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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6년 차 박미선-이봉원 부부가 사는 법

격렬한 사랑만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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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결혼에 대해 이처럼 정의한다. 그가 말하는 위험한 도박판에 우리가 나설 수 있는 이유는 흔히 말하듯 사랑에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우리는 '사랑의 느낌'이 강렬한 일정한 (짧은) 시기에 결혼이라는 걸 시도한다. 그러나 그중 몇몇은 얼마 뒤 그 휘발성 강한 느낌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 남는 게 (도박판이라는 해석에 맞춰 생각해 보면) 빚뿐임을 깨닫는다. 


우리는 흔히 격정적인 감각에서 비롯되는 감정, 즉 '사랑의 느낌'을 사랑의 전부로 여긴다. 그러나 M. 스캇 펙은 '사랑에 빠졌다'는 개념을 강력히 배척하면서 "사랑은 애착이나 사랑의 느낌과는 상관없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감정보다는 의지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사랑의 느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부재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지와 헌신이 있다면 사랑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tvN <따로 또 같이>는 결혼에 대해, 그리고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5년 차 부부 심이영-최원영과 7년 차 부부 강성연-김가온, 26년 차 부부 박미선-이봉원이 '같이' 여행을 떠나지만, 남편들과 아내들이 '따로' 여행을 다닌다.


그들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는 한편 그 분리된 시간 동안 일종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이른바 부부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사랑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친밀함이다.

- 알랭 드 보통

제작진은 5년 차, 7년 차, 26년 차 부부를 섭외해 결혼 생활이 지속되면서 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관찰하고자 한다. 여행지로 함께 떠났지만 정작 따로 여행을 해야 하는 상황을 부부 연차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라 할 수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의도와 기대에 맞게 그 시기 부부들의 일반적인 관계들을 잘 보여줬다.

심이영-최원영은 여전히 신혼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서로를 찾았고 끊임없이 연락하기 바빴다. 스킨십도 익숙했다. 강성연-김가온 부부 역시 애틋함이 넘쳤지만, 육아로 인한 피로감이 물씬 풍겼다. 지쳐있다는 인상이었다. 김가온은 수영하며 놀면서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랑도 모양이 여러가지야. 미움도 사랑이고, 정도 사랑이다. 20년 넘어가고 그러면 의리로 산다고 하는데, 그 의리도 사랑인 거야.

- 박미선

박미선-이봉원 부부의 경우 처음에는 예능적 재미를 위해 캐스팅됐을 거로 생각했다. 이봉원은 큰형님으로서 동생들을 리드하며 웃음을 줬고 박미선도 적재적소에 알맞은 코멘트로 프로그램을 원활히 이끌었다. 그 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오히려 <따로 또 같이>의 숨겨진 무기가 박미선-이봉원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중간중간 박미선이 동생들에게 건네는 조언들은 생각보다 큰 울림을 줬다. 이미 그 시기들을 겪어낸 언니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한 충고였다. 무기력한 관조가 아니었다. 


박미선-이봉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들은 서로 별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대화할 때 얼굴을 보지도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일을 하며 지낼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어색하지 않았다.

박미선은 "지금이 안정되고 너무 좋아. 남편이랑도 그냥 편하고. 편하게 서로 싫은 소리도 막 하고. 전우애가 있지.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낸.. 부부가 그렇더라고"라며 지금 그들 부부가 지나가고 있는 시기를 설명했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가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오래됐다고 해서 서로에게 무덤덤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편안함이라는 관계의 안정감이 부부 관계에 중요한 부분임을 되새기게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뚜렷한 파국이나 큰 행복 없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는 관계가 사랑의 진척에 관한 이야기로서 마땅히 대접받지 못하고 여전히 러브스토리 밖에 머무는 것은 흥미롭고도 걱정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긴 박미선-이봉원 부부의 관계 역시 사랑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볼 여지가 충분히 있을뿐더러 마땅히 그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냉정히 말하면 <따로 또 같이>는 참신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없다. 범람하는 관찰 예능에 발을 담근 채 여행이라는 흔한 소재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들만 우르르 여행을 떠났던 기존의 남탕 예능에서 한걸음 진일보했고 아내들의 일탈을 다뤘던 SBS <싱글 와이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부부라는 것에 대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자극적인 부분 없이) 시청자들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 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외부 필진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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