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하고 욕도 먹어야 하는 '워킹맘의 비애'
MW치킨 마케팅팀의 최민주(류현경) 대리는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이다. 7개월 째라 제법 배가 불렀다. 첫째는 유치원을 다닌다. 최 대리의 아침은 늘 정신 없다. 오늘은 지각했다. 제시간에 회사에 도착했지만,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는 바람에 5분 늦었다.
상사인 백진상 팀장(강지환)에게 불러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상 같은 인간이다. 자신의 무례를 솔직으로 합리화하며 상대방에게 온갖 막말을 쏟아내는 부류랄까. 걸핏하면 부하 직원들에게 “워낙 상식이 없으니까”라며 개무시를 한다. 자존심을 짓밟고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그러는 걸까. 모를 일이다.
백진상은 최민주를 비꼰다. “최민주 대리가 5년 동안 지각한 시간을 합하면 하루는 나오겠다”고 말하더니 연차를 깎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최민주는 비상계단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동료들의 위로는 고맙지만, 버거운 현실 앞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고난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MW치킨 시식회 행사 도중 최민주에게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었다. 최민주는 이 사실을 동료인 이루다 대리(백진희)에게 알리고 급히 자리를 뜬다. 이루다는 최민주가 아이가 아파 현장을 이탈했다고 보고했다. 그 사이 음식 알레르기가 있던 참가자에게 문제가 발생했고 시식회 메뉴 담당을 맡았던 최민주에게 화살이 집중됐다.
순전히 최민주의 잘못은 아니었다.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벌어진 일이었다. 참고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한 장면. 이루다는 타임루프(Time loop)를 통해 다시 같은 하루를 살게 되면서 최민주가 당시 기자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루다는 최민주가 당연히 아이 때문에 일을 버리고 갈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었다. 워킹맘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장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라고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게 더욱더 씁쓸하다)을 하며 독박 육아의 설움을 쏟아내는 최민주의 모습은 이 시대 워킹맘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KBS2 <죽어도 좋아>는 기본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서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는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백진상은 최민주를 불러놓고 “회사를 그만두면 어떨까?”라며 퇴직을 권고한다. 백진상은 “애 엄마는 집에 있으란 말씀이세요?”라고 항변하는 최민주에게 전업 가사인들의 노동을 폄하하는 거냐며 억지 논리를 펼친다. 이를 듣고 있던 이루다는 참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차피 자고 나면 다시 아침으로 돌아갈 테니까 시원하게 질러보자는 생각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순간 타임루프에서 벗어나 버렸다.)
이 장면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먼저, 통쾌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아팠다. 현실도 이 통쾌함에 반만 따라가면 좋으련만.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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