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친구가 그리워 메시지로 챗봇을 만든 사람

조회수 2018. 11. 10.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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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디지털 아바타를 만드는 시대, 가능할까?

호세인 라나마(Hossein Rahnama)는 죽은 뒤에도 계속 살아있고 싶어 하는 한 금융 대기업 CEO를 자신이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나마는 지금 그 CEO가 죽은 뒤 가상의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기업은 언젠가 다른 기업의 인수 요청에 대해 세상을 떠난 전 CEO의 의견을 물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CEO의 생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플랫폼은 아마 CEO와 그 회사의 껄끄러운 관계를 기억해내고는 “나는 그 회사의 운영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겠지요.


이상한 상상일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라나마는 사람들이 디지털 사후세계라는 개념에 익숙해질 것이라 말합니다. 토론토 라이어슨 대학 출신의 연구자이자 기업가이며 MIT 미디어랩의 방문 연구원인 그는 오그멘티드 이터니티(Augmented Eternity)라는 SW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SW는 사람이 죽은 후에도 그를 대신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AI를 만듭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장년층은 AI를 학습시킬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다릅니다. AI가 충분히 학습할 만한 데이터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은 이의 디지털 유해는 쌓이고 있습니다. 매년 페이스북 회원 중 170만 명이 세상을 떠납니다. 어떤 계정은 지워지지만, 어떤 계정은 영원한 침묵에 들어갑니다. “한 사람당 매일 수 기가바이트의 데이터가 만들어집니다. 데이터와 저장 공간, 계산 능력이 모두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기계학습은 그 사람의 고유한 성격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흉내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때 디지털 아바타는 어떤 형태를 가져야 할까요? 어떤 모습이 좋을까요? 그저 채팅창을 통해 대화할 수 있고 시리와 같은 음성 기반의 형태를 가질 수도 있으며 생전의 영상을 통해 등장할 수 있고 VR 공간에서 3차원으로 움직이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형 로봇에 탑재될 수도 있겠지요.

20,000개의 인격

물론, 기술은 아직 그만큼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의 성격을 가지는 AI는 고사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도 당장은 어렵습니다. 사람이 하는 것처럼 대화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라나마는 CEO의 아바타가 의사 보조 도구는 될 수 있지만, 회사를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합니다.

오늘날의 AI가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맥락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챗봇은 대화 내용에 맞는 대답을 주지만, 사람은 자신이 대화하는 사람, 장소, 시간에 따라 다르게 대화합니다. 라나마의 회사인 플라이빗은 바로 이런 맥락을 인공지능에 도입하는 회사입니다. (라나마는 플라이빗의 대표로 MIT의 ‘35세 이하의 35명의 혁신가’에 뽑힌 바 있습니다.) 플라이빗은 기업이 맥락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응대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모바일 앱은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과 고객의 일정, 그리고 고객이 지금 걷고 있는지 기차를 타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고객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라나마는 오그멘티드 이터니티를 창업하면서 이 맥락 파악 기술의 유용함을 실감했습니다. 누군가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가 했던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가 어떤 맥락에서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그가 농담으로 그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화가 난 상태였는지, 또 그 반응이 어떤 뉴스에 대한 것이었는지 등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이런 다양한 정보들이 있어야만 비로소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오그멘티드 이터니티는 페이스북, 트위터, 메신저 등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고 이를 맥락과 감정, 의미에 따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러시아의 개발자인 유제니아 큐다(Eugenia Kuyda)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절친 로만 마주렌코(Roman Mazurenko)가 친구, 가족과 주고 받았던 메시지들을 바탕으로 구글의 오픈소스 플랫폼인 텐서플로우를 이용해 챗봇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큐다는 그 챗봇이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때로 소름 끼칠 정도로 그 친구와 비슷하게 반응했다고 말했습니다.


