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308만 마리의 동물이 '이것' 때문에 죽었다

조회수 2018. 10. 16.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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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어느 퓨마의 죽음

9월 18일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 퓨마 ‘뽀롱이’는 탈출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됐다. 시민들의 안전이 사살 이유였지만, 대처만 잘했다면 생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살 이후 이 사건은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샀다.


뽀롱이의 죽음은 ‘동물원은 동물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를 보여준다. 퓨마는 야생에서 매일 40km 이상을 돌아다니는 고양잇과 동물. 그러나 동물원에 갇힌 이들에게 평생 허락된 공간은 수십 미터에 불과하다. 본래 서식 환경과도 다르고 유리창 너머로 인간의 시선과 고함에 노출되는 동물원은 동물을 극도의 스트레스에 처하게 한다. 뽀롱이의 탈출은 직원의 실수였지만, 비참한 죽음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예정된 일이었던 셈이다. 

출처: ⓒ고함20
제1회 동물권행진 퍼포먼스 ‘동물의 아우성’

#느끼는_모두에게_자유를

당연하게도 동물권 문제는 동물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더 많은 동물 착취·학대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고통을 느끼는 모두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10월 14일 오전 서울 보신각 공원으로 모였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주최로 진행된 <제1회 동물권 행진> 참여하기 위해서다.

출처: ⓒ고함20
어린아이가 ‘우리는 모두 동물이다’ 현수막에 손자국을 남기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어린아이, 중년층,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우리는모두동물이다 손자국 찍기’, ‘나만의 피켓 만들기’ 등 행사가 진행된 후 종로 일대를 걷는 ‘동물권 행진’ 및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종로 젊음의 거리 초입에서는 16명의 활동가가 "수족관은 감옥이다", "치킨이 아니라 나(닭)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덮고 누웠다. 대형 스피커에선 학대당하는 각종 동물의 울음소리가 나왔다. 주최 측은 일상에 만연한 동물 착취 및 학대를 고발, 비판하고자 이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며 그 의도를 설명했다. 인간이 무심하게 바라보는 고기 뒤에 비참하게 죽은 생명이 있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였다.


동물 해방과 육식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곱창, 삼겹살, 닭갈비, 회 등 육식 식당이 즐비한 종로 젊음의 거리 골목 일대로 들어서자 더욱 높아졌다.

출처: ⓒ고함20
종로 젊음의 거리를 걷는 행진대. 주변으로 소곱창집, 삼겹살집 등이 보인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2018년 10월 14일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로 오로지 동물권을 외치며 행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희생되고 있는 무수히 많은 비인간동물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다짐했다. 이 씨는 “동물은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서 동등하다. 생물학적 종의 구분은 도덕적 구분이 아니다”라며 동물권을 외치는 이유를 말했다.

“눈을 가리지 않으면 보여요”

이들이 보신각에 나온 이유는 비단 최근의 퓨마 사건 때문만이 아니다.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지금도 인간에게 학대당하는 소, 돼지, 닭, 개부터 실험동물, 유기동물, 야생동물까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고통 때문이다.

출처: ⓒ고함20
‘당신이 오늘 마신 카페라떼로 인해 암컷소는 인간에게 강간당했다’라는 피켓을 든 참가자

쇼윈도 안쪽에 전시된 구두를 보호품이 아닌 상품이라 하듯 동물원에 전시되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원숭이의 장기를 개에게 이식해 며칠이나 사는지 두고 보는 것 따위의 동물 실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인체실험과 얼마나 다를까. 지금 내 옆에 있는 고양이와 개는, 더 나아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다.


너무 당연한 말들이다. 눈을 가리지 않으면 보이고 귀를 막지 않으면 들리는 사실이다. 올해 초에 처음 동물권에 대해 들었다는 한 참가자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지인과 함께 직접 피켓을 만들어 행사에 참여한 이 참가자는 “(진실을 보는 것이) 본능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평화롭게 연대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출처: ⓒ동물해방전선 ALF

작년 한 해만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희생된 소, 돼지, 닭, 개는 약 9억 5천만 마리다. 이중 많은 수는 평생을 우리에 갇혀 살다 도축을 당했을 것이다. 여기에 308만 마리의 실험동물, 10만 마리의 유기동물, 동물원에 갇힌 수많은 야생동물까지 더하면 인간의 욕심으로 죽고 다치는 동물의 수는 더욱 커진다.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비인간동물의 권리는 모든 인간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고려해볼 만한 일이 아니다. 동물착취에 반대하며 동물권 행진을 앞으로도 이어나갈 이들의 첫 행보를 응원하는 이유다. 

* 외부 필진 고함20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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