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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오보'로 노조를 공격하는 법

조회수 2018. 10. 2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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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른다!?

지난 10월 18일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서울시청에 진입하려다 이를 막는 시청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청에서 ‘청년일자리 탈취 고용세습 엄중수사 촉구’ 긴급 규탄대회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청사 내부는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없는 곳이라 시청 직원들은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서울시청 로비에서 현수막을 내걸며 ‘청년일자리 도둑질 서울시’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청 청사 8층에서는 서울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자유한국당 의원 8명 중 7명이 여기에 합류해 있었습니다. 결국 서울시 국정감사는 파행됐습니다.

하루 만에 오보 정정한 조선일보

출처: ⓒ조선일보 PDF
▲ 10/19 조선일보가 보도한 ‘박원순 취임 후…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간부 30명 복직’ 기사. 다음날 오보를 인정했다.

김용택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시 국감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의 아들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되고 이번엔 정규직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용택 사무총장의 발언을 받아 10월 19일자 3면에 "박원순 취임 후… 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 간부 30명 복직"이라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기사 본문에서 조선일보는 전직 노조위원장 김모씨 이야기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본지 취재결과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모씨다. (김씨는) 1993년 위원장 취임 후 이듬해 3월 서울·부산지하철 총파업을 주도해 해고됐다.

2000년엔 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총 공공연맹 추천을 받아 민주노동당 후보로 광명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복직 대상으로 꼽혔으나 당시 60세로 정년에 걸려 제외됐다.”

- '박원순 취임 후… 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 간부 30명 복직', 조선일보, 18.10.19., (현재 삭제됨)

조선일보가 지목했던 노조위원장은 서울지하철 5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연환 위원장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제기한 의혹과 달리 김 전 위원장의 아들은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김연환 전 위원장은 복직은커녕 해고 노동자로 정년을 넘긴 채 공사를 떠났습니다.


명백한 오보였습니다. 조선일보도 이를 알아챘는지 다음날인 10월 20일자 신문 2면 구석에 "바로잡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정정보도를 했습니다.

“지난 19일자 A3면 ‘박원순 취임 후…해고된 서울교통공사 민노총간부 30명 복직’ 기사 중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김모씨가 아니라 전직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으로 확인됐기에 바로잡습니다. 김 전 위원장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보도의 진실은?

조선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언론은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에 대해 앞다퉈 보도를 했습니다. 과연 그들의 보도는 모두 진실일까요?

출처: ⓒ서울시
▲서울시가 밝힌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
Q : 노조 친인척은 무조건 특혜 채용을 했다?

A :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하면서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은 총 1,28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중 직원 친인척은 총 108명이며 이 중 34명은 구의역 사고 (2016년 5월 28일) 이전 전환자로 13년에 걸쳐 누적된 인원입니다. 74명은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강화 차원에서 추가 채용됐습니다. 이 중 36명은 제한 경쟁을 통해서, 나머지 38명은 공개 채용됐습니다.

제한경쟁 채용 과정에서 21명의 가족 구성원이 밝혀졌습니다. 심사 절차를 거쳐 6명은 최종 배제됐고 15명만 채용됐습니다. (당시 15명 중 9명은 용역업체 채용 당시 공채과정을 거쳐 구제됐음)


Q : 계약직이 정규직 된다는 소문이 나자 직원 가족이 대거 입사했다?

A : 65명의 채용 공고와 입사가 이뤄진 시기는 2016년 7월 15일에서 2017년 3월 17일 사이입니다.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일반직화 방침 발표인 2017년 7월 17일보다 이전이었습니다. 소문만 듣고 무기계약직 채용에 지원했다는 것은 일정상 불가능합니다.


Q :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 전환도 무시험으로 이뤄졌다?

A :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동일노동 동일처우 요구가 일어났고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업무직 전원을 일반직화하는 내용의 노사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후 특혜 및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직 7급 전환 시험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당시 시험 과목은 '공통(취업규칙 5문항)+직종별 관련사규(20문항)+역량평가(25문항)'

서울교통공사는 친인척 재직 문제(부부 동일부서 근무 방지 등)에 따른 인사운영을 위해 지난 3월에 ‘친인척 재직 현황 조사’를 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17,045명으로 공사 전 직원(17,084명)의 99.8%였습니다. 오히려 친인척 재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조사가 이뤄졌던 셈입니다.

조선일보, 오보 후에도 무차별 공격

출처: ⓒ조선일보 PDF
▲ 민주노총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를 다룬 조선일보의 10월20일자 지면 1, 3면. 이날 조선일보 2면에는 19일에 보도한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가 작게 실렸다.

조선일보의 정정보도가 나온 10월 20일자 지면 1면의 제목은 “그들끼리 나눠먹는 취준생 일자리”였습니다. 기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채용 등이 편법과 꼼수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면에서도 “인성검사 떨어진 민노총 前간부 아내, 채용방식 바꿔 합격”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총을 겨냥해 비난했습니다.


민주노총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용택 사무총장이 제기하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전직 노조 위원장은 "한국노총 산하 전직 위원장이며 현재는 공사 1급 간부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0월 20일자 조선일보 사설에 나온 "서울교통공사 식당,목욕탕 직원, 이용사까지 정규직이 되어서 ‘도덕적 해이’의 문이 활짝 열렸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언주 의원의 ‘밥하는 아줌마’ 주장처럼 조선일보의 주장은 특정 직역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채용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면 이를 엄격하게 바로 잡아야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거세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비리는 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주장 중엔 잘못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발견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고용 세습, 부정, 비리, 특혜 등의 단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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