큐다는 죽은 이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기 힘든 이유는 인간이 그만큼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집니다. 한 사람 안에는 2만 개의 인격이 존재하지요.” 예를 들어 마주렌코가 부모님과 하던 대화에서 쓰던 말을 그녀에게 하곤 한 것입니다. 큐다는 마주렌코의 가족과 다른 친구들에게 밝히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물은 뒤 이를 적용했습니다. 회사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라나마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오그멘티드 이터니티는 맥락에 따라 다른 대화를 하는 다양한 인격을 만든 뒤 사용자들로 하여금 어떤 정보를 어떤 사람들에게 공개할지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즉 그의 딸은 그의 아바타 중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인격 AI에게 의견을 물을 수 있으며 그의 학생은 학문적 인격 AI에게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의 유산이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유익한 형태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죽은 자 외에도

사실 당신이 살아있을 동안에도 디지털 아바타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AI는 분산된 당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신이 가진 지식을 대신 전달해주는 전문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수백 달러를 받는 변호사는 자신의 아바타가 조금 더 낮은 비용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나 정치가와 같은 유명인은 자신의 디지털 아바타를 대신 내보낼 수 있습니다. AI 기술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는 만나기 힘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라나마는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리나 알렉사 같은 범용의 AI가 아니라 저명한 과학자, 정치가, 또는 동료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아바타를 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이터님(Eternime)은 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모아 “그 사람처럼 보이며 그의 기억을 가지고 영원히 존재하는 지능적 아바타”를 만들어줍니다. 창업자인 마리우스 우르자헤(Marius Ursache)는 이 아이디어를 수 년 동안 사람들에게 알렸고 4만 명 이상이 이터님의 대기명단에 올라있습니다. 하지만 따로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제한된 기능의 베타 버전만을 내어놓은 상태입니다. 우르자헤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수십 년 뒤에나 의미가 있을 일에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습니다.

라나마는 오그멘티드 이터니티가 실제로 사업화가 가능할 지와 무관하게 이를 통해 데이터의 사후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연구주제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AI에 관련된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죽은 뒤 내 개인정보는 누구의 소유가 되어야 할까요?”


올해 초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 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서 옥스포드 인터넷 연구소의 윤리학자 칼 외만(Carl Öhman)과 루치아노 플로리디(Luciano Floridi)는 성장중인 디지털 사후세계 산업의 윤리적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물관이 인간의 유해를 사용하는 것처럼 디지털 유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 기업이 개인의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될 것입니다. 그들은 만약 디지털 유해가 ‘죽은 자의 정보 시체’처럼 다루어질 경우 “이익을 낼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없으며 고유한 가치를 가진 하나의 존재로 처리될 수 있다”고 썼습니다. 

자연을 비추는 검은 거울

디지털 사후세계를 다루는 모든 논의에서처럼 외만 역시 영국의 드라마인 <블랙 미러(Black Mirror)>의 한 에피소드인 ‘잠깐만(Be Right Back)’을 이야기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한 젊은 과부는 세상을 떠난 남편의 디지털 아바타를 계속 만납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문자를 보내는 것도 주저하지만, 나중에는 그녀의 남편과 닮은 인간형 로봇을 구매하게 됩니다.

출처: ⓒ<블랙 미러(Black Mirror)>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바타를 만드는 회사에 대해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만은 그 회사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떠난 우리가 사랑하던 사람만큼 우리에게 물건을 잘 팔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즉, 우리의 디지털 아바타가 우리 자신 보다 더 말이 많고 더 분위기를 잘 맞추고 더 고집이 세다면 그리고 아바타 제작회사가 그런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누가 그들을 멈출 수 있을까요?


블랙 미러 에피소드에서 아바타는 죽은 남편의 데이터를 조금씩 더 보여주면서 점점 더 값비싼 아바타를 구매하게 하며 마침내 너무 진짜 같아서 없앨 수 없을 존재가 되도록 유도합니다. 불멸의 디지털 아바타는 결국 영원히 기억되고픈 우리의 욕망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또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잊고 잘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나요?

원문: MIT 테크놀로지 리뷰(Courtney Humphries)

* 외부 필진 뉴스페퍼민트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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