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이 아니꼬운 조선일보

조회수 2018. 9. 28. 15: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재 뿌리기' 보도를 고집하고 있다.

- 한겨레: ‘남북 경협’ 인사 대거 동행…‘한반도 신경제’ 힘 싣는다


- 경향신문: 방북 공식 수행단, 외교 장관 포함…이재용 부회장·가수 에일리 간다 


- 조선일보: 대북제재로 경협 불가능한데… ‘4대 그룹’ 내일 文 대통령과 방북 


- 중앙일보: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방북 동행 


- 동아일보: 이재용-최태원 방북… 경협 확대 시동 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8~20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세 번째 방북입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까지 말이죠. 판문점에서 봄에 약속한 ‘가을 평양 방문’이 약속대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대통령의 방북뿐 아니라 수행단도 화제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평양 방문 이틀 전인 9월 16일, 청와대는 공식 수행원 14명, 특별 수행원 52명 등 총 66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다음 날인 9월 17일 월요일의 주요 일간지 1면 헤드라인은 바로 이 명단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헤드라인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북제재로 경협(*경제협력) 불가능한데"라는 말을 헤드라인에 넣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4대 대기업 대표가 방북 수행단에 포함됐지만, 이미 "대북 제재로 인해서 경협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 듯합니다.

한겨레와 동아일보는 각각 "한반도 신경제 힘 싣는다", "경협 확대 시동 건다"는 헤드라인에 잡았습니다. 주요 대기업 인사들이 포함된 수행단 구성의 의도, 즉 남북 경제협력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이재용.최태원.구광모 방북 동행"이라는 제목을 1면에 담았습니다. 얼핏 보면 경제전문지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헤드라인이었죠.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겨레는 "비핵화가 잘 진행되고 남북관계가 많이 진전되면 ‘평화가 경제다. 경제가 평화다’라고 생각한다”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과 “본격적인 남북관계 발전에서 경제 비중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준비 차원”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대북 제재 상황에도 대기업 대표자가 함께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동아일보는 ‘경제협력 확대’에 중점을 뒀습니다. 첫 문단에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끝장 협상’에 들어가는 동시에 비핵화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남북 경제협력 확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경제인 17명이 포함된 것에 대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당시 경제인 수행단과 같은 규모다. 이번 방북단 규모가 2007년보다 100명가량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경제인 비중은 더욱 커진 셈이다’라며 경제협력을 위한 방북 명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계속해서 "실제로 방북 수행원에는 철도, 도로, 관광, 전력 등 남북 경협 관련 장관과 기업인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을 적으며 대기업 대표자 외에도 남북 경협과 관련한 관계자가 많이 방북한다는 점을 짚어줬습니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데는 북측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첫 문단에서 적었습니다. 하지만 타 언론사 보도에 비춰 볼 때 독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닙니다. ‘재계’, ‘정부 관계자’의 소식일 뿐입니다.

출처: ⓒ뉴시스

북측의 특별한 요청이었다기엔 지난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도 4대 그룹 대표자들이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 반론에 대응하기 위해서인지 조선일보의 기사는 이어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재계에선 “대북 제재가 없었던 과거 1.2차 평양 정상회담과 달리 현재는 대북 제재로 인해 기업들의 경협 사업 추진이 거의 불가능한데도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남북 회담의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가 나오고" 저런 "전망이 없지 않지만"이라는 구절 역시 확인할 수는 없는 정보입니다. 다른 언론사와 달리 의도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 다소 편향적인 전망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대통령도 안 갔으면 하는 평양에, 대기업 대표자들까지 따라가서 배가 아픈 것일까요? 이렇게 조선일보는 첫 두 문단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은 후 나머지는 타 언론사와 별 다를 바 없는 소식을 담았습니다.

* 외부 필진 아이엠피터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직썰 추천기사>

밥만 축내던 그 취준생은 어떻게 취업에 성공했을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