝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패시브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밤에 이를 방출하는 기술을 도로나 자전거 도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낮은 각도의 빛은 청색광이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망막 영역에 닿게 됩니다.) 공원과 숲의 조명은 저녁 시간에는 어둡게 유지해야 합니다.

출처ⓒ한국경제

외부 LED 광고판의 전자기파 역시 조절해야 합니다. 건물 정면의 LED 광고판은 주변 거리와 건물, 광장의 밝기보다 더 밝아서는 안 됩니다. 늦은 밤에는 주변 주거 건물에 닿는 침입광을 줄이도록 전원을 꺼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조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과학자와 조명 업계가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건강한 조명 디자인은 이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등의 여러 지역에서, 지역단체가 정부의 부적절한 LED 조명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이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나는 여러 조명 디자이너와 의사들, 생체주기 생물학자와 마찬가지로 집에서는 백열등을 사용하며 밤에는 완전히 불을 끌 뿐 아니라 아침에는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자연조명을 들여 나의 생체주기를 깨우고 있습니다. 진화를 통해 우리 몸에 새겨진, 밝은 낮과 어두운 밤으로 이루어진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규칙입니다.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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